[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올 상반기 국내 상위 기업 100곳 가운데 대부분은 전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기업 실적 악화로 고스란히 드러난 모양새다.
16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금융업 제외) 가운데 67곳의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늘어난 곳은 33곳 이다.
2020년 상반기 100대기업 총매출액은 794조원으로 2018년 1,716조원, 2019년 1,722조원에 비해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100대기업 매출액은 2017년 실적인 1,600조원 내외의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1위는 유일하게 100조원을 넘긴 삼성전자로 108조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수치다. 전체 100대 기업 매출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3.65%에 달한다.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기업은 78위 아시아나항공으로 상반기에 2조1,801억원매출을 올렸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15%% 감소했다.
100대 기업 중 매출이 가장 높게 증가한 기업은 43위 다우기술(4조6,751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206.2% 올랐다. 다음으로 41위 다우데이타(4조8,581억원)과 86위 KG케미칼(1조8,174억원)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185.3%, 173.3%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나타나면서 수출이 바닥을 긴 탓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2분기까지 100대 기업의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은“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항공, 숙박, 음식 등 업종의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며 상대적으로 여력있는 대기업도 급격한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어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동력산업 발굴이 필요하다”며 “이에 K뉴딜의 성공적인 추진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절감한다. 다만 공정경제의 약속 이행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업 양극화 등 더 큰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사정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전경련이 중소기업 5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0%가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가 지속될 경우 1년 이상 기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유지 가능 시한을 6개월이라고 응답한 곳이 12.0%, 1년이라고 답한 곳도 22.0%나 됐다. 34.0%가 1년도 버티기 힘들다고 답한 셈이다.
이들 중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응답한 곳은 68.7%였다. 39.6%는 감소폭이 30% 이상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 기업의 64.6%는 하반기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향후 부실기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한계기업이 3475곳으로 전년 대비 7.4%나 늘어났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으로, 3년 연속 번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곳들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올해는 5033곳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고용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지표를 보면, 국내 코로나19 1차 유행 시기였던 지난 3~4월 계절조정(계절 변동 요인 제거)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감소폭이 총 101만8000명 수준에 이른다. 이후부터는 전월 대비 증가로 전환했지만 5~8월 증가폭은 총 41만8000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이후 사라진 일자리 중 40%밖에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향후 기업의 고용 유지를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DB 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용 유지 지원금 지원, 무급휴직 지원금 지급요건 완화 등 현재의 지원책을 효율적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지원금 지급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대량 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