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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꿈의 세계, 그곳에서의 생존기 <코마>

상상력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러시아 SF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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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무의식 세계에서 벌어지는 생존 투쟁을 그린 SF물이다. 

거대 스케일의 환상적 비주얼과 풍부한 액션씬이 매력적이다. 헐리우드 스타일을 추구했지만 감성이 조금 다른 러시아 블록버스터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공간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고 할 수 있는 허상과 현실의 문제를 다룬 영화다. ‘빨간약’과 ‘파란약’의 선택이라는 <매트릭스>의 철학과 세계관이 핵심 테마다.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구원자’일 수 있다는 설정도 흡사하다. 


과학적 상식이 무시되는 뒤집히고 뒤틀린 세계의 비주얼, 꿈과 현실을 오가는 내용은 <인셉션>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의외로 독자적인 설정들을 쌓으며 참신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꿈의 세계를 표현하는 SF적 상상력과 영상미, 캐릭터들 간의 갈등과 위협적 상황의 압박 등이 계속되며 펼쳐지는 액션, 깔끔한 스토리 구조는 상당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빅터는 건물도 사람도 불완전한 형태에 중력과 물리법칙을 무시한 이상한 세계와 마주하고 혼란을 느낀다. 그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과 그 괴물로부터 자신을 구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한 집단의 거주지로 가게 된 빅터는 그곳에서 이 세계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알고보니 빅터는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무의식의 공간에 있는 것이다. 모두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혼수상태가 됐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들의 파편적 기억들이 세계를 만든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기억의 파편들이 만들어낸 세계가 배경인만큼, 화려한 영상 효과는 이 영화의 미덕이다.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 공간은 그 자체로도 즐겁다. 

 

불완전한 기억의 조각이 매일 추가되고 수정되면서 시각적 형태로 나타나거나, 기억의 주인이 세부적인 상황들을 안다는 것, 현실세계의 직업이 캐릭터마다 특정 능력을 장착하는 형태가 된다는 등의 게임같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설정들도 흥미롭다. 코마 세계의 욕망이 현실에서 얻지 못하거나 불가능한 것에 대한 보상적 성격을 띄는 경우도 인상적이다. 

 

 

진부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매트릭스>나 <인셉션> 이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감독은 트릭이나 복선들로 영화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헐리우드적 기술들을 보여주지만, 설명적인 느낌을 없애면서 관객에게 SF적 논리를 전달하는 감각이나, 관객을 사로잡는 결정적 상징과 비주얼, 강렬한 설정을 배치하거나 각인시키는 연출에는 미숙하다. 


이처럼 헐리우드 대작들에 비교하면 거친 느낌이 있는데다 소재마저 충격을 주기에는 다소 익숙해져버렸다는 점이 아쉽다. 반면 직설적 설명 덕분에 SF 특유의 난해함을 피해 관객이 편안하게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별히 거슬리는 논리적 허점도 거의 없다. 


<코마>는 새로운 사람이 돼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종교에 비교하며 무엇이 ‘정의’이고 ‘진짜’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많은 비중을 둔다. 


최근 SF 영화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테마인만큼, 새롭지 않은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진부한 주제는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화려하고 이상적인 가상 세계가 현실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고통스럽고 누추한 현실보다 가치가 없는 것일까? 

 


특별한 능력이 없어서 단순 노동에 투입되는 주인공에게 코마 세계의 노동자가 ‘이렇게 사는 삶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소시민적 행복을 이야기한다. 반대로 시대를 초월하는 천재에게도 현실 그 이상의 세계가 필요하다. 


부작용이 없어 평생 투약해도 문제없는 마약이 있다면? 그것과 비슷하게 현실 파괴적이지만 정신적으로 완전한 행복에 취하게 만드는 종교가 있다면? 


이 영화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지만 왜 그것을 거부해야 하는지, 당신은 거부할 수 있는지 관객에게 묻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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