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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다른 미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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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1981~2008)이었던 토머스 핀토 랜토스(톰 랜토스)는 2차 대전 나치수용소에 끌려가 탈출한 헝가리 출신 유대인이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실제 체험한 사람으로서 인권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그는 우리나라와도 매우 친숙한 정치인이다.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여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북한 인권법을 발의하였다.


2007년엔 하원 외교위원장에 올라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어떤 나라도 과거를 무시할 수 없다. 역사를 왜곡, 부인하고 희생자들을 탓하는 장난을 일삼는 일본 내 일부의 기도는 역겨운(nauseating) 부정이다”라는 혹독한 메시지로 일본을 비판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하여 우리정부는 2008년 암 투병끝에 사망한 그에게 수교훈장 광화장을 추서했다. 그를 기리는 미국 의회 내 의원그룹(코커스)이 있다. 이 코커스는 여야를 망라한 초당적 기구다. 미국 의회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법안 발의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TLHRC)’를 제도화했다. 여기엔 양당 하원의원들이 참여하여, 현재 57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예고했다. 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대북전단법은 “가장 잔인한 공산 정권에서 고통받는 주민에게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지원하는 행위를 범죄화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게다가 그는 이 법을 통과시킨 한국의 집권 여당에 대해 “자유 정당이 아니라 ‘자유를 제한하는(illiberal)’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이 법은 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를 필두로 최근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두고 미국정계의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고, 비판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위상과 비판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 지한파 의원 모임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 제럴드 코널리 하원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법안 서명 전 재검토를 촉구했다. 여기에 작년 12월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도 통일부 장관 등에게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도 “미 의회의 강한 반응은 한미 간의 장기적인 마찰을 예고하는 경고음”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이 대북전단금지에 5.18처벌법까지 더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에 까지 확산되고 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위원장도 영국 상 · 하원의 북한에 관한 초당적 모임(APPG NK) 주최 온라인 청문회에서 문제를 공개 거론했다. “특히 권위있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서 ‘민주화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부가 인권 침해를 추궁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망신이자 악몽”이라고 우리 외교가에선 크게 술렁인다.


청와대와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생존권 문제, 인권 관련 한국적 상황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여기에 여당을 중심으로 ‘내정간섭’ 등의 불편한 속내까지 밝히고 있지만, 한편으론 우선은 미 의회 청문회를 막기 위한 총력적인 외교전에 들어갔다고 한다.


필자는 이런 한미간의 갈등조짐을 보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우려한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대외정책기조의 변화조짐 말이다.


다분히 대통령의 원맨쇼가 돋보였던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정부는 의회의 역할이 강조되고, 부처의 실무적 판단에 바탕해서 정책결정을 하는 시스템정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즉 의회중심주의와 아래로부터(bottom up)의 행정이 그려지는 변화될 미국 모습이다. 우리가 국회를 무시하고 대통령만 바라보는 것과 같은 그런 미국이 아니다.


지금 미 의회의 비판을 일시적인 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문제가 있다면 글로벌스탠다드에 입각하고 한미간 우호적 관계정립의 원칙하에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백악관 일변도가 아니라 특히 의회, 국무부와의 매끄러운 관계가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


바이든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해왔다. 이 문제에 대해 지금 미 의회와 행정부가 한국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 여야의 초당적 지지를 얻은 법안도 아니고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대표적 법안이다. 이 법안이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후 한미 갈등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의회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과는 다른 미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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