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4.27 (월)

  • 흐림동두천 10.1℃
  • 흐림강릉 13.4℃
  • 서울 13.3℃
  • 흐림대전 17.6℃
  • 구름많음대구 17.1℃
  • 구름많음울산 14.8℃
  • 구름많음광주 17.1℃
  • 구름많음부산 16.3℃
  • 구름많음고창 12.8℃
  • 구름많음제주 16.4℃
  • 흐림강화 9.6℃
  • 흐림보은 15.4℃
  • 흐림금산 17.2℃
  • 구름많음강진군 14.1℃
  • 흐림경주시 14.7℃
  • 구름많음거제 16.4℃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⑮ - 계양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계양산이 나를 부른다.

고양시에서 인천 쪽을 바라보면 우뚝 솟은 산, 인근에 북한산 말고는 평야 지대라 그리 높은 산이 없는데 한강 건너의 우뚝 솟은 계양산을 바라보며 언제인가 한번은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번 주말은 계양산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요즘의 한파에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를 넘어 산행을 잠시 쉴까 생각도 했는데, 어제의 영하 18도가 넘는 날씨에도 북한산에 오른 지인이 있어, 이 정도의 추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스틱에 아이젠까지 준비하여 계양산으로 간다.

 

일반 교통으로는 한 시간 반이 걸리기에 자동차를 가지고 출발했다. 자동차로는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양산을 바라보며 오르기 시작한다. 산은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아직 흰 눈이 쌓여 그런대로 겨울 산의 정취를 보여주고 있다.

 

등산 안내도에는 계양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와 숲길을 따라 도는 둘레길 코스의 2가지 코스가 있다. 겨울 숲길은 어딜 가나 살풍경하고, 초행길은 정상을 오르는 코스를 따라야겠기에 안내도를 따라 오르는 곳은 계양산성 유적지. 유적지를 복원하고 발굴하는 곳인지 넓은 산등성이가 잔디로 덮여있고 오르는 길가에는 벌목한 그루터기도 보인다. 그루터기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조밀하고 단단하다.

 

그루터기의 나이테를 보며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 겨울 추위는 이처럼 역경에서 발휘되는 강한 생명력을 확인하고 신뢰하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겨울 추위는 몸을 차게 하는 대신 생각을 맑게 해 줍니다”.

 

사실 겨울 산은 눈이 올 때 나무에 핀 눈꽃이 볼만 하지만 며칠 전 눈은 눈꽃을 피울 정도는 아니었다. 모처럼의 한파에 눈까지 와서 다음 날 눈꽃을 보러 광교산에 올랐다던 지인도 눈꽃은 못 보고 추위에 고생만 하고 내려왔다지 않던가.

 

군사 독재의 어두운 세파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였으면서도 정신은 겨울 하늘보다 더 매섭게 빛났던 신영복 선생을 생각하면, 인간은 고통이 꼭 고통만이 아니라 고통을 극복하는 그 정신의 과정을 통해 세상을 좀 더 근본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음을, 세찬 겨울바람도 이겨내는 나이테의 단단함을 배우게 된다.

 

계양산성의 안내판과 유적 등을 돌아보며 계양산성이 삼국시대 때부터 전략적 요충지이었으며 삼국시대의 중요한 유물도 출토되었다는 안내문이 있다. 정상은 아직 더 올라야 하지만, 산성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아도 전망이 탁 트이고 양지바른 터로서 군사적으로 꽤 중요한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산성을 지나면서는 저 위에 보이는 정상까지 계단길이다. 계양구청에서 얼마나 공들여 관리하고 있는지 잘 정비된 계단 길과 쉼터 등으로 산행이 어렵지는 않다. 매우 추운 날씨인데도 아침 일찍 많은 사람이 정상으로 향하고 둘레길로 길을 잡는 것을 보면 인천 시민들이 아끼며 지자체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음을 알겠다.

 

 

정상은 생각보다 넓은 공간과 정자, 그리고 군부대 통신탑이 서 있다. 북쪽을 바라보면 멀리 북한산이 보이고 한강, 그 너머의 고봉산과 일산 전경이 다 보인다. 서쪽으로는 바다와 인천, 영종도, 강화도까지 한눈에 보인다. 동쪽으로 서울은 멀리 아스라하다. 명불허전! 사통팔달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계양산의 지정학적, 전략적 위치가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해발 395m의 표지석에는 인천의 주산으로서 동쪽의 계양산성과 서쪽의 조선 시대 축성되었다는 중심성(衆心城)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쓰여있다. 정상에서는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며 호연지기와는 좀 다른, 거칠 것 없는 풍경이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시원함이 있다.

 

사통팔달의 경관에 취해 가져간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주변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아저씨가 있다. 옆 사람이 매일 먹이를 주느냐고 물으니, 2, 3일에 한 번씩 먹이와 물을 준다고 한다. 30여 마리가 계양산에 사는데 집에서 기르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이렇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최선이란다.

 

나이가 들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 된다. 고양이가 안타까워 다 데려다 키울 수도 없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만족하는 그 아저씨를 보며, 한동네의 친구가 항상 나에게 들려주는 경구(警句)가 생각난다.

 

“세(世)는 속을 따르고 속(俗)은 세에 따라야 한다”

세에 거스르지도 속에 거스르지도 말고 구름에 달 가듯 낙화가 유수 따라 흐르듯 부딪치지 말고 살라, 내주장이 강한 내가 얼마나 까칠하게 보였으면 쓴소리를 할까! 타이르듯 나이 들어가는 법을 알려준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든 만큼 세월에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것이 ‘논어’의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나도 지천명(知天命)을 넘어 종심(從心)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긴 했다.

 

하산은 중심성(衆心城)이 있던 징매이 고개로 하여 계양산과 붙어있는 천마산을 바라보고 내려간다. 이쪽은 오르던 길의 정비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자연 친화적 길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눈길과 바위가 많이 돌출된 산성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니 계양산 산림욕장(장미원)이 나온다. 공원에는 고려 시대 문인이었던 이규보 선생의 시비가 서 있다. 정상을 올라 내려오는데 2시간여, 경인여대를 지나 다시 돌아오는 길가에 계양산성 박물관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2020년 5월 개관한 박물관에는 계양산성의 발굴 조사에서 나온 유물들과 계양 지역의 지정학적 역사로 구성해 놓았다. 동명성왕의 고구려 건국과 비류, 온조 형제의 백제 건국 이야기, 미추홀 이야기와 고려 시대 문사 이규보 선생이 13개월간 계양 현감을 하며 문집과 기록을 남긴 인연으로 공원에 시비가 서 있는 내력까지 알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오며, 인천 시민들의 박물관 견학감상문에서, 지역 역사에 관심과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계양산이 인천 시민에게 얼마나 큰 자부심인가를 알 것 같았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이재용 회장 자택 집회 “이건 선 넘었다” 비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예고하면서, 그 배경과 경제적 영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평택에서 열린 대규모 결의대회에서 노조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15%에 해당하는 약 45조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총파업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요구가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 성과 배분을 둘러싼 갈등 삼성전자 노조는 내달 21일부터 시작하여 오는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임금 인상률과 근무환경 개선 및 안전 문제에 대한 요구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회사의 우수한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 대한 성과 배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중심으로 총파업을 선언하였다. 노조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견조한 매출과 수익 증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몫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두고 삼성전자 경영진은 현재 글로벌 경기 둔화 위험과 반도체 및 신사업 분야에 대한

정치

더보기
국민의힘 영덕군수 공천 논란 확산...김광열 “금권부정경선” vs 조주홍 “악의적 흑색선전”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 경상북도 영덕군수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20∼21일 김광열·조주홍 예비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경선을 실시했고 22일 조주홍 예비후보자의 공천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 등에 따르면 김광열 예비후보자는 24일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하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의 한 관계자는 27일 ‘시사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광열 예비후보자 측이 이의신청 등을 한 것은 맞고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열 예비후보자 측은 24일 “김광열 예비후보자는 (이의 신청 등을 하면서) 조주홍 예비후보자 본인 및 그 직계존속의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인 ‘금권부정경선’ 내용과 자료를 첨부했다”며, “(첨부)자료를 통해 올해 4월 8일 조 후보의 아버지 조○○가 지역 주민 80명에게 여행경비·식대·여행자보험 등 일체의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아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행위와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수 자리를 돈으로 사려 하는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변사 현장 출동해 변사자 금목걸이 절취한 검시관 벌금형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변사 현장에 출동해 변사자의 금목걸이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검시 조사관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김기호 판사는 27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검시관 A(30대)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20일 오후 3시10분경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B(50대)씨의 목에 걸려있던 30돈짜리 금목걸이(시가 2000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공무원으로 변사 현장에서 사망자의 외표 검시를 통해 사인을 판별하고 수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맞고 있다. 최초 출동한 남동경찰서 형사가 촬영한 사진에는 B씨의 목에 금목걸이가 걸려있었지만 이후 과학수사대가 찍은 사진에서는 이 목걸이가 보이지 않으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빌라 인근에서 신고자의 진술을 청취하는 사이 B씨의 목에서 금목걸이를 빼내 자기 신발 안에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변사자 검시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고도의 직업윤리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배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사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삼성전자 총파업만은 안된다. 노사 손잡고 세계1위 기업 만들어 내길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오는 5월 21일부터 예고된 총파업은 단순히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평택캠퍼스에 집결한 4만여 명의 조합원이 외친 성과급 제도 투명화와 상한제 폐지는 단순한 금전적 요구를 넘어선, 조직 내 뿌리 깊은 ‘불신’의 발로라는 점에서 사태의 엄중함이 크다. “사측에 무리하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성과급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투명하게 알기를 원한다”는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공정한 보상 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권리 주장이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상한을 폐지하며 산정 기준을 단순화한 사례는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뼈아픈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고 결국 노조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되었다. 하지만 파업이라는 수단이 가져올 결과는 노사 모두에게 가혹하다. 업계와 학계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