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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16) -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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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남산이다. 2021년 신축년 첫 주말은 남산으로 정했다. ‘코로나19’로 모든 모임이 규제되고 있는 서울의 모습도 볼 겸, 점심을 먹고 충무로역으로 향했다. 새해 연휴의 한산함은 전철에서도 사람이 별로 없다. 충무로역에서 남산골 한옥마을로 들어서도 사람이 붐비지 않고 한가롭다. 


한옥마을을 지나고 남산의 안기부 자리였던 서울시청 별관을 지나 남산 둘레길로 올라, 남대문 방향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스팔트 길은 운동 나온 사람들만 간간이 보일 뿐, 평소의 주말보다도 사람이 적다. 한참을 가다 보니 와룡 묘가 나온다. 뜬금없는 남산의 와룡 묘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국의 제갈량을 모신 사당으로 일설에는 고종의 후궁 엄비가 자주 방문했다고도 한다.

 

근대의 혼란기에 얼마나 앞이 안 보였으면 제갈량의 지혜라도 빌리고 싶었을까 싶은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둘레길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계단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니 한성 성곽을 보수하고 있다. 


성곽 옆을 따라 계단 길을 오르다 보니 전망대가 나오고 옆으로는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남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서울시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박정희 정권 때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한석진씨가 준비하여 1962년 설치한 것을, 그 가족이 이어받아 60년 가까이 운영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가슴이 씁쓸하다. 


서울 한복판의 공원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경관을 이용하여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니! 공공의 이익을 위한 노력은 개인의 이익 앞에 너무 미약하게 느껴져 누군가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얄밉기까지 하다. 


오르는 길은 대리석 계단으로 널찍하게 잘 다듬어져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5개의 봉수대와 팔각정, 남산타워가 우뚝 서 있고 간간이 가족과 친구들이 사진도 찍으며 새해 연휴를 즐기고 있다. 
태조가 조선을 세우면서 고심한 한양의 모습과 경복궁에서 바로 바라보였을 봉수가, 육백 년 전의 도읍을 정하던 때의 상상도 된다. 


서울 시내 쪽 전망대에는 사랑의 열쇠로 한가득 채워져 있다. 그 많은 열쇠를 보며 남산이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사랑이 잘 꽃피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 내게 사랑이란, 정호승 시인이 쓴 ‘연인’이란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잘 그려져 있다. 이 책은 ‘어린 왕자’와 마찬가지로 각박한 세상에서 상처받아 삶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향한, 사람과 사람이 인연을 맺어가고 삶을 풀어가는 해법에 대한 동화 같은 이야기다.


소설은 ‘검은툭눈’과 ‘푸른툭눈’이라는 운주사의 물고기 모양 풍경이 서로 인연을 맺어 사랑을 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다가 상대방에 대한 자의적인 생각이 오해를 낳게 되고 ‘푸른툭눈’은 운주사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푸른툭눈’이 세상에 나가 여러 고생을 하며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 중의 한 구절이 가슴을 친다. 
“상처 없는 아름다움은 없다. 진주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장미꽃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그 상처 때문이다.”
“인생이 아픔인 것은 만남이 있기 때문이며, 만남은 신비하다. 그리고 사랑도 신비하다. 만남을 통해서 누구나 삶의 신화를 쓰기 시작한다.” 했듯이 만나고 헤어짐은 인생에서 필연이기 때문이다.


정상의 풍경을 뒤로하고 남산 주차장에서 국립극장 쪽으로 내려오다가 오른편 숲길로 들어서면 산림욕장이 나온다. 여름이면 깊은 숲 그늘 밑에서 시원하게 낮잠 한잠 잘 수도 있다. 이곳부터는 한남동 위쪽의 숲길을 통해 다시 남대문 쪽으로 이어진다. 메타세콰이어 숲도 있고, 잡목 숲도 있고 소나무 군락도 보이며 산속 숲길의 겨울 풍경을 거닐며 다시 돌아 남산 도서관 주차장 쪽으로 나온다. 


옛 어린이회관 건물 주위는 안중근 동상과 기념관, 안중근 의사의 말씀들이 비석으로 서 있다. 조선이 일제에 의해 병탄 당한 울분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형무소에서 숨져간 대한의 영웅, 역사는 안중근을 기억하고 있지만, 안중근을 지원한 최재형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는 이제야 조금 알려져 있다.


최재형은 1860년대 말 최초의 고려인 이민자로서 노비의 자녀로 출생했다. 고아로 러시아 상선 선장의 도움으로 러시아에서 교육받아 각고의 노력 끝에 1900년대 초 러 · 일전쟁으로 인한 특수로 군수 산업 분야에서 큰돈을 벌어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연해주 굴지의 거부가 되어 연해주 독립운동의 중심에 섰다 한다. 


최재형이 설립한 동의회 산하 의병부대인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뒤에는 최재형이 있었다. 안중근은 최재형의 집에서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을 하고,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최재형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 주살을 모의한다. 


당시 하얼빈은 중국의 영토였지만 러시아가 조차해서 다스렸다. 하얼빈에 이토 히로부미가 오니 최재형은 그의 사살 장소를 하얼빈으로 정해, 안중근은 최재형의 집에서 권총연습을 한다. 최재형은 안중근에게 권총을 사주고 안중근 거사 후 일본이 관할 하지 않는 러시아 법정에서 재판받도록 계획하고, 안중근의 변호인도 준비했다. 


그러나 안중근이 1910년 일본 법정의 불법재판 끝에 순국하자, 최재형은 자신이 안중근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자책감을 느껴 안중근의 처자들을 보호하였다. 최재형은 조선에서는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오로지 한인들을 위해 살았고 엄청난 자금을 독립운동에 쏟아부었다. 


안중근 기념관 아래쪽의 남산공원은 한양 성곽과 수크령 언덕, 넓은 잔디와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 이시영 선생의 동상 등이 어우러져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수고한 분들을 기리는 장소로 훌륭해 보였다. 역시 한 나라의 국력이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며 뒤처지지 않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리라.

 


요즘 읽은 ‘조관희 교수의 중국사’를 다시 보며 느끼는 것은 근대 격변기의 중국이 내건 중체서용(中體西用), 조선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의 명분도 모두 힘에 의해 이루어지며 힘없는 구호는 약한 자의 미사여구일 뿐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음이리라.


역사의식을 안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택동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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