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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리 내려도 소비 늘지 않아 ... 집·주식만 오르는 유동성 함정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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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 이후 통화 정책 '공식' 깨져…'금리 인하→집값 상승→소비 증가' 미성립
원리금 상환 확대, 빚 부담 늘린 탓
"집·주식 불안정성만…새 통화 정책 찾아야"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를 막겠다"며 지난 2019~2020년 기준 금리를 4차례(1.75 → 0.5%) 낮췄지만, 민간 소비를 늘리는 데는 직접적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인하 → 소비 증가'라는 통화 정책 공식이 깨진 셈이다.

 

이런 현상은 2008~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부터 두드러졌다.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난 여파다. 금리 인하는 되레 유동성을 키워 부동산·주식 등 금융 시장 안정성만 해친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경제·산업 동향&이슈' 1월호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조은영 국회예정처 경제분석총괄과 분석관은 "2000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를 조사했다"면서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전기 콜 금리(은행 등 금융사끼리 단기 자금을 주고받을 때 쓰는 이자율) 변동이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세계 금융 위기 이전까지는 전기 콜 금리를 1%포인트(p) 인하하면 민간 소비가 0.008% 증가했지만, 그 이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반면 주가 변동에 따른 민간 소비 영향은 더 커졌다. 주가가 1% 오르면 민간 소비 증가율은 세계 금융 위기 이전 0.016%에서 이후 0.044%로 높아졌고, 통계적 유의 수준도 올라갔다.

 

이런 현상은 시중 유동성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 국회예정처에 따르면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주요국이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지속한 결과 총통화(M2·현금 등 협의 통화(M1)에 예적금 등을 합한 것)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유동성은 2000년 108.7%에서 2019년 151.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M1은 29.1%에서 48.3%로, 금융기관 유동성(Lf·M2에 금융채 등을 포함한 총유동성 지표)은 145.3%에서 214.8%로 증가했다.

 

과거 금리 인하는 주택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민간 소비를 늘렸지만,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는 이런 효과마저도 제한됐다. 세계 금융 위기 이전에는 실질 주택 가격 지수가 1% 오르면 민간 소비도 0.32% 증가했지만, 이후에는 0.06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없다는 것이 국회예정처의 설명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 방식이 확대되면서 금리 인하가 민간 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대출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 대책'을 발표, 원금 분할 상환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비거치 분할 방식 비중은 2011년 7.7%에서 2017년 49.8%로 증가했다. 가계의 채무 부담이 증가하면서 민간 소비 증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리 인하가 늘린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시장으로 집중돼 금융 시장 안정에 관한 우려만 커지고 있다. 통화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실제로 한은이 기준 금리를 낮춘 기간 부동산 시장 소비 심리 지수(전국 평균치 기준)는 2019년 6월 98.5에서 2020년 11월 134.9까지 올랐다. 주식 시장 고객 예탁금은 2021년 말 기준 65조5000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2% 증가했다.

 

조은영 분석관은 "금융 당국은 물가와 금융 시장 안정을 목표로 공개 시장 조작·지급 준비제 등을 운용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 "금리 변동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기가 어려우므로 통화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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