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05 (금)

  • 맑음동두천 -1.7℃
  • 맑음강릉 5.7℃
  • 맑음서울 0.3℃
  • 맑음대전 2.9℃
  • 맑음대구 4.2℃
  • 맑음울산 4.5℃
  • 맑음광주 5.0℃
  • 맑음부산 5.5℃
  • 맑음고창 3.9℃
  • 구름조금제주 8.8℃
  • 맑음강화 0.4℃
  • 맑음보은 1.4℃
  • 맑음금산 2.7℃
  • 맑음강진군 5.8℃
  • 맑음경주시 4.5℃
  • 맑음거제 4.8℃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시네마 돋보기】 <페어웰>

URL복사

진정을 담은 거짓말
말기암 할머니를 속이기 위한 가짜 결혼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뉴욕에 사는 빌리의 가족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할머니를 위한 가짜 결혼식을 꾸민다. 손자의 결혼식을 빌미로 온 가족이 중국에 모이고 할머니를 위한 파티를 연다.

룰루 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녹여냈다. 한국계 어머니와 중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콰피나가 주연을 맡았다. 

 

집단과 집단의 구분과 차이

 

영화는 빌리와 할머니의 전화통화 장면에서 시작된다. 뉴욕에 사는 빌리는 중국의 할머니에게 시종일관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할머니를 안심시키거나 염려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이는 할머니 또한 마찬가지다. 배려의 거짓말은 어디까지가 선의일까? 


할머니는 말기암으로 3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미국에 사는 빌리 가족과 일본에 거주하는 사촌 가족은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숨기기로 합의하고 손자의 결혼식이라는 거짓 이벤트를 구실로 중국의 할머니 집에서 모인다. 


빌리는 암에 걸린 할머니에게 병명을 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할머니를 속이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중국적 사고방식에 반발한다. 빌리의 상처를 우려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어머니의 선택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또한 빌리의 죄책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영화는 집단과 집단의 구분과 차이에 집중한다. 빌리는 그 사이에 서 있는 경계인이다. 할머니는 혈연주의적 배타성을 노골적으로 보인다. 아들과 손녀 빌리에게는 무조건적 사랑을 표현하지만, 자신과 함께 사는 동거인 할아버지나 손자의 여자친구를 비롯한 며느리에게는 비교적 냉담하다. 


할머니의 감성은 빌리의 시각이나 영화 전체의 관점과도 은근히 겹친다. ‘원 밖의 사람들’은 이방인이 보는 낯선 나라의 거리풍경처럼 이질적 존재로 그려졌다. 할머니의 동거인이나 남자친구와 만난지 3개월만에 중국까지 와서 가짜 결혼식에 동참하는 사촌의 여자친구는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 이상의 관계성을 지닌 위치임에도 외부인으로 표현된다. 


할머니의 병에 대해 감정적으로 초연할 수 없을 듯한 동거인 할아버지의 무감정적 표정이나, 수동적이고 자기 표현이 없는 일본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된 사촌의 여자친구는 대상화된 캐릭터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


혈연과 비혈연의 구분처럼, 영화는 미국과 중국, 동양과 서양을 반복적으로 대비시킨다. 호텔 직원은 빌리에게 ‘미국과 중국 중 어디가 좋아요?’라고 묻는다. 중국에 사는 고모와 빌리의 어머니는 어느 나라가 좋은지 경쟁적으로 논쟁한다. 


빌리의 아버지는 가족들이 할머니에게 하고있는 거짓말에 대해 ‘미국에서 이건 범죄야’라고 말한다. 일본에 사는 삼촌이 ‘할머니의 병명을 알려주지 않는 거짓말’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근거로 드는 장면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논쟁이 중국과 미국을 넘어 동양과 서양으로 확장됨을 명확히한다. 


영화는 타문화이자,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빌리는 서른이 되는 지금까지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 중국에서도 그녀의 위치는 이방인이다. 중국어조차 서툰 빌리의 눈에 중국의 모든 것은 낯설다. 


익숙한 것들이 사라지고 할머니와 헤어진 이민 초기 시절의 혼란과 공포는 사실 끝나지 않았다.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은 오히려 빌리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한바탕 거짓말을 통해 빌리는 가족이라는 끈끈한 유대감과 중국인으로서의 추억과 정체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힘을 얻는다. 그것은 거짓말에 내포된 사랑과 가족주의, 동양적 가치관에 대한 이해다. 


대부분의 아시아 관객, 적어도 다수의 한국인 관객은 빌리와 나란히 경계선에 서서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동양적 감수성은 익숙하긴 하지만 구시대적이거나 부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가 뒤엉켜 있는 현재 동아시아인의 관점에서 집단적이고 가족주의적이라는 단어로 도식화된 동양적 특징들을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힘들다.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 차이에 대한 삼촌의 설명은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뉴욕에 없다는 대가족은 아시아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문화다. 


영화는 마치 말기 암에 걸린 할머니에게 병명을 알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중국에 존재하며, 나아가 아시아적 가치관으로 규정짓고 오해하게 만들지만, 한국의 설문조사에서 시한부 판정을 당사자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지 오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유쾌하고 따뜻한 작별 인사는 한국인에게 진부한 것일수도 있고, 발견일 수도 있다. 환자에게 병명을 숨기는 거짓말은 작별할 시간을 주지 않고 권리를 빼앗는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사랑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페어웰>의 메시지 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손정의 회장 접견 'AI 3대 강국 실현 위해 조언·제안 해달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만나 "한일 간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이 중요하다"며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손 회장을 접견하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협력 과제 중요한 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손 회장을 향해 "대한민국이 세계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지향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협조와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첫눈을 귀히 여겨 서설이라고 하는데 손 회장님은 이전에도 김대중 대통령님, 문재인 대통령님 때 좋은 제안을 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며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좋은 제안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AI 기본사회를 소개하며 "상수도 하수도처럼 대한민국 내에서 모든 국민 모든 기업 모든 집단이 인공지능을 최소한 기본적 활용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인공지능의 위험함과 유용성을 알고 있는데 위험함을 최소화하고 유용성 측면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손 회장이"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과 조언을 줬다"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