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4.12 (일)

  • 구름많음동두천 7.9℃
  • 구름많음강릉 10.3℃
  • 구름많음서울 9.2℃
  • 구름많음대전 11.6℃
  • 구름많음대구 16.6℃
  • 구름많음울산 16.4℃
  • 흐림광주 13.8℃
  • 흐림부산 16.9℃
  • 구름많음고창 10.7℃
  • 흐림제주 15.3℃
  • 흐림강화 5.6℃
  • 구름많음보은 9.7℃
  • 구름많음금산 11.3℃
  • 흐림강진군 13.4℃
  • 구름많음경주시 15.6℃
  • 흐림거제 15.3℃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19) - 고령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고령산이다. 어제의 동창들과의 산행은 금주 집사람의 미용 국가고시 합격통지에, 작년 말에 시집간 딸네가 축하 파티차 방문하겠다는 연락으로 불참, 일요일 점심을 먹고 집사람과 둘이 양주에 있는 보광사로 향했다. 집사람은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무엇인가 배워보겠다는 의지가 대단하고 밝게 사는 긍정적 삶의 자세가 장점이다.


보광사는 신라 진성여왕의 명으로 도선국사가 창건한 비보 사찰로 천년 사찰의 전통을 이어 내려온 절이란다. 절을 품고 있는 고령산은 양주에서는 감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봄가을의 꽃과 단풍이 좋은 산으로 소문이 나 있는 흙산이며 우리 가족이 고양시에 자리를 잡고는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물에서 놀기도 하고 집사람과 곧잘 산행하였으나 한동안 발길을 하지 않아 오랜만에 온다.


보광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곡을 끼고 오르다 보광사에서 바로 도솔암 길로 접어들었다. 도솔암 오르는 길은 수십 미터 높이의 전나무 숲이 자랑이다. 어느 정도 오르다 보니 얼마 전 내린 눈이 녹아서인지 비탈길이 진흙으로 미끄러지며 등산화가 곧 엉망으로 질척거린다. 또 오르던 길도 도솔암 가기 전에 등산로가 새로 났는지 옛 기억과는 다른 새로운 길 풍경이다.

 

화창한 양지는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지고 나뭇가지의 겨울눈도 봄맞이하는 듯 생동감이 보인다. 벌써 통영에 있는 친구의 소식에는 매화가 피었다던데 그러고 보니 입춘도 지났으니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생장의 준비를 하는 듯도 하다. 


아직 푸르름은 없지만, 이곳저곳 등산객을 위한 쉼터를 잘 만들어 놓아서인지 집사람과 양지바른 벤치에 앉아 가져간 과일과 커피를 마시며 맞은편 산등성이의 군부대를 바라본다. 고령산 정상의 앵무봉 맞은편은 군부대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고령산 정상 옆에도 헬기장과 교통로 등 군 시설이 있는데 양주는 북쪽과 가까워서인지 더욱 눈에 뜨인다.


분단의 아픔. 우리의 근대사는 세계의 시류에 어두운 우물 안의 개구리 꼴로 외세의 시련을 뼈아프게 겪고 지나온 민족 분단의 역사다. 


민주주의도 싹트기 전, 냉전의 아픔으로 탄생한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경쟁으로 군사 정권이 들어서고 북쪽과의 대치상황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엄정한 비극이 아직도 존재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


어렸던 중학교 시절 10월 유신이 발효되고 고등학교 입시를 위해 급하게 새로운 헌법을 공부해야 했던 시절,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줄 알았다. 남북한의 대치에서 오는 지극히 폭력적 상황에서 정치라는 것도 사회생활을 하며 알음알음으로 배운 그 시절의 역사, 우리의 박정희 대통령이 모든 고초를 이겨가며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줄 알았다. 


아직도 평가가 엇갈리는 그 시절의 상황에 대해 언젠가 공개된 ‘프레이져 보고서’로 읽은 적이 있다. 
프레이져 보고서는 ‘박동선 게이트’라고도 하며, 미 의회의 국회의원들을 매수하려 한다는 코리아 게이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보고서다. 물론 미국의 시각이지만 코리아 게이트는 우리로서는 당연한 듯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은 덤으로 박정희 정부의 부패에 대한 통렬한 사실들이 적시되어 있어, 그 당시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한 보고서의 역자 김병년의 비유가 생각난다.

 


‘삼성전자는 단말기 케이스 생산을 납품하는 정희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애플이 중국에서 지원하는 일성 유한공사의 저가 단말기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정희산업에 새로운 단말기 라인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대부분을 지원했고, 생산라인의 건설, 핵심 직원들의 훈련 및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은 정희산업은 시장 진입에 성공한 후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정희산업 사장은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모든 자금의 10~15%를 개인적으로 착복했다. 부품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하청 업체에서 20%를 되돌려 받았다. 또한 본국 송금이나 제3국 교역을 통한 상당한 자금을 사장의 차명 계좌로 빼돌렸다. 임금도 낮았다. 불만을 제기하는 노동자들은 중국 공안을 매수하여 조용히 해결했다. 


정희산업은 삼성전자가 처음 지원했을 당시보다 매출이 수백 배 늘었고, 일성 유한공사가 차지했던 시장 점유율의 60% 이상을 잠식했다. 정희산업의 성장은 ‘사장의 능력일까, 삼성전자의 힘일까.’ 역자는 묻는다.


정희산업 사장의 통치술은 프레이저 보고서에 나타난 것을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로 재현된 것과 같이, 주변의 참모들을 경쟁시키며 재벌 오너의 왕국을 꿈꾸었다. 정희산업 사장의 비극적 종말 뒤에도 그의 경영술을 이어받은 군사 정부는 기업에 정치자금을 강요하는 습성이 오랫동안 우리의 정치를 불신하게 했다. 


군사 정부를 오랫동안 용인한 덕에 최첨단의 전자 장비를 가진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힘을 내어 오른 정상은 예전에 없던 정자도 있고, 사방이 잘 보이는 전경이 펼쳐진다. 가까운 북쪽의 저수지는 최근 출렁다리로 유명한 마장 공원도 보인다. 미세먼지가 있어 뿌연 하늘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저 멀리 한강이 반짝이며 흐르는 것도 보인다. 


정상에 오르면 오르는 수고에 비례해 바라보는 전망에서 큰 보상을 받는 듯 뿌듯함이 마음 가득하다. 집안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기에 산을 찾는 듯하다. 


하산은 오르는 급경사를 피해 서쪽의 임도 길을 따라 하산한다. 응달의 잔설이 녹은 부분은 진창길로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오며 저 아래 보광사 전경을 바라본다. 양지바른 숲속에 포근히 담긴 산사의 풍경이 평화롭다. 한 시간여의 하산길에 들른 보광사는 경기도 내에서는 제법 큰 사찰이다. 


특히 보광사 ‘어실각’은 이 근처에 조선 최장수 임금인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소령원’이 있어, 영조가 보광사에 숙빈 최씨의 위패를 모신 어실각을 짓고 이곳에 최씨의 위패를 모시고 숙빈을 위한 명복을 빌도록 했으며, 어실각 옆의 향나무를 직접 심었다 한다. 


그 향나무가 300년이 넘었다 하더니 어실각 옆에 비스듬히 서 있다. 또한 보광사의 대웅보전의 현판도 영조가 쓴 글이라 한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자 오늘도 누군가의 명복을 빌고 장례 버스가 돌아가고 있다. 돌아오는 산길에 무수히 보이는 용미리 공동묘지의 무덤들을 지나며 그 무덤들의 죽음에도 나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걸 생각하니 이탈리아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말이 생각난다.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성남서현지구, ‘공공개발의 탈을 쓴 수익 사업’?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판교신도시 개발과정에서 토지를 협의양도한 분당 호산나교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성남서현 공공주택지구의 지구계획 변경 안에서 종교시설용지가 제외되면서 관련된 규정과 시행령 간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LH가 막대한 분양 수익이 예상되는 산업 용지를 대규모로 편성한 것은 공공개발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일 지번 내 농업인은 ‘적격’, 교회는 ‘제외’? 분당 호산나교회가 소유한 종교시설용지를 사업 대상에서 뺐거나 보상하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 부족과 법령 적용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1일 LH가 발표한 이주 및 생활대책 심사 결과에 따르면, 분당 호산나교회와 같은 번지(서현동 110번지 일원)에 거주하던 농업인들은 성남낙생지구 통합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과 생활대책 적격자로 선정됐지만, 교회만 제외됐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대주택 우선공급과 생활대책은 요건을 갖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LH는 종교용지 공급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구 지정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해

정치

더보기
양향자,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싸움꾼 아닌 일꾼, 법률기술자 아닌 첨단산업전문가 절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경기도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도시다. 최대 인구, 최대 경제력, 그 핵심인 최대 첨단산업을 책임질 유능한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눈부신 경제 성장의 과실을 31개 시군 한 분 한 분의 삶에 반영하고 경기 남·북도의 격차를 체계적으로 줄일 준비된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싸움꾼이 아닌 일꾼, 법률기술자가 아닌 첨단산업전문가, 자기 정치를 위해 경기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 자기를 던질 사람이 절실하다”며 “추미애 후보는 경기도를 잘 모른다. 첨단산업은 아예 모른다. 피아 구분 없이 좌충우돌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파괴왕’ 같다"고 비판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의힘이 견제해야 한다. 경기도에서만큼은 민주당의 폭주를 막아내야 한다. 중도 확장성 없는 추미애부터 중도 확장성 높은 양향자로 이깁시다”라며 “경기도의 미래를 걱정하는 도민들, 양당의 극단적 지지층이 아닌 합리적인 도민들, 첨단산업의 힘을 믿는 도민들과 함께 경기도 선거 모두를 역전시킵시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성남서현지구, ‘공공개발의 탈을 쓴 수익 사업’?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판교신도시 개발과정에서 토지를 협의양도한 분당 호산나교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성남서현 공공주택지구의 지구계획 변경 안에서 종교시설용지가 제외되면서 관련된 규정과 시행령 간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LH가 막대한 분양 수익이 예상되는 산업 용지를 대규모로 편성한 것은 공공개발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일 지번 내 농업인은 ‘적격’, 교회는 ‘제외’? 분당 호산나교회가 소유한 종교시설용지를 사업 대상에서 뺐거나 보상하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 부족과 법령 적용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1일 LH가 발표한 이주 및 생활대책 심사 결과에 따르면, 분당 호산나교회와 같은 번지(서현동 110번지 일원)에 거주하던 농업인들은 성남낙생지구 통합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과 생활대책 적격자로 선정됐지만, 교회만 제외됐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대주택 우선공급과 생활대책은 요건을 갖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LH는 종교용지 공급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구 지정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해

문화

더보기
감정을 견디는 사람의 느린 태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그리움에게 먹이를 주지 않기로 했다’를 펴냈다. 박종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사랑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 특히 ‘그리움’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하는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일상과 자연, 관계 속에서 길어 올린 언어를 통해 감정을 덜어내는 과정과 삶을 견디는 태도를 시적으로 풀어냈다. 대한시문학협회 회원이자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박종한 시인은 시집 ‘부여받은 의미’를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 왔으며, 한국시서울문학상과 여울문학윤동주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지우기보다 스스로 조절하고 바라보는 태도에 집중하며 보다 성숙한 시선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잊기’보다 ‘덜어내기’에 가까운 감정의 방향을 제시한다. 반복적으로 되새김질하며 커지는 감정의 속성을 짚으며, 이를 스스로 통제하려는 태도를 시 전반에 담아냈다. 자연과 일상의 소재를 통해 감정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 특징이며, 독자로 하여금 설명 없이도 감정을 체감하게 만든다. 또한 사랑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이상화보다는 거리와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드러난다.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스며드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정치(政治)’를 잃은 시대, 지도자의 야욕이 부른 재앙
야욕이 낳은 비극, 명분 없는 전쟁의 참상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동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당초 단기전 예상을 깨고 4주째를 넘기고 있다. 이란의 저항이 거세어지며 장기전 돌입이 자명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란의 반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정당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중동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까지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내상을 입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왜 총성을 울렸는가? 명분은 자국민 보호였으나, 실상은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이라는 '개인적 정치 야욕' 때문임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지도자의 광기에 가까운 무모함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극단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정치(政治)의 한자를 풀이하면 ‘구부러진 곳을 편편히 펴서 물이 흐르듯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즉, 삶이 고단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펴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정당이 존재하고, 정권을 획득한 집권 여당은 행정·사법부와 협력하여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