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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거리의 사람들을 봄의 하객으로 초대하는 색다른 예식 <What a lovel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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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명소라 임승현 작가의 2인전 ‘What a lovely day!’가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4월 21일부터 5월 4일까지 개최된다.

두 작가의 결혼식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아보카도의 초록색을 콧잔등에 묻힌 신부와 밀짚모자의 노란색을 뺨에 물들인 신랑이 “오늘 참 멋진 날이지 않아요?”라고 외치며 거리에 나온 사람들을 봄의 하객으로 초대하는 색다른 예식이다.

정신없이 바쁘고 아픈 현대사회에서는 우리를 웃음 짓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가 전복돼 번쩍이는 탈을 쓴 채로 사람들을 속인다. 베풂의 미덕보다 빼앗기지 않는 법을 되새기고 공허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빈 플라스틱 껍데기 같은 외면 위로 화려함을 덧칠한다. 보이지 않는 족쇄에 묶인 많은 이들이 자신과 상대를 할퀴어대며 저마다 바삐 불행해지곤 한다. 너무도 다른 서로의 모습에 이해보다는 섣부른 오해를 앞세우며 공존이 아닌 고립으로 향하는 괴로운 세상 속에서 두 작가는 어떻게 오늘 하루도 ‘이거 정말 끝내주게 사랑스러운 날인데?’하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임승현 작가는 따뜻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명소라 작가는 강렬한 색감으로 재해석된 성화(聖畫)의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톨릭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명소라 작가는 인간이 욕망하는 화려함의 이면과 본질, 그를 통한 자아의 명암(明暗)에 대해 고찰했고 불완전하고 나약한 자아를 지탱하고 위로해 주는 대상들을 이콘(icon)이라 하는 상징성이 담긴 성화로 표현하는 작업을 발전시켜왔다. 작가의 자전적인 종교화 속 마리아는 의사 가운을 입고 그녀의 품에는 예수 대신 고양이가 안겨있다. 예수님의 심장에는 오토바이 엔진이, 갓난아기를 감싸고 있는 나이 든 여성의 얼굴엔 더 없는 온화함과 성스러움이 깃들어있다. 이처럼 작가에게 있어 ‘종교’란 세상을 창조한 절대자나 깨달음을 얻은 인외(人外)적인 존재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아주 가까이에 실재하는 소중한 것들이 ‘나’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품을 통해 비종교인인 자신에게 종교적 믿음을 가지게끔 해준 것들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성인(聖人)의 모습이 걸린 벽면의 반대쪽에는 보호받지 못하고 상처받은 현대인들의 마음에 소망의 거울을 비춘듯한 임승현 작가의 동화가 펼쳐진다. 여전히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으며 행복을 꿈꾸는 동화 속 인물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스스로가 삶의 주인임을 알고 있고 동글동글하게 빛나는 눈에는 다른 이들이 주장하는 행복의 공식이 아닌 나만의 철학과 확신이 가득 담겨있다. 동양화의 수묵기법으로 시작된 작가의 인물 관찰기는 대상자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더욱 솔직하고 호소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만화적이고 풍자적인 형태와 연결 지어졌고 티 없이 따뜻한 색채로 완성됐다. 애틋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눈 오는 날 케이크를 싣고 운전을 하는 것,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위해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 실없는 대화 속에 솟아오른 봉긋한 광대의 진주알 같은 광채를 발견하는 것처럼 아주 미미한 것에도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며 귀중히 여길 수 있다면 그 마음은 나와 상대를 거쳐 세상을 향하게 된다. 작가는 이 모든 연쇄 반응이 결국 삶을 사랑하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되면 아무리 짙은 먹구름이 낀 날에도 이렇게 외치고야 마는 것이다. ‘What a lovely day, What a lovely day!’ 이 얼마나 멋진 날인지.

우리를 지키는 ‘신성(神聖)함’과 우리가 지켜야 할 ‘선(善)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명소라 임승현 작가의 만남은 서로 다른 세계가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변화가 사실은 다채롭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모래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사랑스러움을 발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두 작가는 자신들의 뜻깊은 결혼식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그림의 의도와 상징성에 갇히지 않고 작품 속 이야기를 음미하는 재미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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