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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24) - 문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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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문수산이다. 개인 사정으로 어제 동기 산행에 불참, 집사람이 강화도 고려산의 진달래 축제가 볼만하다 하여 일요일 고려산 산행을 계획한지라 아침을 먹고 강화로 차를 몰았다. 차를 몰며 주차장 검색을 하던 중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려산 축제가 취소되었으며 4월 10일부터 등산로도 폐쇄되었다는 보도에 강화도 입구의 문수산으로 급히 장소를 변경하였다. 


문수산은 김포시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문수산성은 숙종 때 강화유수가 강화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축성하여 12년이 지난 숙종 20년(1694)에 완성한 산성이다. 조선 말기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한 격전을 치른 곳으로도 유명하다.


강화도로 휴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지 차량이 많아 차 길을 따라 서행하다가 강화대교 진입 직전에 우측으로 빠져 문수산 산림욕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등산로를 확인하며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문수산 숲은 아래쪽에 산림욕장과 캠핑 장이 있을 정도로 수목이 울창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휴식하기 좋은 편의 시설들이 많아 정말 가족과 휴양하기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울창한 소나무와 전나무 숲을 지나 오르는 길도 봄날의 화창함과 막 돋아나는 새순들의 초록으로 싱그럽다. 


가족과 친구, 연인인듯한 사람들끼리의 산행 인구도 제법 많다. 화사한 옷차림과 화창한 날씨, 계곡의 청량함과 다양한 초록을 만끽하며 오르다 보니 능선에 오르고 어느 정도 오른 능선에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강화대교와 강화도, 그리고 바다도 보이기 시작한다. 눈앞의 소나무에는 솔 순이 벌써 한참을 올랐다. 


솔 순을 보면 고교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문설주에 기대어 읽어주시던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 시도 생각난다. 그때의 청춘을 신록이 소환시켜 주는 듯 정겹기도 하다.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힘을 내어 정상을 향하니 능선 길을 따라 성곽이 보인다. 문수산성을 복원하는 중이라는 안내문도 보이고 성곽 밑으로는 철쭉꽃이 만발하게 피었다. 


만개한 철쭉을 바라보며 위쪽의 성곽 옆으로 난 싸리꽃과 복숭아꽃의 화사함도 즐기며 오르는 능선 중간에는 시원한 막걸리 주막도 보인다. 주막을 지나면서 헬기장도 보이고 한옆에는 문수 제단이라는 조그마한 제단도 있다. 아마 시산제라도 지내는 모양이다.


꽃 감상을 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문수산 정상, 해발 376m라 쓰인 표지석에서 사진 한 장 찍고 그 뒤에 있는 문수산성 장대에 들어가 본다. 장군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지휘하던 장대라는데 그다지 넓지는 않지만, 사방이 탁 트인 게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자격은 충분한 걸 알겠다. 특히 북쪽으로는 한강하구가 전부 보이며 북한지역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북한이라는 관심이 자꾸 북으로 향하게 되고 북쪽으로 갈수록 한강 건너의 코앞의 북쪽 땅이 넓게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화창하여 미세먼지도 별로 없다는데 화창한 날씨에 보인다는 송악산과 개성이 아스라하다. 전망대에 올라 북쪽을 바라다보는 마음은 미묘하다. 이리 가까웠던가 하는 마음과 저 멀리 개성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라도 설치해 놓았으면 좋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 뿌연 운무가 갑갑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읽은 <2050 거주 불능지구/데이비드 윌러스 웰즈>라는 책에 의하면, 인류가 화석 연료를 태우기 시작하면서 지구 온난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기온이 4도 올라가면 2003년 유럽에서 하루 2000명꼴, 그해 여름 3만 5천여 명의 사망자를 낸 살인적인 폭염(暴炎)이 일상적인 여름 날씨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지구 온난화로 2050년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의 미세먼지도 결국 인류가 만든 온난화의 한 현상으로, 지상에서 빙하가 완전히 사라지면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와 맞먹는 온실효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추정된다.  지난 25년 치 배출량이면 인류가 지금까지 배출한 총탄소량의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지질학에서는 현재의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EBS 다큐멘터리 방송에 의하면, 공식적으로 현재의 지질시대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다. 홀로세는 약 1만1700년 전에 시작되었다. 그런데 인류에 의해 지구가 짧은 시간 급격히 변했기 때문에 홀로세와 구별되는 새로운 지질 세대를 인류세로 명명하자는 것이 인류세 담론의 핵심이다.


사회 경제적 변화와 지구 자료들은 산업혁명부터 1950년 직전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1950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는데, 이를 ‘거대한 가속’으로 명명했다. 이 ‘거대한 가속’은 지구시스템의 변화비율을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밀어붙였고, 결국 지구시스템은 홀로세의 안정적인 상태를 벗어나, 앞으로의 가속은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지구까지 좌지우지하는 인류의 횡포 앞에서, 또한 인류가 만든 이념으로 인한 분단 때문에 많은 고통을 나누고 있는 우리의 산하를 바라보며 쓸데없는 상념으로 북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내려오는 길은 문수사를 지나는 제2 등산길을 택했다. 문수사는 조용했다. 조용한 숲길에는 등산객이 거의 없이 호젓하여 산새 소리도 들린다. 내려오다 길을 잃었나 길이 보이지 않는다. 모노레일의 선로를 따라 거친 산길을 한참 내려오니 전방 해병대의 유격장이 보이고 그 옆으로 등산로라는 표시가 있다.

 


집사람이 길옆에서 엄나무를 알아보고 엄나무 순을 딴다. 봄에 나오는 나물로는 엄나무 순 나물이 제일이라며 횡재했다고 가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엄나무는 음나무라고도 하며, 그 많은 단단한 가시로 자신의 순을 동물이 못 먹게 지키면서도 엄나무가 자라면 그 가시가 무뎌진단다. 


숲 해설가 남영화 씨의 책, <숲에서 한나절>이라는 수필집에서 읽은 인상적인 구절을 다시 떠올려 본다. 


“사람도 나이 들면 가시를 무디게 할 줄 알아야 한다. 내 속의 헛된 바람들과 과도한 열망들이 만든 가시,  살아가면서 내 안의 가시를 무디게 하고 더 많은 것들을 포용하고 너그러워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엄나무처럼 나이 들수록 내 안의 가시를 무디게 하고 세상에 날을 세우는 대신 점점 더 너그러워지는 지혜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유격장을 빙 돌아 내려온 곳은 성동저수지, 저수지 옆에는 캠핑 장으로 텐트와 캠핑 차량으로 만원이다. 저수지를 둘러싼 신록의 풍경과 바닷가 특유의 바람이 어우러진 김포 문수산만의 매력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에 노상에서 파는 강화 인삼 막걸리를 한 병 샀다.

 

집에서 문수산 엄나무 순 나물과 강화 인삼 막걸리로 오늘의 산행을 집사람과 기념해야겠다. 지구는 황폐해지더라도 생명은 어떻게든 진화하며 환경에 적응하겠지만, 인류가 만든 온난화와 플라스틱 쓰레기 속에서 지구 생명의 삶은 어찌 될 것인가?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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