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27 (목)

  • 흐림동두천 6.9℃
  • 구름조금강릉 10.5℃
  • 서울 6.4℃
  • 흐림대전 8.6℃
  • 구름조금대구 11.3℃
  • 구름많음울산 12.4℃
  • 흐림광주 9.8℃
  • 구름많음부산 12.6℃
  • 흐림고창 7.7℃
  • 황사제주 13.2℃
  • 흐림강화 6.9℃
  • 구름많음보은 7.7℃
  • 흐림금산 7.6℃
  • 구름많음강진군 11.2℃
  • 구름많음경주시 12.1℃
  • 구름조금거제 11.2℃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26) - 북한산 '숨은벽'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북한산 ‘숨은벽’이다. 숨은벽은 북한산 정상의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숨어있는 암벽이라는 뜻으로, 북쪽에서만 바라보아야 보인다고 하여 ‘숨은벽’이라 불린다. 


지난번 동기 산행의 숨은벽 산행을 금산 여행으로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고, 지난 주말 내내 내린 비로 산행을 하지 못해 초파일 부처님의 가피로 쉬는 날, 숨은벽 산행을 계획하였다. 언제 찾아가도 명산인 북한산, 그중에서도 숨은 매력을 보여주는 숨은벽 코스는 북한산이 간직한 가장 은밀한 비경이 아닐까 한다.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구파발에서 버스로 갈아타 효자 2동 정류장에 내린다. 이른 아침인데도 북한산성 입구 정류장에서 많은 등산객이 내리고, 효자 2동에는 나 혼자 내려 국사당 숲길로 들어가니 자가용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등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접근성이 불편한 숨은벽 코스는 숨은벽 능선을 탄 후, 백운대를 오르지 않고 원시림에 가까운 밤 골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원점회귀도 가능하다. ‘밤골공원 지킴 터’를 지나며 오르는 산길은 평범한 숲길이다. 지난 주말 내내 내린 비로 보이지는 않지만, 밤 골 계곡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는 숲은 초여름 아침의 싱그러운 바람과 그 속에 묻어오는 향긋한 아카시아 향이 너무 달콤하다. 산길을 따라 산사나무 꽃이며 붉은병꽃나무 꽃, 한국 토종이라는 일명 ‘미스김 라일락’도 피었다. 


오르는 도중의 길가에는 솜사탕 같은 노린재나무 꽃도 피고 잎에는 무슨 나비의 애벌레인지 생명이 반짝이고 있다. 왼쪽으로는 깊은 계곡이 검푸른 빛으로 녹음을 빛내고 있다. 


사기막골이다. 예전에는 울창한 숲을 이용해 사기를 구워 팔았기에 사기막골이라는 지명이 붙었을, 북한산에서도 보기 드문 깊은 골짜기가 넓게 펼쳐져 있다. 능선을 따라 굽이굽이 숲으로 들어가니 경사가 가파르기 시작하며 물소리도 그쳤다. 헉헉거리며 오르는 암석 길을 비켜서 주며 내려오는 젊은 남녀가 있어, 몇 시에 왔길래 벌써 하산길이냐고 물었더니 새벽 두 시에 산행을 시작했단다.

 

허! 산행을 얼마나 좋아하면 새벽부터. 요즘 청춘의 힘이라는 건 내가 청춘일 때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드디어 해골 바위가 있는 암벽 모퉁이를 돌아 오르자 눈앞에 숨은벽이 나타났다. 


오른 암벽 저 아래에는 정말 해골을 닮은 바위가 보이고 맞은편 노고산도 환히 보인다. 남으로는 백운대 북쪽의 깎아지른 절벽이 숨이 탁 막힐 정도의 장엄함으로 우뚝 서 있고, 그 옆의 인수봉 암벽과 나란히, 살포시 숨은벽이 자태를 나타내고 있다. 명불허전! 북한산의 내밀한 비경은 그렇게 올해도 내게로 왔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는 길 굽이 굽이가 감탄이다. 같은 곳인데도 바라보는 위치가 조금 달라졌다고 이렇게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절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르다 보니 절벽이 꺾였다. 단층 같은 바위틈을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는 아슬함을 경험한 후, 다시 인수봉을 향한 깔딱 고개의 고난 행군이다. 계곡의 숲 한옆으로는 바위취가 연약한 꽃잎을 보이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의 덕분으로 요즘은 숲을 가다가 모르는 꽃을 만나면 사진을 찍고 검색을 하다 보니 제법 아는 꽃들이 늘었다. 세상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더니 봄부터 가을까지는 이름 모를 꽃 검색도 하며 숲을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나씩 알아가는 만큼 산행하는 즐거움이 하나가 더 늘었다.

 

그렇게 힘든 고개를 오르다 보니 바위 밑에 샘물이 솟는 옹달샘이 있다. 고개 오르는 수고를 한 방에 날려주는 옹달샘에서의 휴식 후, 힘을 내어 깔딱 고개의 끝까지 힘내어 올랐다.


고개 넘어 남쪽은 햇살 좋은 풍경으로, 위문부터 백운대 정상까지는 등산객이 북적인다. 언제나 인수봉에 올 때는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는데 오늘은 일찍부터 등산객이 많다고 위문 탐방 센터의 직원이 일러준다. 북한산의 백미 백운대를 오르며 보이는 경관 또한 포기할 수 없는 북한산 등산의 맛이다.

 

과연 정상에는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정상에 올라 백운대 태극기에서 인증-샷을 찍기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아래의 너른 바위에 않아 가져온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는다. 오늘따라 젊은 등산객이 많아 주위가 약간 산만하다. 


젊은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얼마 전에 읽었던 오찬호 작가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는 청춘들은 “평생을 학습능력 하나로 단죄받고 사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를 문제시하기 보다는 오히려 학력차별을 확대재생산 하는데 더 열심이고, 자기 개발서를 인생 최고의 경전인 듯 떠받들며, 사소한 경쟁우위를 위해 어떠한 차별도 서슴치 않는 걸 공정”이라고까지 여기는 요즘 이십대 청춘들의 의식을 분석한 책이다. 


대학을 다니며 남들과 경쟁하다 보니 생기는 스트레스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특성이 생기고 스스로가 차별을 부추기는 특성이 생겼다고 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쨌든 모든 건 자기 할  탓이라는 자기계발 논리에 철저히 길들어진 결과로, 주관적이어야 할 고통의 비교 법칙이 이십대를 통제한다. 자기계발은 자신의 고통도 늘 스스로  참아야 하는 것으로 강요되는데,  남의 고통까지 왜 신경을 써줘야 하는가 하며, ‘나’ 보다 ‘덜’ 노력한 사람은 그만큼 ‘덜’ 대우받아야 한다. 


그렇게 ‘엄격한 시간 관리’만이라도 평가받길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 찬스’ ‘아빠 찬스’에 그렇게 분노하고 스펙이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의 덕으로 결정되는 세상에 분노한다. 그래서 김경집 교수는 “다음 세대가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한 죄는 전적으로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그런 반성이 먼저이어야 한다.”며 우리 세대의 반성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나를 바꾸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이득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인류는 세상을 바꾸면서 진보해 왔다는 것을”이라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세상이 원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걸 미리 알아버린 세대인 것 같아 마음이 어둡다.


하산을 대동사로 가는 짧은 고갯길을 택해 급경사를 내려오니, 아직 오전이라 오르는 등산객이 많다. 힘들어하며 오르는 모습들을 보며 그래도 정상의 경관은 그 힘든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 주리라는 믿음에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데, 이십대의 앳돼 보이는 청춘이 비켜서 있는 나를 힘든 듯이 올려다보더니, “거의 다 왔지요?” 하며 씩 하고 밝게 웃는다. 나도 웃으며 “거의 다 왔어요” 하며 하얀 거짓말로 대답한다. 우리 세대가 만든 팍팍한 세상에도 젊은 세대는 이렇게 땀 흘리며 나름대로 ‘노오력’을 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내려가다 들른 대동사 대웅전에서, 새벽부터 등산에 나선 젊은 청춘과 힘든 고갯길에 나를 보고 밝게 웃던 청춘들의 세상이 오늘만큼은 부처님의 가피로 그들의 ‘노오력’이 충분히 보상받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했다. 


원효대사가 말했다던가? 현재를 바라보는 대통을 치우라고. 대통 없이 바라보면 넓은 세상을 굳이 좁은 대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특히 이십대의 대통은 심각하다. 대통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청춘이길 기원했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민의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헌법 대놓고 위반...더불어민주당은 사법파괴 멈춰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논평을 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헌법 제27조 ‘법률이 정한 법관’ 규정과 제101조 ‘법원의 각급 법원 조직’을 대놓고 위반하고 있다. 또한, 오직 군사법원만을 특별법원으로 둘 수 있다고 명시한 헌법 110조와도 충돌한다”며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의 뜻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정치권이 요구한다고 임의의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다면 그 자체가 사법의 정치화이고 헌법이 보장한 재판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권력자의 요구에 따라 답을 정해 놓고 원하는 판결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제27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1조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제110조제1항은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에 충고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이희준 특별전 개최... 출연작과 함께 연출작도 상영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 성북구 소재 성북문화재단 아리랑시네센터에서는 독립영화 배급사 필름다빈과 협업해 오는 11월 30일(일) 배우 이희준의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배우로 널리 알려진 이희준의 작품 세계는 물론, 그가 직접 연출한 단·중편 영화까지 함께 조명하는 자리로, 배우와 감독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희준 특별전은 두 가지 섹션으로 진행된다. 1부 ‘배우 이희준’ 섹션에서는 이희준이 출연한 강진아 감독의 장편 ‘환상 속의 그대’를 비롯해, 2부 ‘감독 이희준’ 섹션에서는 이희준이 직접 연출한 단편 ‘병훈의 하루’와 중편 ‘직사각형, 삼각형’을 상영한다. 특별전에는 이희준과 영화 전문가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예정돼 있으며, 배우와 감독으로서의 경험, 창작 과정, 독립영화 현장에서의 의미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이번 특별전은 ‘배우 이희준’과 ‘감독 이희준’의 두 세계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시도라며, 지역 주민 및 영화 팬들이 이희준 배우와 감독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행사 장소는 아리랑시네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