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6 (금)

  • 맑음동두천 -8.0℃
  • 맑음강릉 -2.4℃
  • 맑음서울 -7.6℃
  • 맑음대전 -4.3℃
  • 맑음대구 -3.2℃
  • 맑음울산 -2.6℃
  • 맑음광주 -2.5℃
  • 맑음부산 -2.0℃
  • 구름많음고창 -3.6℃
  • 흐림제주 2.5℃
  • 맑음강화 -7.5℃
  • 맑음보은 -4.7℃
  • 맑음금산 -4.6℃
  • 구름조금강진군 -1.2℃
  • 맑음경주시 -2.8℃
  • 맑음거제 -1.9℃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28) - 광교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광교산이다. 광교산은 수원 북쪽에 있는 산으로 수원천의 발원지이며, 북쪽에서 불어오는 겨울의 찬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풍수지리에서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게 한다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전형이다. 


또한 광교산은 시가지를 안고 있는 수원의 주산으로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다 하나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산에 머물면서 군사들의 수고를 치하하고 있었는데, 이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산 이름을 친히 ‘광교(光敎)’라고 명명했다고 고려 야사에 전해진단다.


칼럼을 쓰며, 칼럼이 나오면 지인에게 보내주며 안부를 물은 지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수원에 사는 지인과 서로 안부를 묻다가 부부 동반 산행을 한번 하기로 하였으나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현충일인 일요일, 광교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약속 장소인 지지대 고개의 프랑스군 한국전쟁참전비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정조 대왕의 효행을 기리어 조성했다는 효행 공원을 둘러보니 정조대왕 동상이 있다.

 

조선 후기 왕권 강화에 노력해온 정조가 화성을 건설하고 화성에서 군사훈련을 지휘하였던 화성 행차도 이 지지대를 통과하였다. 역시 수원은 역사적으로 정조대왕과 화성, 융건릉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이다.


산행은 지지대에서 능선을 타고 오른다. 헬기장을 거쳐 통신대를 지나 노루목과 정상인 시루봉으로 향하는 길은 거의 능선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능선인데도 키가 큰 나무들이 울창하며, 특히 소나무 숲이 그 푸르름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어, 햇살을 피해 등반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길가에는 키 작은 싸리나무가 연분홍빛 꽃들을 반짝이고 있다. 


지인과는 30대 초반의 중소기업 연구소에서부터 만나 몇 년을 같이 근무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고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었어도 오랜 시간을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3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만의 만남인지라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안부와 오산 근처에서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의 근황 등도 들으며 수원과의 인연을 추억하게 만든다. 지인과의 이야기 속에는 내 30대의 꿈도 있었고, 지인은 그의 꿈을 따라 사업을 시작해 성공과 좌절을 거치며 지금까지 수원에서 살고 있다.

 

인연이란 무엇인지 그 시절의 인연들이 일부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은 소식을 모른다. 시절 인연이라 그땐 그 사람들이 소중했고 지금은 또 지금 인연이 닿은 사람들이 소중한 거다. 


통신대 헬기장을 지나고부터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숨이 턱에 찰 만큼 오르고 나니 통신탑이 나온다. 보통은 험한 오르막을 숨이 차도록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이 그 수고를 보상해 주는데 통신탑의 전망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수원 시내가 약간 보이는 정도로, 오른쪽으로 돌면 백운산으로 간다는데 우리는 다시 노루목을 지나 능선의 오르내림을 따라 정상인 시루봉까지 오른다. 화창한 휴일이라 능선을 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드디어 오른 정상. 정상에는 시루봉 표지석과 좁은 공간에 나무 테크를 깔아 넓게 해놓았다. 정상의 풍경도 생각보다 시야가 넓지 않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광교산은 경기대학교에서 오르는 코스의 전망이 좋아, 대부분은 경기대학교 쪽 능선을 따라 형제봉까지, 또는 형제봉을 거쳐 정상인 시루봉까지 오른다고 한다.


우리는 한옆에 자리를 잡고 가져온 간식을 먹는다. 지인 부부는 수원에 살며 자주 광교산을 오지만 굳이 정상에 오를 생각 없이 아래를 돌다 가곤 하니 오랜만에 정상에 오른다고 한다. 그 말에 갑자기 나무 의사 우종영 선생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속의 글이 생각난다. 

 

 

“산을 오르는 것은 인생을 사는 것과 닮은 듯하다. 그저 정상에 오르려고 한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산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천천히 음미하듯 걸음을 떼면 빨리 걸을 땐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사는 사람은 굳이 정상을 가지 않아도 자주 가기에 그 산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을 안다. 마치 인생의 목표가 성공에 있지 않고 매일 매일의 일상이 소중한 사람들처럼.


오랜만의 만남에 지인이 점심을 사겠다고 하여 서둘러 노루목을 다시 돌아 짧은 상광교(上光敎) 종점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은 경사 깊은 계단 길로 숲이 울창하고 소나무 숲도 많이 우거져 있다. 숲을 감상하며 내려오다 보니 사방댐 근처에는 뱀이 바위 위에서 꽈리를 틀고 있다가 슬그머니 자리를 비킨다. 


상광교 종점 근처는 음식점이 많아 가족들과 놀러 나온 상춘객이 많다. 택시를 타고 동수원으로 나오는 길에도 광교저수지를 품은 유원지의 풍경이 한가롭다. 뒤로 보이는 광교산을 바라보며 나무는 추억을 기억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에 읽었던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씨의 태안의 주엽나무가 생각났다. 


충남 태안의 ‘천리포 수목원’에는 1970년대 들여와 지금까지 공들여 키우는 한 그루의 특별한 나무가 있단다. 이란의 사막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이란 주엽나무’라고 불렀지만, 최근의 국가 표준식물목록에서는 ‘카스피 주엽나무’로 정했다. 사막에서 나무가 가장 먼저 피해야 하는 건 낙타라, 결국 나무는 낙타가 다가서지 못하도록 가시를 돋아냈다. 


하지만 가시는 일정한 높이부터 찾아볼 수 없는데, 그 경계는 낙타가 긴 목을 뻗었을 때 닿는 주둥아리 높이란다. 주엽나무의 경계심이 대단히 정교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에 자리 잡고 40년쯤 지난 2010년께부터 나무는 가시가 무성하게 돋았던 자리에서 난데없이 초록의 잎사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위협이 사라졌으니 굳이 가시를 만들 필요성이 없어진 거다.

 

나무 의사 우종영 선생의 글에서도 우리나라 주엽나무도 환경에 따라 가시를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고 배웠지만, 뇌가 없다는 식물에 과연 지능이 있을까? 


우리가 아는 ‘종의 기원’의 찰스 다윈도 오랜 식물 연구를 통해, “식물에도 하등동물 수준 이상의 인텔리전스(지성)가 있다.”고 했다지 않던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식물의 소통 방식. 지구역사 46억 년 중에서 ‘호모 사피언스’는 20만 년 전에야 등장했지만, 생명이 해양에서 육지로 올라온 식물의 역사는 4억여 년 전이라 한다. 동물 보다 앞선 식물의 소통 방식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기는 한 걸까?


그다음 주, 마침 고교 친구들과의 1박 2일 태안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여행을 떠나 추사 김정희 선생의 생가도 둘러 보며 ‘천리포 수목원’에 들려 카스피 주엽나무를 찾았다.

 

가시에서 돋아나는 초록의 잎사귀를 확인하며, 미국인 해군 장교였던 귀화한국인 민병갈 박사의 천리포 수목원 설립에 관한 인생이나, 카스피 주엽나무의 환경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나 생명은 언제나 처해진 환경에 적응하여 변화한다는 명제만은 분명한 듯 보였다. 


광교산 산행과 태안 여행에 함께 해주신 친구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쿠팡 “유출자 3천개 계정 이름과 전화번호 등 고객정보 저장 후 모두 삭제...외부전송 無”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유출자는 약 3천개 계정의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이후 모두 삭제했고 외부 전송은 없었음을 밝혔다. 쿠팡은 25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유출자는 3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했다.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쿠팡은 디지털 지문(digital fingerprints)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 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지난 12월 17일 유출자의 진술서 제출을 시작으로 관련 장치 등 일체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 왔다”며 “쿠팡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기관의 관련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쿠팡은

문화

더보기
군복을 입은 음악가의 일상 기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의 군악대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 용인경찰교향악단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바탕으로, 군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클라리넷 전공자로 음악적 역량을 한창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 입대를 맞이한 저자는, 군복을 입은 음악가로 살아가며 느낀 복합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치열한 시간들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나의 군악대 이야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 병영과는 다른 군악대의 일상, 훈련과 연주가 공존하는 생활, 각종 국가 행사와 공연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은 기존의 군대 서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군악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또한 ‘사라진 다롱이 일경’, ‘전설의 고향’과 같은 에피소드는 군대 특유의 긴장감과 허무함, 그리고 웃음을 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