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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커버스토리】 갈길 먼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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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네이버·서울대까지 논란 여전
직장 문화 개선 선행돼야 직장 괴롭힘 사라져
과태료 등 처벌 강화 근로기준법 개정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고액 연봉과 수평적 기업문화로 구직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혀왔던 카카오와 네이버 마저도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논란이 됐다.

 

또한 최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A씨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갑질 논란은 진행형이다.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땅콩회항’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됐지만 직장 내 갑질 문제는 여전해 실효성 논란이 생기고 있다.

 

카카오 · 네이버에 이어 서울대까지 갑질 논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히는 국내 대표적 IT 기업들에서조차 직장 내 노동환경 문제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카카오 한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회사의 평가 시스템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소동이 일기도 했다. 또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지난 4월 카카오가 52시간 노동시간제를 위반한 초과 근로를 시키고 임산부에게 시간 외 근무를 하게 하는 등의 6개 항목을 위반한 데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네이버 본사에 근무하던 직원 A 씨는 지난 5월 25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네이버의 경우 과거 직장 내 괴롭힘 전력이 있는 간부의 재입사를 허용했고 이후 직원들이 우려를 전달했지만 묵살, 결국 40대 가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갔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상명하복식 권위적인 업무방식, 강도 높은 근무환경, 성과평가 원칙 부재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개발자 인력 풀이 좁다 보니 학연, 혈연 등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폐쇄적이고 수직적 · 억압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26일 서울대 50대 여성 청소노동자가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A씨 유족과 동료 등은 A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측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군대식 인사 관리 등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학교 측과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현재 진행 중이다. 당시 A씨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A씨가 귀가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되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비롯한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은 새로운 관리팀장이 지난 6월 부임한 이후 매주 청소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보고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을 입고 오라는 지시 등을 받으며 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족들은 평소 A씨가 정원이 196명인 기숙사 건물을 혼자 맡아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상사의 부당한 지시, 군대식 인사 관리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음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기관으로서 철저한 자기반성 필요 


고용노동부 서울 관악지청 담당 근로감독관은 통화에서 “직장 내 갑질 문제의 대한 내사는 진행 중이나 자세한 사항은 서울대 인권센터 자체 조사의 결과를 보고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또 “과중한 노동 업무에 대해서는 업무가 근로시간 내에 이루어졌고, 사고 당시 주말근무도 노사합의에 이루어졌기에 근로기준법 위반을 얘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학교와 A씨 유족 · 노조 측 입장이 엇갈리며 진실공방 양상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더 객관적인 조사 필요해졌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A씨 측의 산업재해 신청과 관련해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 총장은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라 미비한 부분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며 “청소 업무 시설관리직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근무환경과 인사관리 방식을 다시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공정한 인권센터 조사와 유가족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민교협)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두 번이나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서울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다른 어느 조직보다 높은 사회적 책임감이 요구되는 교육기관, 그것도 한국의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으로서 서울대 당국과 구성원들의 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말로만 반복되는 정치권의 메아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이버뿐 아니라 넷마블 등 게임업계에서도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강도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거나 돌연사 하는 사례가 많았음에도 정작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며, “IT 업계가 워낙 협소해 피해자들이 재취업 제한 등 보복을 두려워하고 회사는 이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전수조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11일 925동 기숙사를 직접 찾아 청소 노동자의 유족을 만나 서울대 측의 충분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이날 홍정민 · 이동주 · 윤영덕 · 김남국 민주당 의원과 함께 서울대를 찾아 교내 마련된 청소노동자 추모 공간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 A씨의 남편과 여정성 서울대 부총장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안타깝고 아픈 일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사고원인이나 상황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이 지사는 “학교 측과 노조 사이에서 조사 주체에 어디까지 참여하느냐를 두고 견해가 많이 갈리고 있는데 학교 측이 (노조도)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게 기회를 주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보다 많은 분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통상적인 업무를 벗어난 부분이 있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다음 날부터 사측(서울대), 노측(청소노동자 유가족, 노조)과 면담을 했다”며 “조사를 토대로 서울대에 개선 조치를 전달하겠다. 개선이 안 되면 특별근로감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개정법 피해자 보호 및 제재수단 마련…실효성 확보 


5인 미만의 사업장에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에 더욱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면 노동청에서는 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행정종결하거나 취하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근로기준법 규정의 경우 행정지도 차원의 선언적 의미가 있을 뿐 실효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준비되지 않았다.


올해 10월 14일 시행하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과태료 등 실질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제재수단이 마련됐다. 그럼에도 법에는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조항은 없다.


법의 초점은 사측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괴롭힘 발생 시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책임을 가해자 개인보다는 회사로 확대한 셈이다.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많은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 하지 않는 이유는 2차 가해가 더 심각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한다. 직장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해결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면 그 절차에 따라 먼저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용부는 개인 일탈로 여겨지던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해야 할 행위로 법에 명시한 만큼 시간이 지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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