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1 (수)

  • 흐림동두천 -14.0℃
  • 맑음강릉 -6.3℃
  • 맑음서울 -11.8℃
  • 대전 -8.7℃
  • 구름조금대구 -6.3℃
  • 흐림울산 -4.7℃
  • 맑음광주 -6.3℃
  • 구름많음부산 -2.7℃
  • 흐림고창 -6.5℃
  • 흐림제주 2.0℃
  • 맑음강화 -11.8℃
  • 흐림보은 -9.3℃
  • 맑음금산 -8.3℃
  • 흐림강진군 -4.0℃
  • 흐림경주시 -6.0℃
  • -거제 -2.2℃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29) - 수락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수락산은 서울 북쪽 끝에 있으면서 의정부시, 남양주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높이 637m의 산이다.

 

또한, 수락산은 서울 근교의 5대 명산으로 불리며 일명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의 강북 5 산) 종주 산행이 산악인들 사이에 인기가 있어 많은 산악인이 찾아와 자연을 만끽한다. 동기 산행에서도 몇 번 오르긴 했지만, 칼럼을 위해 오늘은 혼자 가기로 했다.


지난주 장맛비로 인해, 주말 산행을 하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또 비가 오고 있다. 내일 일기예보도 비가 온다 하여, 할 수 없이 우산을 챙겨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다.


6시 이전의 전철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도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장마철인데도 서둘러 떠나는 등산인도 있고 아침 일찍 분주하게 일자리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


좋은 일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고, 더 좋은 일들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던데, 모두가 코로나로 힘들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침 전철에 보인다.

 


장암역에 내리니 바로 앞으로 수락산에 오르는 계곡 길이 보인다. 근처 하촌마을은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서계 박세당이 살았던 마을이다. 마을 초입 개울가 왼편에는 박세당 고택이 있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박세당과 그의 아들 박세보를 기리는 반남(潘南) 박씨(朴氏) 문중의 노강서원과 ‘청풍정’ 정자 터가 있으며, 박세당이 매월당 김시습을 기리어 지었다는 ‘청절사’의 후신인 ‘석림사’를 만난다.


석림사는 한국 전쟁 이후의 새로 창건된 절이라 대웅전 대신 ‘큰법당’이라는 한글 현판과 한글 주렴들이 새롭다. 석림사를 지나면서부터는 계곡 길로 아침에 내린 비 때문인지 물소리가 시원하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니 기차 바위와 전망대로 갈라지는 안내판이 서 있다.


수락산은 기차 바위가 유명하니 조금 돌더라도 기차 바위를 길을 택하여 오르며 10여 년 전 동기 산행 모임에서 수락산을 오르던 일을 생각한다. 그때는 동기 후배라는 사람도 산행에 참석하여 같이 산에 올랐다. 기차 바위 앞에서는 모두 눈 덮인 기차 바위가 위험하다고 우회하는데 초보 등산객이던 집사람과 내가 아이젠을 신고 무모하게 오르던 기차 바위다. 그때 우회하던 동기 후배는 지금은 베트남 축구 감독으로 유명인이 되었다.


혼자 등산을 하며 느끼는 것은 걸으며 느리게 여행하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느끼며 살아왔는지는 모르겠다. 산다는 게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숨 쉬고 땀 흘리며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가슴으로 느끼며 사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는 생각이 점점 깊어진다.


힘들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에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 있던가.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고 ‘침묵의 봄’에서 레이철 카슨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느낌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할수록 이념보다는 삶이, 도덕보다는 실천이 우선에 서게 된다. 그러면서 산행을 하면 ‘걷기의 인문학’ 속의 레베카 솔닛의 말이 항상 머리에 남는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 풍경 속을 지나는 움직임은 사유의 움직임을 자극한다. 마음은 일종의 풍경이며 실제로 걷는 것은 마음속을 거니는 한 가지 방법이다”.


힘겹게 능선을 오르니 장암역 방향이 운무에 살짝 보이며 그 앞의 도봉산은 보이지 않는다. 어렵게 도착한 기차 바위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7~80m 정도의 아득한 바위 경사를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한다. 아무리 성인이라도 중간 정도 오르면 팔에 힘이 빠지며 힘겨움을 느낀다. 그래도 오르는 순간의 뿌듯함이 가슴에 찬다.


겨우 올라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위 밑을 보니 바위뿐인 곳에도 하얀 꽃이 피어있다.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바위 밑에 꽃까지 피우다니. 대단하다!.


꽃 사진 검색을 해보니 ‘연잎 꿩의 다리’란다. 높은 바위 능선에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개체군 및 개체 수가 얼마 되지 않으며, 자원 식물로서 불법 채취될 가능성도 있어 환경부가 1993년부터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단다.


살다 보면 안보인다고 보지 못하는 게 아니다. 또 본다고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정으로 본다는 것은 관심의 문제이고 여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으면 귀한 꽃이 바로 옆에 있어도 있는 줄 모른다. 


이제라도 주위를 돌아보며 있는 그대로 자연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여유라도 생긴다면,  숲의 모든 식물에게도 모두 제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지금까지 살아온 기나긴 생명들의 사연도 알아보고 싶다. 


기차 바위에서 정상은 그리 멀지 않다. 드디어 정상. 정상 아래는 온통 운무로 가려져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올라 간단히 가져온 간식을 먹는다. 언젠가부터 수락산 정상에는 막걸리와 라면,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부부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국립공원이 아니라 장사를 해도 괜찮은건지 모르겠지만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 개에 갈증을 달래고 수락산역 쪽으로 하산을 한다.


정상을 조금 내려온 중턱에서 커다란 바위를 뚫고 우뚝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수십 년을 견디며 바위에 뿌리를 내렸을 소나무를 보며, 외 딴 곳에 홀로 자라는 나무는 곧게 자라지 못하고 깊게 자란다는 말이 생각났다. 홀로 바위 속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 노력하였을 그 소나무의 치열함이 가슴을 친다.


하산하다 길을 잘못 들어 학림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주위에 물어보니 당고개역으로 가는 길이라 하여 그대로 하산한다. 거의 다 내려온 길에 한옆으로 고즈녁한 학림사 절이 나온다. 처음 들어본 사찰인데 원효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라 한다.


일주문은 없고 계단 위로 해탈문이 있다. 해탈문 양옆에는 4대 천왕의 그림 앞에 문수 동자와 보현 동자가 코끼리와 용을 타고 있는 조각상이 있고, 그 위에는 학포지란형(鶴抱之卵型)의 자리에 들어섰다는 학림사라서인지 그 위로 청학루(靑鶴樓)가 자리하고 그 일 직선상 위에 대웅전이 있다. 계단을 중심으로 일직선의 가람 배치다. 역시 수락산도 천여 년 전의 고찰을 품고 있는, 옛 선인들도 인정하는 명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천년 사찰이라는 세월의 무게에 절 구경을 해본다. 대웅전 옆으로는 커다란 노송이 있고 그 옆에는 인자한 얼굴의 미륵 석불이 서 있다. 인자한 미륵불의 얼굴에 기대어 지나온 내 삶을 반추해 보았다.


지나온 추억은 아름답고 쓰라렸다. 환하던 시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고 부끄러운 업보는 삭제가 불가능(不可能)하다. 어찌할 수 없는 인연들의 소용돌이, 그래서 미륵불에 합장하며 조용히 반야심경 한 구절 읊조려 본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가세 가세 저 언덕으로 우리 함께 저 언덕으로 가세 속히 깨달음의 저 언덕으로)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함영주 회장 “판 바꾸는 혁신·하나금융 대전환” 선언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25년 연임 성공 이후 본격적으로 출범한 2기 체제는 ‘안정’과 ‘성장’을 목표로 비은행 부문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 주주가치 제고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새해 신년사에서 함 회장은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판을 바꾸는 혁신’과 ‘하나금융 대전환’을 선언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영주 회장 ‘2기 체제’ 밸류업·비은행 부문 강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81.2%의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의 정당성은 실적과 안정적인 리더십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함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가장 큰 배경은 실적이다. 지난 2022년 함영주 회장 선임 당시에는 외국인 과반의 반대표가 나왔으나, 3년 후 연임 표결에서는 찬성 우위로 전환됐다. 이는 외국인 주주들이 과거와 달리 수익성과 경영 성과에 더 주목하고, 주주 환원 정책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이후 초대 은행장을 맡았고,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22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그룹 당기순이

정치

더보기
“장동혁 대표, 지금 당장 입원해야 할 상황...모든 바이탈 사인 정상치보다 크게 낮아”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지난 15일부터 국회에서 공천·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특별검사 법률안의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가 지금 당장 입원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출신인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서울 강남구갑, 보건복지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초선)은 20일 밤에 국회 장동혁 당 대표 단식 농성 현장에서 기자에게 “장동혁 대표는 현재 지금 당장 입원해야 할 상황이다”라며 “국회 의료진이 입원을 권하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는 단식 농성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명옥 의원은 “장동혁 대표의 산소포화도는 현재 정상치보다 크게 낮은 상태다”라며 “바이탈 사인(Vital Sign, 사람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호흡, 체온, 심장 박동 등의 측정치)도 모두 정상치보다 많이 낮다”고 밝혔다. 서명옥 의원은 “국회 간호사들이 계속 장동혁 대표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며 “아직 여권에서 장동혁 대표를 만나러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익표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에게 “신임 정무수석께서는 ‘쌍특검법 수용’을 촉구하고 있

경제

더보기
민병덕 의원, 탈쿠팡법 대표발의...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소비자 즉시 탈퇴 가능 규정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 주식회사 탈퇴를 더욱 자유롭게 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정무위원회,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재선, 사진)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7. ‘플랫폼사업자’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거래를 제공하는 통신판매업자 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말한다”고, 제21조의4(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즉시탈퇴 요구권)제1항은 “소비자는 전자상거래를 위해 가입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또는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 플랫폼사업자에게 즉시 탈퇴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제2항은 “플랫폼사업자는 제1항의 탈퇴 요청을 받은 경우 불필요한 절차나 부가 요구 없이 즉시 탈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항은 “플랫폼사업자는 제1항의 탈퇴 요청을 받은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탈퇴 방해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탈퇴 메뉴를 은폐하거나 찾기 어렵게 구성하는 행위. 2. 탈퇴 의사를 반복

사회

더보기
노원을지대학교병원 2월 8일, 정형외과 개원의 연수강좌 개최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노원을지대학교병원(병원장 김재훈)이 오는 2월 8일 일요일 오전 8시 50분 제12회 정형외과 개원의 연수강좌를 개최한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연구동 지하 1층 범석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수강좌는 정형외과 분야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최신 치료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정형외과 분야의 최신 기술 발전을 주제로 강연이 이어진다. ▲로봇 척추 수술(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손희중 교수) ▲정형외과 연구에서 대규모 언어모델의 기초 및 활용(노원을지대학교병원 최성주 교수) ▲정형외과 임상에서의 AI의 적용 사례(서울대병원 이요한 교수)가 소개될 예정이다. 두 번째 세션은 하지 관절경 술기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한다. ▲고관절 비구순 파열의 관절경적 진단 및 치료(노원을지대학교병원 김진우 교수) ▲슬개골 불안정성의 관절경적 치료(인천보훈병원 윤정로 원장) ▲만성 발목 불안정성에 대한 관절경적 외측 인대 재건술(차의과학대병원 이성현 교수) 등 실제 임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주제를 다룬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상지 관절경 술기에 대한 최신 지견을 소개한다. ▲관절경적 회전근개 봉합술의 생물학적 치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