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4 (수)

  • 흐림동두천 0.6℃
  • 흐림강릉 7.0℃
  • 흐림서울 3.5℃
  • 대전 3.4℃
  • 대구 5.7℃
  • 울산 8.3℃
  • 광주 8.6℃
  • 부산 10.9℃
  • 흐림고창 6.6℃
  • 흐림제주 15.3℃
  • 흐림강화 1.3℃
  • 흐림보은 2.9℃
  • 흐림금산 3.8℃
  • 흐림강진군 8.4℃
  • 흐림경주시 5.7℃
  • 흐림거제 8.5℃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1) - 공작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홍천 공작산이다. 공작산은 잘 알려져 있진 않으나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 그 유명한 수타사를 품고 있는 산이다. 


공작산 끝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수타사는 신라 33대 성덕왕 7년(서기 708년)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비로지나 불을 모신 대적광전의 팔작지붕과 1670년 만든 동종, 그리고 고려 후기에 세워진 3층 석탑이 보존되어 있어,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를 비롯한 대적광전, 범종, 후불탱화, 홍우당 부도 등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영서내륙 최고의 고찰이다.


동해안을 여행하다 돌아오는 길에 몇 번 들른 홍천의 수타사를 가보면 맑은 계곡물이 좋아 그 계곡의 발원지라는 공작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여행의 귀갓길에 공작산 등반은 언제나 무리였다. 그러다가 올해 홍천에 농막을 가진 친구가 옥수수를 심는다고 해서 4월 말에 가서 심은 옥수수가 벌써 수확할 때가 됐다고 오라 한다. 

 


친구들과 농막에서의 하룻밤도 지낼 겸, 토요일 새벽 일찍 집사람과 공작산으로 출발한다. 수타사를 찾아오다가 홍천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 논 ‘공작현’ 주차장을 찾았으나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작동을 안 한다. 


이리저리 조작하다가 공작산 등산로를 검색하여 도착한 곳은 공작산 입구의 저수지가 바라보이는 물빛 공원 주차장이다.


이른 아침의 주차장은 어제 야영한 듯한 차가 2, 3대 있을 뿐 조용하다. 주차장에 있는 등산 안내도를 참조하여 ‘공작룡’ 코스로 길을 잡고 입구를 찾으나 못 찾겠다. 주위의 캠핑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펜션 옆으로 공작산 등산로가 있다 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오르는 길은 계곡 길이라 조용하고 시원하다. 더욱이 10여 미터가 넘는 빽빽한 소나무 숲의 아침의 청량한 공기가 산행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능선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경사가 심해진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는 듯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숲은 깊고 단조롭다.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이 번갈아 나온다, 우람한 참나무들은 수피(樹皮)가 두툼한 걸 보니 굴참나무인 듯하고 강원도의 굴피나무로 만든 너와 집이 떠오르며 강원도의 참나무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참나무를 보니 참나무 6형제 나무(신갈, 떡갈, 굴참, 졸참, 갈참, 상수리)중에 사람의 이름에도 돌림자가 있듯이, 참나무도 돌림자가 있는데 상수리만 돌림자가 없는 유래를 생각하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때는 상수리 열매를 ‘토리’라 불렸다 한다.


임진왜란 시절, 선조가 의주로 피난을 떠나 먹을 것이 부족해서 토리 참나무의 열매로 묵을 만들어 올렸더니 맛있게 드셨다더라. 한양으로 환궁을 한 후, 피난 때 맛있게 드시던 동해안의 ‘묵’이라는 생선은 다시 먹어보니 맛이 없어 “도루 묵이라 하라”고 해서 ‘도루묵’의 이름이 생겼다는데, 토리로 만든 묵도 ‘도로 토리’가 변해 ‘도토리’가 되었는가 했더니, 그 후에도 계속 임금의 수라상에 올라 ‘항상 수라’에 오른다 하여 그 이름이 ‘상수라’로 되었다가 상수리로 변했다 한다.

 

참나무 6형제의 열매는 다 같이 ‘도토리’로 불리나,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꽃이 피고 2년 만에 도토리가 열리고 나머지는 봄에 피어 그해 가을에 열린다.


무더운 날씨에 계속 힘겹게 오르다 보니 정상 1.2㎞의 팻말이 나오고부터는 암릉 구간으로 밧줄도 잡으며 또 하나의 봉우리를 넘어 어렵게 정상에 오른다. 오른 정상은 의외로 소박했다.

 

 

구 정상의 표지판은 글씨가 거의 지워져 읽을 수 없으나 조금 아래에 새 정상 석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홍천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수타사 계곡으로 초록의 풍광이 아름답다. 산세의 아름답기가 공작새와 같다 하여 공작산으로 불리는 듯하다.


정상에서의 짧은 휴식 후, 더운 날씨에 서둘러 돌아 나오다가 숲속 갈림길에서 올라온 길이 아닌 팻말의 짧은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한참을 올랐으니 내리막인 줄 알았는데 한 봉우리를 넘으면 또 오르막 봉우리가 나오며 숲이 길게 이어진다. 호젓한 숲길에 바라다보이는 그 많은 나무도 같은 나무가 하나도 없다. 


천수천형(千樹千形). 천 가지 나무에 천 가지 모양.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습은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결과로 보이고. 그 많은 세월 수 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을 산 결과로 자신만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려오는 길옆에 속이 텅 빈 고목도 서 있다. 그 많은 오늘을 살다가, 죽어서는 세월이 만들어 낸 공간도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을 품어내는 고목을 보니 사람도 늙어가면서는 내어주는 삶을 사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드디어 아스팔트 길이 언뜻 보이고 차길 옆으로 주차장이 보인다. 공작현 주차장이다. 군청에서 나온 듯한 사람이 반갑게 인사하며 우리 차는 이 도로 1.5㎞ 정도 아래의 공작산 입구 주차장에 있단다. 


뙤약볕 아래 혼자 차를 가지러 차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등산객 4인이 도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군청 사람이 “내려가는 게 오르는 것 보다는 낫다”더니 힘겹게 오르는 사람들 모습에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겨우 찾아온 친구의 수타사 근처의 농장에는 옥수수가 훌쩍 자랐다. 간식으로 쪄 준 옥수수도 달고 맛있다. 옥수수를 바라보며 봄에 묘목을 심던 때가 생각나고 잘 자라준 옥수수도 고맙다. 훌쩍 큰 옥수수를 바라보니 책에서 읽은 옥수수의 투쟁기(식물은 똑똑하다-폴커 아르츠트 著)가 생각난다. 

 


미국이나 유럽의 옥수수는 딱정벌레의 애벌레인 ‘옥수수뿌리잎벌레’가 땅속에서 옥수수의 뿌리를 다 갉아 먹고 구멍을 내면 손 쓸 방법이 없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똑똑한 옥수수도 그냥 당하지만 않고 베타 카리오필렌이라는 방향 성분을 방출해 땅속의 예쁜꼬마선충을 불러 애벌레를 박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옥수수는 소출을 많이 내는 품종으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방향 성분을 만드는 기능을 차단했기에 벙어리 옥수수가 되었단다. 이제 옥수수는 모든 미네랄과 양분을 오로지 알곡 생산에만 투입한다. 그래서 요즘 옥수수는 파종으로는 싹을 틔우기가 어려워 모종을 사서 심어야 한단다. 


식물은 애벌레에게 이파리를 물어뜯기면 독소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방향 물질을 분사해 애벌레의 천적을 불러들여 애벌레를 퇴치하기도 하며 옥수수처럼 뿌리에서는 꼬마선충을 부르기도 하며 천적과 대응한다. 그래서 식물학자 이언 보르윈은 “문제는 식물이 똑똑하냐 그렇지않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식물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하냐 그렇지 않냐다”라고까지 말한다.


날이 너무 더워 홍천 개울가에서 다슬기를 잡기도 하고 개복숭아 따기도 하고 양고기 바비큐로 저녁도 즐기며 하루를 농막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옥수수는 다음날 새벽에 수확하여 한 자루 가득 차에 실어왔다. 하루 자연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홍천의 농장주 친구에게 감사를 드린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연말연시 안전 대책 이중, 삼중으로 점검하고 인력 최대한 많이 배치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말연시 국민 안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성탄절 그리고 연말연시를 맞이해 전국에서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들이 많이 예정돼 있다”며 “국민 안전에 있어서는 지나친 것이 부족한 것보다 수백 배 낫다. 과하다고 비난받더라도 위험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행사일 경우에 방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계부처와 지방정부들은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 대해서 안전 대책을 이중, 삼중으로 점검하고 안전 인력을 최대한 많이 배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해수부를 끝으로 정부 업무보고가 사실상 마무리된다”며 “사상 최초라는데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서 국정 운영의 투명성, 책임성이 높아지고 국민 여러분의 주권 의식도 내실있게 다져졌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생중계 과정에서 일부 부처나 기관의 미흡한 보고를 우리 국민들께서 댓글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지적하고 바로잡는 사례도 많았다. 저에게도 알지 못하던 새로운 지적 사항이나 문제 제기를 요청하신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내란전담재판부법 국회 통과...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3일 본회의를 개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률안 제2조(적용대상)는 “이 법은 내란·외환 및 반란 범죄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건 중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국가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사건 또는 다른 법률로 재판기간이 특별히 정하여진 사건(이하 ‘대상사건’이라 한다)에 관하여 적용된다. 1. ‘형법’ 제2편제1장 내란의 죄 및 제2장 외환의 죄에 대한 사건. 2. ‘군형법’ 제2편제1장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 3. 제1호와 제2호의 사건과 관련하여 고소·고발되거나 수사과정에서 인지되어 기소된 관련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5조(재판의 전속관할)제1항은 “수사단계에서 압수·수색·검증·체포 또는 구속영장의 청구(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에 대한 허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와 관련된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전속관할로 한다”고, 제2항은 “제1심 재판은 제7조제1항에 따라 설치된 전담재판부가 속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전속관할로 한다”고,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