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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2) - 마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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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강화도 마니산이다. 올봄에 마니산에 가려 했으나 코로나로 입산 금지가 되어 문수산으로 급히 변경한 기억이 있는데, 요즘 인터넷을 보니 언제부터인지 마니산 등반이 가능한 듯하여 집사람과 일찍 집을 나섰다. 김포를 지나 ‘초지진’으로 난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로 들어선다.

 

강화도는 우리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섬으로, 선사시대 고인돌 문화부터 구한말 개화와 쇄국의 갈림길에 운양호 사건 등이 일어난 섬 아닌 섬 강화도. 최근에는 강화도 주변의 석모도와 교동도도 다리로 이어져 역사의 흔적이 참 많은 곳으로 일몰의 석조도 아름다워 시간이 나면 집사람과 가끔 드라이브 나서는 곳이다.

 

마니산 관광단지의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안내판을 따라 등산로를 확인한다. 능선 코스인 ‘단군로’를 따라 올랐다가 짧은 ‘계단로’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다른 등산로로는 함허동천 야영장이 있는 곳으로, 함허동천은 조선 시대 승려 ‘기화‘가 수도했다고 해서 그의 당호인 ’함허‘를 따서 함허동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함허(涵虛)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이라 하고, 동천(洞天)은 산과 물에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으로 옛날에는 도깨비가 노닐던 곳이었다 한다.

 

 

함허대사가 이곳을 찾아 "사바세계의 때가 묻지 않아 수도자가 가히 삼매경에 들 수 있는 곳"이라고 하였다 한다. 꼭 한번 오르고 싶은 코스다.

 

마니산 관광단지 입구에는 여러 조형물, 그중에는 전국체전 최초 성화 채화를 기념하는 기념물과 산 위의 참성단을 본뜬 모형물(模型物)도 있다. 잘 꾸며진 공원을 지나 등산로가 이어진다.

 

‘단군로’를 택하여 오르는 산길은 잘 정비되어 있고 숲은 깊다. 조금을 오르니 아직 팔월인데도 발아래 지천으로 널려있는 도토리가 너무 토실하다. 밤톨만 한 도토리가 욕심이나 몇 개를 주머니에 넣으니 주머니가 불룩하다.

 

능선길의 웅녀 계단을 지나 어느 정도 오르니 능선 너머의 바다가 보인다. 그러나 흐린 날씨에 이곳 마니산은 운무에 싸여있어 흐릿한 해안선이 보인다. 그래도 해안선은 간척의 흔적으로 직선의 찻길이다. 이곳부터는 암릉 구간인 듯 거친 바위가 많고 운무 사이로 바다가 얼핏 보이기도 하여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이지만 등산의 청량감을 높여준다.

 

또 한참을 가다 보니 ‘삼칠이’ 계단이 나온다. 계단이 372개라 ‘삼칠이’계단으로 명명한 듯하나, 계단을 오르며 바라보이는 석모도 풍경이 좋고 계단 중간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망터도 마련되어 있는데 옆에 있는 등산객이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안 석양의 낙조도 장관이라 한다. 오늘은 계속 운무 속이라 오르면서 바라보이는 바다의 섬들을 얼핏얼핏 볼 수 있어 아쉽다.

 

드디어 참성단이 보이고, 입구에서 ‘계단로’로 올라오는 삼거리와 만난다. 아쉽게 참성단은 보수정비 공사 중으로 오를 수가 없다. 강화 참성단(江華 塹星壇)은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지금도 개천절이면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의 성화가 채화되는 곳으로 등산객들만이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왜 단군이 마니산에 제단을 만들었을까? 마니산에 참성단을 쌓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게 된 것은 강화의 생김새가 천하의 요새이기 때문이며, 강화도의 고유 지명인 마이(摩利) · 혈구(穴口) 등은 하늘과 인연이 깊다고 전해온다.

 

또 단군 개국신화(開國神話)의 등장인물인 우사(雨師)와 운사(雲師)도 마니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들은 환웅의 권속이므로 단군이 참성단을 설치하여 하늘에 제사 지낸 뜻을 짐작하게 한다.

 

 

마니산은 오래전에 고가도라 불리던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강화도와 합쳐져 지금은 강화도의 한 부분으로 정상에서 보면 주변은 온통 간척한 땅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마니산을 중심으로 한라산과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거의 같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백두산이 506km, 한라산이 471km로 백두산이 30km가량 더 멀다고 한다.

 

드디어 정상. 정상표식은 나무 기둥에 해발 472.1m 마니산이라 쓰여 있다. 강화도에서 제일 높은 산. 사방에 거칠 것 없는 풍경이다. 아침부터 짙게 깔려있던 운무도 차츰 걷히고 조금씩 바다와 그 유명한 전등사가 있는 정족산도 모습을 드러낸다. 거칠 것 없는 정상의 헬기장 바닥에 앉아 조선 시대 실록을 보관하던 사고(史庫)가 있던 정족산 쪽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강화도의 또 다른 명소는 정족산의 전등사다. 전등사는 서기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시절 아도화상이라는 승려가 창건하여, 고려 시대부터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찰로서 중하게 여겼고 충렬왕의 왕비였던 정화궁주가 절에 대장경과 함께 옥으로 만든 법등(法燈)을 기증하면서 진종사(眞宗寺)라는 절 이름을 전등사(傳燈寺)로 바꾸었다.

 

불교국가 고려의 안녕을 기원하던 전등사를 품은 정족산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박상진 교수가 쓴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속 매향비(埋香碑)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곳곳에 향나무를 갯벌에 묻고 세웠다는 매향비.

 

그 옛날, 불교가 전해지던 시절에 불교와 함께 침향이 소개되었다 한다. 침향은 동남아시아의 아름드리 늘푸른나무의 수지가 모여 나는 것으로, 침향 그 자체는 아무 냄새도 갖고 있지 않지만, 불에 태우면 연기가 적고 독특한 향내가 나서 불교 행사에 그 좋은 향을 피우곤 했단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침향을 수입해서 쓰던 그 시절의 귀족문화도 대단하지만, 일반 백성으로서는 침향은 값도 비싸고 구경조차 힘들기에 자연히 대응 침향을 찾았고, 우리나라의 향기 좋은 향나무를 땅에 묻으면 침향이 될지 모른다는 믿음으로 묻고 매향비를 세웠다.

 

 

그러나 아직까지 매향비만 발견했을 뿐, 신비의 침향에 대한 실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천년이란 긴 세월을 바다에 묻어두면, 보다 품질이 좋은 향이 되리라고 생각한 탓으로, 이 향을 피우면 미륵 세계가 오고,  약으로 쓰면 세상의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침향으로 변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믿음이 만들어 낸 매향비.

 

단군의 홍익인간과 부처의 자비가 어우러진 유서 깊은 강화도 마니산에서, “우리가 진리라 믿는 믿음이 정말 진리이긴 한 것일까”를 한참을 생각하다 내려와 화도 종합버스정류장 옆의 한 허름한 중국집에서 집사람과 같이 짜장면으로 맛있게 이른 점심을 먹었다.

 

집사람은 여태 먹어본 짜장면 중 가장 맛있다 한다. 아침의 찌뿌둥한 구름은 어느새 화창한 햇살로 빛나고 있었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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