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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 사람】 세상을 바꾼 팬데믹의 역사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전환점과 변곡점마다 절묘하게 작용한 혁명의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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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며 인류를 고통과 절망에 빠뜨리고 위기로 몰고 갔던  페스트,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천연두, 황열병 등의 전염병은 아이러니하게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이 책은 팬데믹이 역사의 거대한 전환점과 중요한 변곡점마다 어떻게 절묘하게 작용하며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대화는 페스트에서 시작됐다


유럽과 전 세계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린 14세기 페스트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유럽 근대화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달하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유럽 사회를 송두리째 뒤바꾸어놓는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졌다. 


농민, 장인, 상인 등 생산을 담당하는 서민의 인건비 상승과 지위 향상이 이루어지고 본격적 ‘을의 반란’이 전개되며 향후 수백 년간 정치, 군사, 과학기술, 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대륙을 압도할 만한 위대한 혁신이 이루어졌다.


전대미문의 재난을 겪으며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과학기술, 특히 의학 지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욕구가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그 욕구를 채워줄 수많은 인력을 한순간에 앗아가 버렸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간파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이용한 활판 인쇄술을 실현해 성경을 대량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출판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지식혁명이 이루어져 유럽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신앙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신에게 간절히 기도해도 페스트 유행은 사그라질 줄 몰랐고 대중은 가톨릭교회를 향한 믿음을 잃어갔다. 민중 사이에서는 페스트라는 끔찍한 역병이 부도덕한 세상에 신이 내린 천벌이라고 믿는 교리가 퍼지며 기존의 낡고 타락한 교회와 독립된 형태로 기독교 본연의 금욕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고행을 강조한 운동은 유럽 각지의 농민 반란과 연결되며 종교개혁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이러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데다 교황 레오 10세의 면죄부 판매 등이 트리거가 돼 일어난 혁명이었다. 

 

신분제의 변화와 르네상스


페스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천재 예술가를 탄생시킨 르네상스를 촉발했다. 당시 페스트는 신분제에도 변화의 물결을 몰고 왔는데, 기존의 성직자 계급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재가 부상했다.


크게 줄어든 인구를 오랫동안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유럽에서는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 16세기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 덕분에 하급 장인과 상인 등 도시 주민의 살림살이는 나날이 넉넉해졌다. 형편이 나아진 사람들이 식탁에 고기를 올리는 횟수가 늘어나며 식욕 수요가 증가했다. 또 연극 등 문화와 여흥, 오락에 돈을 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는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수입된 홍차와 설탕 등의 기호품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도시 주민이 늘어나 시장경제 규모가 확대됐다. 그에 따라 생산업자들은 급격히 증가한 시장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획기적인 공급 증대를 달성해야 했으며, 그 연장선에서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밖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인플루엔자제가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당기고 평화를 가져오거나, 콜레라가 19세기 유럽 도시 환경과 위생 상태의 근본적 개혁을 이끄는 등 세상을 바꾼 10가지 감염병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진행중인 팬데믹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상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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