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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3) - 관악산 연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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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의 동기 산행은 관악산 연주대이다. 작년 겨울 사당동에서 연주대로 향하다 중간에 서울대로 내려간 후로 동기 산악회에서 사당동에 모일 때마다 관악산 정상을 목표로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제대로 정상을 밟는 산행을 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내려오곤 했다.

 

요번에도 관악산 산행 연락에 또 중간에 돌아오는 산행이 예상되지만, 가을 날씨는 집에 있을 수만은 없을 만큼 청명하고 맑다. 


간단한 산행 차림으로 오후 두 시에 사당역에 모인 인원은 8명. 둘레길로 들어서서 매번 가는 선유천 약수터로 향하는 계곡 길로 접어들 때, 한 친구가 관음사 국기대 봉우리를 지나는 코스를 고집하길래 나도 처음 가보는 길로 가보고 싶어서 둘은 마당바위에서 만나기로 하고 일행과 헤어져 관음사 국기 봉으로 향한다.


초입부터 오르막이 계속되고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데크 계단이 나오고 몇 번의 데크 계단 끝에 전망대가 나온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유천 약수터 계곡보다는 조금 더 돌지만 오르는 등산의 묘미는 관음사 국기 봉을 지나는 코스가 제격이라더니, 말 그대로 아직 오를 길은 멀지만, 이곳의 경치도 그런대로 가슴이 시원하다.

 

다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철계단도 나오고 철계단 끝에 또다시 전망대가 보이며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 시내 전경이 펼쳐진다. 한숨을 돌리며 발아래 서울 시내를 보고 있자니 저 시내에서는 내년의 대선으로 온 시내가 시끌벅적한 듯하다. 

 


정치는 건전한 상식이어야 하므로 지나치게 극단적인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면 절대다수의 국민에게는 폐해가 가기에 가능한 한 정치와 경제 같은 사회적 성장을 위해서는 경험주의적인 방향이 유리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재는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와 기술이 넘쳐나 판단에 어려움이 많다. 정보는 생활에 필요한 보도일 뿐 내 삶을 키워주지는 못한다. 기술 만능주의와 지식 우월주의는 우리 사회에 정녕 필요악일까. 전문가적 지식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사회가 가능하기는 한 걸까.

 

내 영혼을 살찌게 하고 삶의 내용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지혜와 통찰로 이것은 많은 독서와 여러 사람을 만나 겪으면서 나오는 공감에 따른 지혜의 결과물이 아닐까. 자아의 개성이 없으면 자유는 빛을 잃고,  서로를 위하는 인간 본성의 개발이 없으면 평등은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되는 사회가 기다려진다.

 


다시 표지판의 연주대 방향으로 몇 번의 오르내림의 긴 계단 길을 따라오다 보면 헬기장이 나오고 주변의 국기 봉도 보인다. 국기 봉은 여러 번 올랐으니 오늘은 패스하고 부지런히 일행과 다시 만나기 위하여 마당바위 쪽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하마 바위를 지나고 오른편으로 슬쩍슬쩍 보이는 서울대 전경에도 눈길을 주며 계속 오르다 보면 또다시 계단을 오르고 바위틈에 운치 있게 자란 소나무가 나오며 널찍한 마당바위가 펼쳐진다. 


마당바위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늘도 젊은 팀이 한 그룹이 모여 왁자지껄 바위 위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며 생기가 넘친다. 이곳에는 주말이면 아이스크림과 막걸리를 파는 아저씨가 있다. 곧 뒤따라온 우리 일행 중의 인물 좋은 친구가 아이스 하드를 한 개씩 사서 돌린다. 한숨을 돌린 후, 그 인심 좋은 친구의 유도로 연주대까지 오르기가 결정되고 오랜만의 정상 산행에 우리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계단 길과 바윗길을 따라 계속 오르다 보면 다시 헬기장이 나오고 여기서부터는 정상이 가까이 보이며 그 앞으로 두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한 봉우리의 정상에는 관악 문이라는 바위 문이 있어 연주대를 마주하기 전의 통과의례랄까 산사의 일주문을 통과하는 기분이 든다. 관악 문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는 친구들이 촛대바위라 이름 지은 횃불 바위와 코끼리 바위도 지난다.

 


한고비 봉우리를 타고 내려와 다시 마주 선 봉우리를 오르면 또다시 데크 계단을 타고 오르는 절벽 구간이 보인다. 데크가 있기 전에는 절벽에 묶인 밧줄과 쇠사슬을 잡고 아슬아슬한 스릴을 느끼며 지났건만 지금은 훨씬 수월하게 오르는 느낌이다. 그만큼 등산로가 많이 정비되어 있다. 그래도 남아있는 마지막 로프를 잡고 오르면 드디어 정상. 발아래 관악산의 명물 기상관측소가 보이고 경사진 바위 중간에 정상 석 표지도 보인다. 


관악산은 그 정상에 삿갓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삿갓 바위산이라 불리다가 모자 ‘관’자를 따서 관악산이라 불렸다 한다. 그 삿갓 바위 한 귀퉁이에는 연주대가 있다. 연주대는 의상대사가 한때 지냈다는 암자로 자그만 바윗길을 통해 내려갈 수 있으며, 그 주위는 ‘꿩의 비름’이 분홍의 꽃 자태를 수줍게 드러내고 있다. 바위틈의 작은 공간에서 피어난 꽃을 보고 있자니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생각난다. 


쇼펜하우어는 꽃은 식물의 자기 번식을 위한 생식기에 해당하며,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수정을 위해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생명 욕의 한 현상으로 이를 ‘생명에의 의지’로 보았다. 의지는 생명의 근원이며 원초적 능력으로 자신의 생명 욕을 충족시키며 종족을 번식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약육강식은 당연한 존재의 법칙이며 서로가 서로를 해치며 잡아먹기 때문에 생명 세계는 끝없는 비참함과 비극의 세계를 이어간다. 불교가 현세를 사바세계로 보는 방식이 쇼펜하우어에 영향을 미쳤다 한다.


불심 깊은 친구의 말에 의하면 연주대 밑의 연주암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로, 조선 시대 태종의 마음이 3남인 충녕대군에 가 있자 양녕과 효녕대군이 이 연주암에 머물며 한양을 바라보며 회한을 삼켰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연주암에는 효녕대군의 위패를 모신 ‘효녕각’이 있을 정도로 효녕은 대권에서 물러나 불교에 정성을 들였다 한다.

 

 

최근에는 연주암 근처의 ‘관악사지’에도 다시 관악사를 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우리나라 명산에서의 불교의 위상이 관악산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산길은 계곡을 따라 과천으로 정하여 내려간다. 과천에서 연주암까지의 숲길은 계곡을 따라 정비가 잘 되어있어 어느 곳에서도 한가로이 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너무 좋았다. 초가을이라 아직은 날씨가 화창하고 단풍은 이제 겨우 벚나무잎이 조금씩 채색을 바꾸고 있는 깨끗한 수채화 같은 계곡의 풍경이 이어져 있다. 


계곡을 감상하며, 또 기상관측소와 연결된 하늘에 나 있는 케이블카의 운행을 감상하며 관악산의 저변부로 내려오다 보니 인가가 보이고 뜬금없는 커다란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일본이 왜곡한 우리 역사” 어느 뜻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붙여 놓은 듯, 역사를 바로 알자는 그 뜻이 너무도 처절해 보였다. 


역사는 주관적 견해가 없으면 역사의 생명이 없고 객관적 사건 처리에 붙잡히면 역사의 의미와 뜻이 빈약해진다는데, 아직도 바르게 정립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여, 김형석 교수의 ‘백 년의 독서’에 나오는 한 고백이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는 역사 속에 살면서도 역사를 너무 모르거나 역사와 무관하게 살고 있다는 것 같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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