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칠기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김영준 작가가 이번에는 황칠 신작에 도전했다.
12월 2~4일 서울 강남 봉은사 보우전에서 ‘천년의 빛 봉은사를 비추다’전을 여는 김영준 작가는 황칠을 7겹 이상 곱게 입힌 작품과 나전칠기 작품 등 40여점을 내놓는다. 이번 전시 후에는 12월 7일부터 한달간 인사동 일조원 갤러리에서도 전시한다.
황칠은 구하기가 힘든 재료로 유명하다. “귀한 황칠을 찾아다니다가 보길도 김종훈 황칠연구원을 만났다”는 김영준 작가는 “황금보다 값비싼 황칠로 작품을 새로 선보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번 황칠 작품을 기대해달라”고 말한다.
황칠나무는 바람과 해풍이 인접한 곳에서 나는 수종이다. 자연 속에서 약성을 축적해가는 식물로 금빛의 천연도료로도 쓰이고, 또 몸에도 좋은 약용식물이나 15년 이상 자라야 수액 체취가 가능하고 채취량도 미미해 황금보다 비싸다는 말이 있을 정도.
1g에 20만~30만원 한다는 황칠 원액을 얻기 위해 보길도를 드나들었던 김 작가는 1억원 어치의 황칠 원액을 마련해 이번 작품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칠은 나무에 상처를 내고 추출한 수액이 처음 유백색에서 차츰 황색으로 바뀐 후 진을 없애 정제해 만든다. 순수알콜 도정 99% 천연재료를 정제된 황칠액에 넣어 희석하고 작품 위에 붓으로 얇게 7회 이상 도포한다. 그후 40도 이상 상온에서 5시간 정도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황칠은 금칠과 달리 편안하고 질리지 않는 빛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금속, 피혁, 목재 등 어떤 소재에도 뛰어난 도장기능을 내는 황칠은 좀과 녹이 안슬고 열에도 강해 금박을 입힌 듯 아름답고 투명한 금빛을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옻칠이 천년이면 황칠은 만년 간다는 말이 전한다. 또 마음을 안정시키는 안식향을 내며, 전자파는 흡수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의 절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나전칠기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는 1년반 동안 제작한 10억원 짜리 작품도 출품된다. 거북이와 물고기가 해초와 바위들 사이에서 노니는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이다. 깊이 있는 작품을 위해 전복, 소라, 진주패 등의 재료를 직접 고르고 가공해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내는 재료로 만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