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향후 수십년을 선도할 주요 추세는 ‘고령화, 디지털화, 불평등화’ 3가지다. 현재진행형인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하면서 분열과 갈등을 증폭하고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에서 대격변을 불러올 것이다.
인구, 과학기술, 부의 문제
일본 아키타는 평균 연령 53세에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 중 3분의 1이 넘는 ‘초고령화 사회’다. 세계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며 2050년이면 한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고령화는 극심한 정부 재정 압박, 세대 간 불평등으로 인한 노소 갈등 심화, 막대한 돌봄과 간병 비용과 인력 등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동반하는 인구 감소는 마을 소멸, 지방 자치와 지역 시장(특히 주택 시장)의 붕괴로 이어진다.
에스토니아는 과학기술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새로운 디지털 국가’로 거듭났다. 수도 탈린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정부와 완전한 디지털 시민권을 구축한 도시이자, 창업률 세계 최고인 ‘스타트업 천국’이다. 그러나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업의 가능성, ‘디지털 격차’라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 개인 정보 보호, 빅 브라더 감시 사회 등의 우려가 공존한다.
급속한 성장과 빈곤 퇴치를 이룩한 칠레는 1인당 국민 소득이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다.그러나 이 기적에는 극심한 불평등이란 오점이 뒤따른다. 칠레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 중 50% 이상을 가져가고 하위 90%가 나머지 50% 미만을 나누어 가진다. 더 큰 문제는 ‘불평등의 급격한 증가를 동반한 빠른 성장’이라는 이 모델이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발전 경로가 되고, 칠레 수준의 불평등이 국제 표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하는가
2004년 12월 26일 사상 최악의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서부 아체 지역을 덮쳤다. 아체의 주도 반다아체는 주민의 55%인 17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주변 마을인 람푹과 록응아에서는 90%가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이처럼 끔찍한 재앙을 겪고도 아체 사람들은 금방 삶을 재건하고 심지어 더욱 번창하기까지 했다.
요르단의 자타리난민수용소는 시리아내전을 피해 도망친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2012년 건설됐다. 경제 활동은 많은 제약을 받으며 제품이나 서비스도 전자 카드로 정해진 품목만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타리는 3,000개에 가까운 상점 수, 프랑스보다 높은 65%의 고용률, 1,400만 달러의 월 매출, 그리고 미국의 연간 창업률 20~25%를 크게 웃도는 42%의 창업률을 달성했다.
반대로 최고의 조건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글래스고는 19세기부터 조선업으로 대표되는 제조업뿐 아니라 미술, 과학, 공학, 문학, 문화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한 세기 만에 산업이 파탄 나고 실업률이 치솟고 남성 평균 수명이 54세까지 떨어지며 유럽 최고 도시에서 최악의 도시로 전락했다.
파나마와 콜롬비아에 걸쳐 있는 중앙아메리카의 다리엔은 금부터 값비싼 목재까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천연자원이 가득하다. 또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가교로서 탁월한 전략적 위치를 지녔다. 하지만 오늘날 다리엔은 전혀 발전하지 못한 채 원주민 부족, 마약 밀수꾼, 도망자가 우글거리는 무법 지대라는 악명만 얻고 있을 뿐이다.
어떤 요인이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것일까?
저자는 전세계 경제 추세와 그에 대한 각기 다른 대응을 보여주는 이 같은 사례를 통해 극한 경제 시나리오에 맞설 생존지도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