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2 (금)

  • 구름많음동두천 5.1℃
  • 흐림강릉 3.2℃
  • 구름많음서울 6.8℃
  • 맑음대전 9.4℃
  • 구름많음대구 7.5℃
  • 울산 5.8℃
  • 맑음광주 10.3℃
  • 구름조금부산 11.3℃
  • 맑음고창 8.3℃
  • 흐림제주 12.6℃
  • 구름많음강화 3.6℃
  • 맑음보은 6.6℃
  • 맑음금산 8.4℃
  • 맑음강진군 11.4℃
  • 구름많음경주시 5.7℃
  • 구름많음거제 10.0℃
기상청 제공

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멸공을 말한다.

URL복사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몇 년 전 일이다. 보수주의 운동을 하는 선배들과 얼큰히 술을 한 잔 하고는 2차로 노래방을 갔다. 돌아가며 트로트에, 7080노래가 연이어지는 속에 성악가 뺨치는 교회성가대 출신의 선배가 마이크를 잡았다. 같이 몇 번 노래방을 다닌 적이 있는지라 정지용작 <향수>를 청한다. 박인수, 이동원이 함께 부르듯 선배는 목청을 달리해서 완벽히 노래를 마친다. 앵콜이 쏟아진다.


멋쩍은 듯한 표정이지만 이내 번호판을 누르고 마이크를 다시 든다. “아름다운 이 강산을~”로 시작되는 <멸공의 횃불>이다. 다들 재미있다는 듯 박수치며, 일어서서 반동을 하며 따라 부른다.

 

군대 생활 후 거의 30년 만에 부른 터라 나도 따라하지만 술이 얼큰한 상태에서도 생각이 복잡해진다. ‘분위기 깨게 왠 멸공의 횃불’ ‘흥겨운 노래방에서 굳이..’의 부정에, ‘그래! 추억의 노래니까 인정’의 긍정까지.

 

그런데 사실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으로 시작되는 <광야에서>또한 비슷한 심경으로 노래방에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오랜만에 듣고 따라부르는 멸공의 노래가 역시 그리 달갑지 않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그 잔상이 남는다. 곰곰 생각하다가도 그런데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멸공이 장안에 화제다. 멸공은 올해 초 팔로워 73만 명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고 올린 게시물을 인스타그램 측이 삭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에 정 부회장이 항의하자, 인스타그램은 “시스템 오류”라는 해명과 함께 해당 글을 복구했다.

 

이후 멸공논란은 정 부회장의 반격과 팔로워들의 엄호, 그리고 다른 인풀루엔저의 설전으로 확전되었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이 두 자의 단어는 장안을 멸공정국으로 만들어버렸다.


멸공은 사실 중국에서의 사업전개에 문제점을 체험한 정 부회장의 공산당 집권 국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그의 트렌디한 감각이 결합한 깜짝 아이디어에 가까웠다. 사업하는 사람이 ‘멸공’이라는 다소 이념에 바탕한 도발적 단어를 쓰는 것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2030세대는 이를 하나의 재미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다소의 이념적 태클이 있었지만 정 부회장의 글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등의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그런데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사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정용진의 멸공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상기된다고 정치와 연결시켰다. 이에 질세라 윤석열 후보는 정 부회장을 응원하듯 이마트에서 장 보며, 달걀, 파, 멸치, 콩 구매 인증샷과 함께 ‘문파멸콩’으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성격으로 확전시켰다.

 

나경원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인증샷이 이어져 정치의 영역으로 전선이 펼쳐지면서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구태적 이념공세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리고는 멸공의 불똥은 이마트 등 신세계백화점과 계열사인 스타벅스로 튀어, 불매운동이 조심스레 확산되었다.

 

마치 한·일 갈등 속의 일본계 회사라 알려진 유니클로 보이콧 운동을 연상할 정도로 사회는 <보이콧 정용진 vs 바이콧 정용진>으로 갈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사태확산을 우려한 정 부회장은 사과를 하고 멸공전선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다시 멸공세상은 어느 정도 수면 아래로 안정을 찾아가는 길이다.


“나의 언어는 나만의 쇼(Show)다”라는 말이 있다. 프레드 쉐피시 감독이 제작한 러브앤아트(원제 Words &Pictures)영화의 한 대사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언어엔 그만의 쇼가 있었다. 그 쇼를 2030세대는 단순한 쇼로 받아들였지만 기성세대와 기존질서는 고정관념으로 해석하려 들었다. 친중이냐 반중이냐로 의미를 부여하였고,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를 넘은 멸망까지의 과격한 이념언어로 치부했다.

 

게다가 한일전 대하듯 양극화의 논리로 밀어붙여 2030의 삶의 일부까지 되어버린 스타벅스에 대한 찬반운동까지 불러왔다.


영화대사처럼 “언어도 결국 이미지(Image)”일 수 있다. 멸공에의 열광은 이념이라는 고리타분한 논리가 아니라, 스타벅스 불매의 선동적 궤변이 아니라 2030의 순간적 느낌, 다소 격한 표현, 그리고 키다리아저씨의 통쾌한 한마디에 대한 공감이 담겨있다. 언어에 담긴 쇼를 즐겨라. 더 이상의 해설은 거두어라. 요즘 애들 이야기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한일 정상회담, 다음 달 13∼14일 일본 나라시에서 개최 조율"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 나라(奈良)시에서 개최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일본 한 외신이 전했다. 한일은 2026년 1월 13~14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의 회담을 일본 나라시에서 여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11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한일은 나라시에서 정상회담, 저녁 만찬 등 개최를 조정하고 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 스승’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한 현장인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인근을 방문해 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회담 장소는 나라시 소재 사찰 도다이지(東大寺)가 부상했다. 이 사찰은 나라시대(710~794년)에 창건돼 "조선반도(한반도)에 있던 백제 도래인과의 관계가 깊은" 곳이라고 마이니치는 설명했다. 한일은 정상 간 상호 왕래하는 '셔틀 외교'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10월 말 이후, 그는 방한한 적이 있으나 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방문이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내달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경찰,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전재수 등 3명 피의자 입건...출국금지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경찰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12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내사 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한국당 의원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적용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수수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구을, 법제사법위원회, 5선)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선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 현행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제1항은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그 밖에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제1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종성 전 의원은 11일 주식회사 ‘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