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4.06 (월)

  • 구름많음동두천 13.0℃
  • 맑음강릉 15.5℃
  • 구름많음서울 13.2℃
  • 흐림대전 13.7℃
  • 대구 12.6℃
  • 울산 18.4℃
  • 광주 13.1℃
  • 흐림부산 17.3℃
  • 흐림고창 11.8℃
  • 흐림제주 22.2℃
  • 맑음강화 14.0℃
  • 흐림보은 12.7℃
  • 흐림금산 11.8℃
  • 구름많음강진군 16.6℃
  • 흐림경주시 14.4℃
  • 흐림거제 17.3℃
기상청 제공

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멸공을 말한다.

URL복사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몇 년 전 일이다. 보수주의 운동을 하는 선배들과 얼큰히 술을 한 잔 하고는 2차로 노래방을 갔다. 돌아가며 트로트에, 7080노래가 연이어지는 속에 성악가 뺨치는 교회성가대 출신의 선배가 마이크를 잡았다. 같이 몇 번 노래방을 다닌 적이 있는지라 정지용작 <향수>를 청한다. 박인수, 이동원이 함께 부르듯 선배는 목청을 달리해서 완벽히 노래를 마친다. 앵콜이 쏟아진다.


멋쩍은 듯한 표정이지만 이내 번호판을 누르고 마이크를 다시 든다. “아름다운 이 강산을~”로 시작되는 <멸공의 횃불>이다. 다들 재미있다는 듯 박수치며, 일어서서 반동을 하며 따라 부른다.

 

군대 생활 후 거의 30년 만에 부른 터라 나도 따라하지만 술이 얼큰한 상태에서도 생각이 복잡해진다. ‘분위기 깨게 왠 멸공의 횃불’ ‘흥겨운 노래방에서 굳이..’의 부정에, ‘그래! 추억의 노래니까 인정’의 긍정까지.

 

그런데 사실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으로 시작되는 <광야에서>또한 비슷한 심경으로 노래방에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오랜만에 듣고 따라부르는 멸공의 노래가 역시 그리 달갑지 않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그 잔상이 남는다. 곰곰 생각하다가도 그런데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멸공이 장안에 화제다. 멸공은 올해 초 팔로워 73만 명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고 올린 게시물을 인스타그램 측이 삭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에 정 부회장이 항의하자, 인스타그램은 “시스템 오류”라는 해명과 함께 해당 글을 복구했다.

 

이후 멸공논란은 정 부회장의 반격과 팔로워들의 엄호, 그리고 다른 인풀루엔저의 설전으로 확전되었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이 두 자의 단어는 장안을 멸공정국으로 만들어버렸다.


멸공은 사실 중국에서의 사업전개에 문제점을 체험한 정 부회장의 공산당 집권 국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그의 트렌디한 감각이 결합한 깜짝 아이디어에 가까웠다. 사업하는 사람이 ‘멸공’이라는 다소 이념에 바탕한 도발적 단어를 쓰는 것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2030세대는 이를 하나의 재미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다소의 이념적 태클이 있었지만 정 부회장의 글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등의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그런데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사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정용진의 멸공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상기된다고 정치와 연결시켰다. 이에 질세라 윤석열 후보는 정 부회장을 응원하듯 이마트에서 장 보며, 달걀, 파, 멸치, 콩 구매 인증샷과 함께 ‘문파멸콩’으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성격으로 확전시켰다.

 

나경원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인증샷이 이어져 정치의 영역으로 전선이 펼쳐지면서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구태적 이념공세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리고는 멸공의 불똥은 이마트 등 신세계백화점과 계열사인 스타벅스로 튀어, 불매운동이 조심스레 확산되었다.

 

마치 한·일 갈등 속의 일본계 회사라 알려진 유니클로 보이콧 운동을 연상할 정도로 사회는 <보이콧 정용진 vs 바이콧 정용진>으로 갈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사태확산을 우려한 정 부회장은 사과를 하고 멸공전선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다시 멸공세상은 어느 정도 수면 아래로 안정을 찾아가는 길이다.


“나의 언어는 나만의 쇼(Show)다”라는 말이 있다. 프레드 쉐피시 감독이 제작한 러브앤아트(원제 Words &Pictures)영화의 한 대사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언어엔 그만의 쇼가 있었다. 그 쇼를 2030세대는 단순한 쇼로 받아들였지만 기성세대와 기존질서는 고정관념으로 해석하려 들었다. 친중이냐 반중이냐로 의미를 부여하였고,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를 넘은 멸망까지의 과격한 이념언어로 치부했다.

 

게다가 한일전 대하듯 양극화의 논리로 밀어붙여 2030의 삶의 일부까지 되어버린 스타벅스에 대한 찬반운동까지 불러왔다.


영화대사처럼 “언어도 결국 이미지(Image)”일 수 있다. 멸공에의 열광은 이념이라는 고리타분한 논리가 아니라, 스타벅스 불매의 선동적 궤변이 아니라 2030의 순간적 느낌, 다소 격한 표현, 그리고 키다리아저씨의 통쾌한 한마디에 대한 공감이 담겨있다. 언어에 담긴 쇼를 즐겨라. 더 이상의 해설은 거두어라. 요즘 애들 이야기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서울대 등 7개 대학 제외 '확률·통계' 인정...'미적분·기하' 없이 이공계 지원 길 열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2027학년도 정시기준 전국 174개대 중 자연계학과에서 수능 미적분, 기하를 지정한 대학 1곳뿐(0.6%)이고 서울대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 39개 의대 중 이과 수학 지정대학은 17개대(43.6%)로 나타났다. 올해 정시에서 의대·서울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이 이공계 학과 지원자에게 '미적분·기하' 응시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수능에서 문과 수학으로 분류되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해도 이공계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수험생들의 확률과 통계로 쏠리는 '확통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7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174개 대학 중 이공계 학과 정시모집 지원자에게 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를 지정한 대학은 단 7곳에 불과하다. 서울대는 식품영양·의류학과·간호학과 3개 학과를 제외한 자연계열 전 학과에 미적분과 기하 응시를 요건으로 두고 있다. 나머지 6개 대학은 일부 학과에만 미적분·기하 응시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가천대(클라우드공학과)·경북대(모바일공학전공)와 전북대·제주대 수학교육과는 미적분·기하를 지정하고 있으며, 전남대는 기계공학과·수학과 등 46개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정치(政治)’를 잃은 시대, 지도자의 야욕이 부른 재앙
야욕이 낳은 비극, 명분 없는 전쟁의 참상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동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당초 단기전 예상을 깨고 4주째를 넘기고 있다. 이란의 저항이 거세어지며 장기전 돌입이 자명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란의 반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정당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중동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까지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내상을 입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왜 총성을 울렸는가? 명분은 자국민 보호였으나, 실상은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이라는 '개인적 정치 야욕' 때문임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지도자의 광기에 가까운 무모함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극단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정치(政治)의 한자를 풀이하면 ‘구부러진 곳을 편편히 펴서 물이 흐르듯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즉, 삶이 고단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펴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정당이 존재하고, 정권을 획득한 집권 여당은 행정·사법부와 협력하여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