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3 (화)

  • 흐림동두천 0.3℃
  • 흐림강릉 11.1℃
  • 서울 2.7℃
  • 대전 4.5℃
  • 흐림대구 7.6℃
  • 흐림울산 10.9℃
  • 흐림광주 10.2℃
  • 흐림부산 12.8℃
  • 흐림고창 10.5℃
  • 흐림제주 16.7℃
  • 흐림강화 1.0℃
  • 흐림보은 4.3℃
  • 흐림금산 5.2℃
  • 흐림강진군 11.5℃
  • 흐림경주시 9.4℃
  • 흐림거제 10.5℃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시네마돋보기】 알코올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에 나선 4명의 중년들 <어나더 라운드>

URL복사

 

술이 삶에 작용할 때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무료한 일상에 사라진 열정을 되찾기 위해 술을 통해 삶의 활력을 모색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93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 영화상 수상작이며, 이외에도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샌프란시스코영화비평가협회상, 세자르영화제, 런던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런던국제영화제 작품상, 유럽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코펜하겐의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마틴은 학생에게 수업이 지루하다는 평을 받고 학부모에게는 교사의 자질을 의심받는다. 사랑했던 아내와 자녀들과도 멀어져 대화조차 나눌 기회가 없다. 마틴의 동료교사인 니콜라이, 피터, 토미도 마찬가지로 지루하고 무기력한 중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그들은 노르웨이 심리학자의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모든 인간은 혈중 알코올 0.05%(0.5g/ml)의 농도를 가지고 태어난다. 매일 이를 유지하면 창의적으로도, 용감하게도 만든다는 이론이다. 마틴은 이 알코올 이론을 직접 실험을 해본다.

 

학교 화장실에서 몰래 몇 모금의 술을 마시고 들어간 수업은 전에 없는 웃음이 넘친다.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활기가 띈다. 마틴의 후일담에 친구들은 진지하게 음주 실험에 동참하게 된다.


음주에 따라 자신감과 활기찬 삶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그들은 규칙적으로 술을 마셔 혈중 알코올 농도를 유지하기로 한다. 하지만 과음에 이르지 않기 위해 근무 중에만 음주를 하며, 헤밍웨이와 같이 저녁 8시 이후와 주말엔 금주하다는 규칙을 세운다.


술과 음주측정기를 몰래 학교로 가지고 들어간 그들은 아침부터 술을 계속 마시고 늘 취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자 그들의 삶은 놀라운 변화가 펼쳐진다. 자신감과 열정이 생기면서 수업에 생기가 돌게 되고 학생들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청춘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꿈이다’

 

중년 남성들의 귀엽고도 유쾌한 이 음주 실험은 적당히 일탈적 방법으로 쉽게 문제가 해결되고 성취되는 상황이 주는 대리만족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역시 술의 어두운 면으로 이야기를 발전시키며 인생을 통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실험이 진행되면서 그들은 결국 알코올의 중독과 폭주의 함정에 빠진다. 적당히 자신을 놓게 만들어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준 술은 그 수위를 넘으면서 자신을 완전히 잃는 혐오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일과 가족과의 관계는 악화되면서 인생의 바닥에 이르자 마틴과 친구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문제와 소중한 것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젊음의 무모함을 ‘취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술 마시는 행위는 상실한 청춘의 전유물인 자신감이나 열정의 주입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곧 풍부한 영감 속에서 창의적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술이란 그런면에서 통제된 현대사회의 현실과 무기력한 중년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이고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은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상실한 청춘이 갈망으로 회복할 수 없는 꿈인 것처럼, 술로 인생의 행복과 황홀감을 느끼는 것은 꿈인 것일까? 작품 처음에 인용된 철학자 세렌 키에르케고르의 시 ‘청춘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꿈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꿈의 내용이다’라는 구절은 이 영화의 철학을 관통한다.


주연을 맡은 매즈 미켈슨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다. <킹 아더>, <더 헌트>, <로얄 어페어>, <007 카지노 로얄>, <아틱>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해 선 굵은 캐릭터, 섬세한 감정선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매즈 미켈슨은 30세에 연기를 시작하기 전, 어린 시절 기계체조를 하고 무용수로 활동했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엔딩 댄스 장면을 연기했다. 주인공 마틴의 마음속에 쌓여있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이 장면은 자기 삶을 되찾고 재충전한 사람을 보여주자는 의미를 담았다.


<더 헌트>의 토마스 빈터베르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촬영 전 세상을 떠난 딸과 얽힌 사연을 담아 연출에 임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학교 장면은 딸의 실제 학교에서 촬영됐다. 딸의 실제 친구들도 학생들로 출연해 영화에 함께 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확정해 제작과 주연을 맡을 예정이며 빈터베르크 감독도 제작에 참여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형사소송법 개정안·은행법 개정안 등 국무회의 통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은행이 대출금리에 보험료와 법정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 등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에서 이러한 법안을 포함한 법률 공포안 63건과 대통령안 56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지난 12일 여권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확정되지 않은 형사사건 판결문도 열람과 복사가 가능해지고, 검색 시스템에 단어 등을 넣어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수사단계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전자증거 보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보전요청제도'도 도입된다. 은행법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법적 비용의 금리 반영을 제한하는 게 골자로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시행된다. 구체적으로 은행이 대출금리 산정 때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와 예금지급준비금, 서민금융진흥원출연금, 교육세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일부 보증기관 출연금의 경우 가산금리 반영 비율을 50% 이내로 제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은행이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에 전가해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구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아산병원, 쿠웨이트에 고난도 로봇 갑상선 수술법 전수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성태연 교수팀은 최근 쿠웨이트 보건부의 초청을 받아 고난도 로봇 갑상선 수술법을 전수하고 돌아왔다. 쿠웨이트에서 시행된 첫 내분비질환 로봇 수술이었다. 성태연 교수의 수술법 전수는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에서 연수받은 쿠웨이트 의료진이 현지로 돌아가 내분비외과의 필요성을 알리고 의료 수준 발전을 위해 쿠웨이트 최초로 창설한 내분비외과학회에서 진행됐다. 서울아산병원의 해외의학자 연수 프로그램이 현지 의료 발전까지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성태연 교수팀은 12월 2일(화)부터 3일간 쿠웨이트에서 로봇을 이용한 겨드랑이 절개 갑상선 절제술 및 후복막 접근 부신 절제술, 갑상선 재발 환자 수술 등 총 5건의 고난도 갑상선 수술을 시행하며 선진 의료 기술을 전수했다. 쿠웨이트에서 최초로 시행된 내분비질환 로봇 수술에는 현지 의료진 40여 명이 참관해 고난도 술기를 전수받았다. 로봇 수술은 손목 관절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을 이용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부위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주요 혈관 등에 손상을 끼칠 위험이 낮다. 특히 로봇 갑상선 겨드랑이 접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