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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돋보기

【시네마돋보기】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는 건축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약 : 파주, 책,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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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세계 유일의 책을 위한 생태 도시 파주출판도시의 탄생 배경과 도시의 가치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및 제1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공식 초청과 더불어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예술공헌상을 수상했다.

 

 

 

연대의 발자취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위치한 국가문화산업단지인 파주출판도시는 30여 년 전 시작된 출판인들의 꿈에 건축가들의 새 도시에 대한 희망이 만나며 탄생했다. 군부독재 시절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의 자유를 꿈꾸며 ‘책을 위한 공간’을 상상했고, 이기웅 열화당 대표, 김경희 지식산업사 대표, 김언호 한길사 대표, 고(故) 박맹호 민음사 대표, 윤형두 범우사 대표, 고(故) 전병석 문예출판사 대표, 허창성 평화출판사 대표 등 일곱 명의 출판인들은 북한산에 모여 책의 도시를 만들기로 결의했다. 이들의 ‘북한산 결의’는 승효상, 민현식, 영국의 플로리안 베이겔, 김종규, 김영준 등 다섯 명의 실력 있는 건축가들을 만나 1998년 현실로 이루어졌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위대한 계약’은 2000년에 체결된 출판도시 1단계 건축설계 계약의 공식 명칭이다. 이들의 오랜 염원을 실현시켜 줄 도시는 단순히 건물이 들어서는 현장이 아닌 철학과 가치가 담긴 공간이어야 했다. 그리하여 ‘공동성의 실천’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도시의 성공적인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위대한 계약’은 다섯 명의 건축가들이 작성한 도시 건축 마스터플랜을 따라 개별 건축의 특색이 살아있으면서도 도시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건축의 보물섬’을 탄생시켰다. 


출판도시가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멸종 위기종과 천연기념물,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도시 개발 당시, 파주의 생태를 최대한 원형대로 보존하고 싶었던 출판인들은 공사 진행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시 환경의 가치를 고집했다. 철새 도래지를 품은 한강 하류 저습지를 개발한 출판도시는 주변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도시 경관을 자연과 어우러지게 배치하는 마스터플랜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살아 숨 쉬는 듯한 생태환경도시를 탄생시켰다. 영화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어울려 공존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의 소중한 가치를 전한다. 

 

 

 

도시에 대한 새로운 꿈


파주출판도시는 출판도시를 건설한 1단계 사업에 이어 영상과 미디어 산업을 흡수하는 2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영화사에 입지를 다져온 명필름을 비롯한 영화 및 문화예술 기업들이 둥지를 틀면서 종합예술도시로 한 단계 나아갔다. 


파주출판도시는 도시 건설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책의 기획부터 편집, 디자인, 인쇄를 거쳐 유통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출판 원스톱 체제를 갖췄다는 점과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생태도시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출판계와 건축계의 놀라움을 샀다. 문화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파주출판도시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제6회 셰이크 자이예드 도서상에서 문화기술 부문 최고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국제출판협회(IPA)와 유수한 건축 매거진을 비롯한 전 세계 매스컴들이 다투어 취재하고 나섰으며, 터키, 필리핀, 중국, 일본 등 외국 출판 관계자와 정부 관리의 방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영화는 수많은 한계 속에서도 공동성을 지향하며 생태문화도시를 일군 사람들의 연대의 발자취를 따라와 찬란한 도시의 변천사를 그리며 건축과 도시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제작 연출을 맡은 김종신, 정다운 감독은 2012년 건축전문 영화영상제작사 ‘기린그림’을 설립해 꾸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기린그림’의 영화는 건축을 넘어 그 안에 담긴 건축가의 정신과 건축 철학을 보여준다. 지난 2019년 개봉해 건축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2만 관객을 돌파한 <이타미 준의 바다>는 ‘바람의 건축가’라 불렸던 재일 한국인 이타미 준의 삶과 공간을 담았다. 김종신, 정다운 감독은 제13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건축문화공헌상을 수상하며 이 같은 작업의 공헌을 인정받기도 했다. 감독은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를 통해서도 건축과 도시의 철학에 집중한다. 영화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큰 축에서 진행되며 도시의 미래와 비전을 생각해보는 구조로 펼쳐진다. 그리고 관객에게 도시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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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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