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여야 지도부 영수회담 불발 책임을 자당에 돌린 것에 유감을 표하며 야당이 낙마를 요구하는 장관·비서관 정리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이 이진복 정무수석의 수차례 연락에도 박홍근 원내대표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공개하며 윤 대통령과 여야 만찬 회동 무산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린 것이 강력한 반발을 유발하는 모양새다.
박지현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내버려두고 소주나 한 잔 하며 뭉개는 방식으로 만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에게 술 마시자고 제안한 것을 마치 민주당이 거절한 것처럼 대답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인사 참사부터 정리해서 여야가 만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의 거부로 영수회담이 불발됐다는 대통령실 주장을 에둘러 반박한 셈이다.
나아가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을 향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대통령실 비서관 인사들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협치를 방해하는 '수준 이하, 양심 불량' 장관 후보자와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먼저 정리해 주기 바란다"며 "서로 힘을 모으려면 최소한 야당이 극구 반대하는, 국민적 지탄을 받는 인사들은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공동 상임선대위원장도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고의적으로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묵과할 수 없다"며 "대화 상대에 대한 저질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경고했다.
윤 위원장은 "협치는 언론플레이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소주 한 잔 마시며 사진을 찍는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야당시절부터 하던 못된 언론플레이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부적격 판정을 내린 국무위원 후보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즉각 정리해주길 바란다"며 "국민 통합과 여야 협치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무응답' 당사자로 지목된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대통령의 첫 국회 방문에 최대한 예우를 갖추겠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이 진심으로 협치를 원한다면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아니라 입법부를 존중하고 국민 전체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것을 말이 아닌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우선 내각과 비서실의 부적격 인사 임명 강행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인사 대참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책임있는 조치가 우선"이라고 했다.
아울러 추경안 처리에 적극 협력 입장을 밝히면서도 "코로나19로 고통을 겪은 국민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두텁게 지원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가 완전히 보상되도록 하겠다"며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면서 대폭 손질을 시사했다.
한편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해선 점차 기류 선회가 표면에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과 조응천 비상대책위원,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 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인준 가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완주 의원 성비위 제명 사태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발목잡는 야당' 프레임은 피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받는 것으로, 민주당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정부여당이 정리할 경우 인준에 협조할 수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호영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하면 여야 관계는 거의 파탄 상태로 갈 것"이라며 " 왜냐하면 워낙 이분이 아빠 찬스가 너무 심하고, 한두 건이 아니지 않느냐. 검증할 때 잘 발견을 못 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분을 관철할 경우에는 한덕수 후보자는 인준받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에 진행자가 '만약 정 후보자를 자진사퇴 시킨다면 한 총리 인준이 되느냐'고 묻자, 우 의원은 "당에서 한번 의논해볼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정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않고 한 총리를 인준해달라는 건 야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