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올해 제42주년을 맞이하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보수 정권 최초로 윤석열 대통령 등 보수 인사들도 참여한 가운데 식지 않은 추모행렬로 절정을 이뤘다.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은 9만6,30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5·18 진상규명과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국가폭력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는 염원을 모으고 있다.
윤 대통령 “5.18 정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
국가보훈처는 올해로 제42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광주 북구에 소재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을 드립니다’를 주제로 개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거행되는 이번 행사는 ‘항쟁 정신을 계승해 국민통합의 희망을 꿈꾸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선 후보 당시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따른 광주시민의 반발로 두 차례나 5·18민주묘지 반쪽 참배에 그쳤던 윤 대통령과 정·관계 주요 인사, 5·18민주 유공자·유족·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정치권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이 18일 광주로 총출동했다. 보수 정당 의원들이 대거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며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임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17일 묘역을 찾아 “5·18은 개인을 떠나 공적인 삶을 살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며 오월 영령의 넋을 기렸다.
여당, 5.18정신 국민통합으로 승화하는 데 뒷받침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16일 5·18 단체와 보수 정당 최초로 정책간담회까지 열고 “법과 예산 뒷받침은 물론 5·18 정신이 국민통합으로 승화하는 데 모든 뒷받침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에서 5.18 단체와 유족 모임과 간담회를 열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5·18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박해숙 5·18 유족회장, 황일봉 5·18부상자회장과 양손을 맞잡고 제창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준석 대표의 방침에 따라 전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김영삼 정부 이후 보수 정권 첫 제창이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이용섭 광주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도 큰 진전이 있고, 새 정부 지역공약인 ‘5·18 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 설립’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5·18 3단체가 모두 공법단체로 전환돼 참으로 다행”이라며 “5월 3단체들이 앞으로 5·18 정신 계승과 5·18 세계화의 구심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협조 체제를 잘 갖춰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5.18 북한특수군 침투 주장은 허위 밝혀져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측은 “1980년 5월 20일 광주역 집단 발포 당시 최세창 제3공수여단장의 현장 지휘가 있었다는 진술과 기록을 확보하는 등 발포 명령과 책임소재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했던 북한 특수군 개입설은 허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지만원 씨가 북한군으로 지목한 이른바 '광수1번'의 실존 인물인 차복환 씨가 42년 만에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당시 5.18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등의 정황을 토대로 “5.18 북한특수군 침투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 밖에 조사 내용은 ▲광주역 일대 발포 명령에 대한 진상규명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사건 ▲광주진압작전에 투입된 계엄군과 경찰의 피해 현황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강제징집 및 삼청교육대 입소에 대한 조사 등으로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군부 책임자들 여전히 침묵과 회피로 일관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지난 16일 옛 전남도청에서 ‘1980년 5·18 당시 옛 전남도청에 대한 탄흔 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고 “M16 소총 탄두 2개가 각각 도청 본관·경찰국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5·18 민주화운동의 마지막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이 쏜 총탄으로 추정되는 탄두들이 추가 발견된 것이다. 이젠 옛 전남도청 건물에는 총탄 자국으로 보이는 535개의 탄흔이 상처로 남아 있다.
지난 16일부터 최초로 사람들에게 탄두와 총탄 자국들이 공개됐지만, 여전히 발포를 지시한 신군부 책임자들은 여전히 침묵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생존해 있는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 씨는 노환으로 조사가 어렵고, 남은 인물은 정호용 씨뿐이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5.18 핵심 인물들의 측근 50여 명을 대신 조사할 예정이지만 이들이 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이다.
임성환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장은 “과학적 기법을 활용해 벽체 안의 탄흔 실체를 조사 중”이라며 “탄흔 조사와 전시가 진상규명과 더불어 5·18 당시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