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미국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셀시우스발 대규모 '코인런' 위기 봉착으로 연쇄 부도의 위기가 드리워졌다. 디파이 시장은 법의 규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로 고배율 레버리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예치 및 대출 등을 서비스하는 셀시우스 네트워크(셀시우스)는 이달 13일부터 고객 자금에 대한 인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다른 가상자산을 대출해주는 서비스 업체다. 디파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금융 서비스로 일반 시중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거나, 담보물을 설정해 현금을 대출받는 것과 같은 구조다.
가상자산 디파이 서비스는 중앙은행에 의해 통제되는 전통 금융과 다르게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아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일부 글로벌 거래소에서는 100배가 넘는 코인 레버리지 상품을 지원하기도 한다. 코인투자로 수백억대 자산가가 됐다는 무용담이 가능한 데에는 이같은 초고배율 레버리지와 재담보설정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폭등장에서는 고배율 레버리지로 돈을 벌었더라도 약세장이 지속된다면 이는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이번 셀시우스의 코인런 우려도 이더리움을 이용한 재담보설정으로 이더리움 파생상품의 대규모 청산이 예상되는 이유에서다.
셀시우스도 stETH를 담보로 받고 이더리움을 대출해줬다. 이때 stETH를 담보로 빌려준 이더리움도 다른 고객들이 맡겨둔 담보다. stETH는 리도파이낸스라는 크라우드 펀딩 기업이 발행한 토큰으로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를 위한 스테이킹에 이더리움을 맡기면 후에 이더리움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일종의 증표다.
문제는 셀시우스가 사업 구조에서 재담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담보란 쉽게 말해 담보로 받은 물건을 다시 담보로 맡기는 걸 가리킨다. 재담보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주기도 하지만 재담보 비율이 높고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 전체의 극심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헤지펀드가 연쇄 도산하는 사태로 번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저신용자에게도 주택담보 대출을 허용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나오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맹렬한 믿음이 주택 관련 파생 상품에 대한 투자의 성행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 관련 파생상품에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택 파생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재담보로 얽힌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연쇄 부도를 맞은 것이다.
이처럼 재담보 문제는 한 개의 회사의 파산으로 시장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담보로 맡긴 stETH의 가치가 이더리움보다 낮아질 경우 stETH는 강제 청산된다. 따라서 이더리움의 하락이 지속되면 셀시우스가 가진 이더리움 자산이 자동 청산되면서 시장에 매도될 위기에 처했다. 셀시우스 보유 자산은 지난달 기준 118억달러(약 15조원)가량이다. 최근 코인 시장 폭락으로 지난해 10월 250억달러(약 32조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적지 않은 규모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리서치센터는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stETH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중앙화 및 탈중앙화 대출 플랫폼, 특히 셀시우스의 뱅크런(예금자 대규모 이탈 사태)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