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윌리엄 모리스의 예술 공예 패턴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기자] 여행 길에 오르다 보면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형태의 가로수 잎들, 도로 위 외국어 간판들, 화려한 색상의 두건으로 틀어 올린 헤어 스타일 등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특히 서양권 나라에 가면 섬유와 건축물의 화려하고 특이한 패턴 문양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패턴들은 지루한 일상에 다채로움을 불어 넣어준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면직물 공업이 발달했다. 증기 기관 기술이 실을 뽑아내는 방적 기술에 적용이 되며 생산성이 극대화되었다. 18세기 중반부터 영국이 산업화 되어가며 생산성과 실용성에 상당한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디자인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갔다. 거칠고 투박한 공산품들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기계들이 수공업을 대체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윌리엄 모리스는 이에 대한 반항이 거세 졌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예술 공예 운동을 펼쳤다. 덕분에 예술성이 짙은 수공예품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윌리엄 모리스는 영국 출생 디자이너, 시인, 소설가였다. 그는 중세 길드들의 수공예 기술을 부활시키며 섬세하고 장식적인 요소들을 강조했다. 시각적 아름다움 자체를 예술의 존재의 이유로 가치 전환을 시켰다. 이들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이 공존할 수 있도록 가구, 패브릭, 벽지, 조명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에 적용시켰다. 특히 불규칙한 곡선의 미를 자랑하는 자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모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런던에서 각종 신기한 생산품들이 전시되었던 만국 박람회가 열린 날 그는 전시장 입장을 거부했다. 가족들이 박람회를 구경하는 동안 모리스는 기계처럼 차가운 공산품들의 모습에 견디지 못하고 야외 공원으로 뛰쳐나와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광활한 자연을 품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정도로 자연을 사랑했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탐구하고 싶어했다.


모리스가 디자인한 패턴들은 대부분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는 시골길과 정원을 거닐며 식물의 패턴을 찾아냈고 자연을 사실적으로 그대로 옮겨 그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임을 알았다. 대신 심플하고 평면적인 스타일로 재구성했다. 모리스가 자주 사용한 소재들은 꽃, 덩굴 식물, 새, 토끼 같은 동물들이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굴곡으로 디자인되어 자연의 생명들이 평면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인다. 이런 패턴들은 벽지, 텍스타일로 옮겨가며, 커튼, 소파, 등 인테리어를 숲이나 정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패턴의 디테일이 워낙 정교해서 기계로 찍어낸 듯 보이지만 사실 수공예로 모두 제작된다. 나무 판에 디자인한 패턴을 그린 후 조각 칼로 파내어 남은 양각 부분을 염색 안료로 바른다. 나무 판을 종이에 찍어 안료가 골고루 스며들 수 있도록 무게로 누른다. 여러가지 색으로 레이어를 입혀야 하기 때문에 형태에서 색이 벗어나지 않도록 라인을 맞추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여러 장을 반복적으로 찍어야 하기에 신중하고 고된 과정을 거친다.  


모리스가 디자인한 패턴들을 보면 단순히 눈만 즐겁게 하는 문양이기 보다 감정적인 부분들을 건드리니 그의 심미적 성향이 전달된다. 여행과 모험을 좋아한 모리스의 성격이 투영되어 있는 듯하다. 모리스는 아이슬란드를 “모든 사막 중에 가장 로맨틱한 곳”이라고 감탄했다. 아이슬란드라는 광활한 대지는 그를 얽매이게 하는 당시 예술 양식과 부인인 제인 모리스와의 껄끄러운 관계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볼 수 없는 세쌍 무지개, 머리 카락 처럼 휘감기는 협곡, 화산 활동으로 들끓는 용암, 아름다운 오로라 등 생경한 광경들을 마주했다. 모리스는 여행을 기회로 삼아 자유롭고 다듬어지지 않은 고대 노르드어 문학과 자연을 탐구하였고 여행 일지인 <아이슬란드의 일기> 와 ‘처음 본 아이슬란드’ 와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은 요즘 시대에 보아도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꽃을 소재로 한 패턴 디자인은 자칫하면 촌스럽거나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의 패턴은 마치 다른 시공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향이 나지 않는 꽃과 나무 중 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이 있다면 모리스가 남긴 위대한 패턴 디자인 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尹 대통령, 새 비서실장에 정진석 임명...“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 기대”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새 대통령비서실장에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송 생중계를 통해 정 의원의 비서실장 내정을 직접 발표했다. 정 내정자는 현직 의원인 만큼 국회의장 결재 등 사퇴 절차를 거쳐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정 내정자의 신문기자, 5선 국회의원, 국회 부의장·사무총장, 청와대 정무수석, 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약력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소통' 역량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해서 한국일보에서 15년간 기자로서 근무했다"며 "주로 정치부에서 국회 출입을 많이 하고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도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에는 16대 국회에 진출해서 5선 국회의원을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에서도 비상대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장, 국회부의장, 국회 사무총장과 같은 국회직도 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그래서 정계에도 여야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비서실장으로서 용산 참모진들뿐만 아니라 내각, 여당, 야당 또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을 함으로써 직무를 아주 잘 수행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

더보기
한국생활폐기물중앙회 회원사 워크숍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사단법인 한국생활폐기물중앙회는 22일 충남 천안시에 소재한 천안상록리조트 컨벤션센터(상록홀)에서 회원사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회원사의 권익 보호와 유대를 강화하며, 회원사의 지위 향상 및 국민 보건과 환경보전에 기여를 도모하기 위해서 개최됐다. 행사일정으로는 전문 강사들이 초빙되어 ▲최근의 대행 환경변화에 따른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 실태와 전망을 분석▲대행 업무수행에 요구되는 생활폐기물관리제도, 입찰부당공동행위예방제도, 안전보건관리제도와 관련한 지식을 공유 ▲자유토론으로 생활폐기물수집‧운반대행자 지위 향상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앙회 회원사는 1960년대 보건사회부 오물청소법에 따른 오물처리업을 시작으로 하여 1980년대 중반 이후는 환경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생활폐기물수집·운반업을 영위하면서 지자체장의 책무를 대행하여 가정‧상가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을 수집하여 재활용시설 또는 소각‧매립장으로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송용호 중앙회 회장은 "회원사들이 지자체의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 업무를 함에 있어 국민 건강을 지키고 국토환경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최근 법‧제도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문화

더보기
【책과사람】 서로 협력하거나 함께 타락하거나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과학과 기술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에게 손해가 되는지는 정치적 판단이 수반된다. 생명과학과 AI 등의 규범과 법률을 만드는 일이나, 복지체계 설계나 세금 부과 같은 정책을 만드는 일은 정치의 영역이다. 저자는 과학과 정치의 관계와 권력의 본질에 관해 파고든다. 국가가 과학에 개입한 복잡한 역사 각종 전염병과의 싸움부터 지구 온난화까지 인류가 재앙과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과학과 정치는 결탁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도전이 되기도 하는 과학의 권위 확대로 인해 마찰과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과학이 새로운 규제 마련 명분의 근거가 되는 만큼, 이제 과학은 모든 의미에서 정치적이다. 오늘날 대부분 문제는 과학적 결정과 정치적 결정을 동시에 요구한다. 반면, 과학과 기술의 새로운 분야가 생겼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장려할지 억제할지, 예산을 편성할지 삭감할지, 관련 법률을 제정해 규제할지 유예할지 등 정치에서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책은 국가가 과학에 개입한 복잡한 역사를 설명하면서 국가가 과학을 군사력이나 경제적 번영의 수단으로 이용한 방식, 과학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된 과정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