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대한민국은 음주운전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나라이다.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도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근절되지 않는 음주운전 공화국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음주운전에 선처를 베풀 수 없다는 사회적 약속이 형성됐지만, 잠재적 살인이라 불리는 음주운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 운전자 수는 16만 2,102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적발된 상습 음주 운전자(2회 이상 적발) 74%가 10년 이내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은 무서운 습관으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다가 난 사고의 결과이다.
지난 2018년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으로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된 바 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부분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 시 가중 처벌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음주운전 재범자의 경우 가중처벌 조항이 아닌 각 혈중알코올 농도에 따라 처벌이 정해지게 되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솜망이 처벌도 문제이지만,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음주운전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인적인 행위를 자행하고도 스스로 중대한 범죄라 인식하지 않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범죄는 근절되지 않는다.
공직자 음주운전 행위가 잇따르면서 공직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중할 때 음주운전으로 징계받은 공무원 수가 823명(국가공무원 387명, 지방공무원 436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부터 공무원 음주운전 징계기준이 강화됐지만 음주운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낸 정치인, 고위공직자, 연예인들 등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주취감형’을 받아 큰 처벌을 받지 않는 사건이 부지기수이다. 정부안으로 음주범죄에 대해 감형 재량권을 둘 수 없도록 형법을 개정해 주취 감형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
지난 4일 만취 음주운전 혐의를 가지고 있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40일 만에 청문회도 없이 임명됐다. 박 부총리는 앞서 2001년 12월 박 부총리의 음주운전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251%의 만취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바 있다.
교육부 장관이라는 중요 직책을 맡기에는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잘못을 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박 후보자 음주운전 논란 당시 “언제한 것이며 여러 상황이라든가 가벌성, 도덕성 같은 걸 다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옹호성 발언을 하더니만 끝내 박 부총리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 박 부총리의 임명 강행은 한국 사회에 고질적인 음주 윤리 불감증의 끝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윤리적인 큰 잘못을 해도 능력과 전문성만 있으면 잘못은 덮어질 수 있으며, 언제든지 기회가 있는 세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음주운전은 그 범죄에 맞는 무거운 형량으로 일벌백계해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음주운전은 사고를 당하는 상대방과 그 가족들에게는 평생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용서받지 못할 중범죄이며, 명백한 살인미수 행위임을 인식해야 하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준엄한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