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2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대정부질문에서 단연 눈에 띈 건 이상민·한동훈 두 장관이었다.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있었던 이날 경찰국 신설과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 등과 관련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들은 야당의원들의 공세에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때로는 조목조목 따지며 반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두 장관에게서 ‘과거엔 안 그랬지 않느냐’(2020년 10월 국정감사)며 역공을 폈던 윤 대통령의 과거 검찰시절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절친’,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과 충암고,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매일 통화한다”는 말이 여의도 정가에 파다할 정도다. 한 장관도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우리 동훈이”로 부를 만큼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두 장관의 발언이나 태도는 ‘尹心’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무게감이 남다르다.
앞서 19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언론에 장관들만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다. 장관들이 다 ‘스타’가 되길 바란다”며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강인선 대변인은 “해당 부처가 하는 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리라”는 당부라고 설명했다. 30%초반까지 떨어진 지지율 반등을 위해 장관과 참모들을 ‘전진배치’하는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대통령의 주문대로 대통령실 참모들과 내각의 장관들이 메신저를 자청하고 나서면서 정부 시책과 관련한 정치 공방이 전방위적으로 거세지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들의 메시지에서 보이는 핵심 문법은 ‘문재인 정권 탓’ ‘내로남불’이다. ‘전 정권’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25일 대정부 질문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가 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해 공직자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을 비판하자 한동훈 장관은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해오던 업무다. 이것이 잘못이라면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 검증 업무는 모두 위법”이라고 맞받아쳤다. 임명된 법무행정 책임자가 선출 권력인 국회에서 시책에 대한 논쟁이 아닌 정치적 공방으로 대응한 것이다.
좋은 정책은 계승하고 문제가 있는 정책은 수정·보완하는 게 당연하다. ‘전 정권’의 정책이라고 전면 폐기하거나 공수 교대한 야당의 비판에 “전 정권도 그랬다”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국정을 위임한 국민을 대하는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 대통령실이나 여당은 최근의 국정지지율 하락이 ‘국정홍보 미흡’에 있다고 보는 듯 한데 과연 그런가? 몇몇 장관이나 대통령실 행정요원 논란도 지지율 하락의 핵심은 아니다.
본지 박성태 대기자는 지난 7월 칼럼에서 “리더는 목표를 공개하며 구성원의 공감을 얻어 함께 일을 하지만 보스는 목표는 내가 알아서 정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만 한다”면서 “요즘 리더의 최대 덕목은 서번트 리더십, 팔로우 리더십이다”라고 말했다. 리더십의 핵심이 ‘공감 능력’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당은 물론이고 대통령실이나 내각 장관들이 내는 메시지나 태도에서 이러한 ‘공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단호’ ‘쿠데타’ ‘불복종’ ‘부화뇌동’ 등 선택한 단어들이 거칠고 일방적이다. ‘공감’은 ‘역지사지’해야 가능하다. ‘인사 논란’이나 ‘경찰국 신설’등 불거진 이슈를 대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이나 당사자들과의 소통은 ‘국정 홍보’보다 더 중요하다. 왜 그리 급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