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출범했다. 주호영 비대위의 당면 과제는 이준석 대표 징계 국면부터 2개월 가까이 이어진 당 내홍 수습과 순조로운 전당대회 준비가 될 전망이다.
다만, 비대위가 직접 성격과 활동 기간을 정하기로 해 논의 전척에 따라 가시적 쇄신을 이루는 ‘단기 혁신비대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당대표 직무대행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전국위원회 투표로 선출된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개정 당헌에 의거해 임명하고 당권을 넘겼다.
비대위의 기본 성격은 '관리형'일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 출범 자체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당내 리더십이 불안정한 데다, 현 국면을 주류 '친윤' 그룹이 주도해 쇄신 작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지지율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고, '친윤' 그룹도 당 안팎의 요구에 따라 2선으로 물러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대위가 '관리' 수준을 넘어서는 쇄신 작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번 비대위 출범은 특수한 상황전개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여당이 집권 초기에 비대위를 꾸린 건 초유의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2010년 이래 8회의 비대위를 출범시켰는데, 모두 정권 중후반부거나 야당 시기였고 그것도 대부분이 선거 참패 직후였다.
당 안팎에서 '첫해 여당이 어떻게 비대위를 하나'라는 지적이 쏟아졌으나, 국민의힘은 이준석-권성동 지도부의 연속 붕괴 속에서 끝내 비대위의 길을 선택했다. 전환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즉, 비대위가 최소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비대위 전환에 이견 남아…내홍 수습 험로
서병수 전국위 의장에 따르면, 상임전국위가 5일 현 상황을 당헌상의 '비상상황'으로 해석한 근거는 최고위원회의의 기능 상실이다. 당헌 제96조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두도록 하고 있다.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과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최고위원직 사의를 밝힌 것으로 지도부가 기능을 잃었다는 의원총회와 최고위의 결의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반발도 거셌다. 지난 7월11일 당이 이준석 대표 상황을 '사고'로 규정하고 6개월 직무대행 체제를 띄웠는데, 이 결정을 바꾸는 설명이 불충분했다는 것이다. 상임전국위원(경기도당위원장)인 유의동 의원은 상임전국위 도중 자리를 떠나며 "7월11일 결정이 잘못됐는지 이야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대표직이 소멸되는 이준석 대표는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토요일인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고, 9일 현재까지 언론에 직접 표출한 의사는 모두 가처분 신청 쪽이었다.
이 대표가 지난 윤리위의 당원권 정지 징계에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대표직에서 공식 해임되는 비대위 출범의 경우는 법원 인용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전날 정미경 최고위원과 한기호 사무총장이 사퇴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해진 의원이 사법적 대응을 말리는 등 이 대표에 우호적인 중진들이 일제히 이 대표를 만류하고 나선 점이 변수다. 이 대표로서도 정치적 미래를 위해 자기희생 차원에서 해임을 수용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주류가 출범 주도 한계…‘혁신비대위’ 가능성도
이번 비대위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당 주류 세력이 비대위 출범을 주도했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비대위는 보통 지도부 내지 주류 세력이 선거 참패 등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 때 들어선다. 그러나 지금은 선거 연승 직후 시점인 데다, 당대표와 당대표 직무대행이 개인적으로 실각하는 상황에서 주류인 '친윤' 그룹의 드라이브로 비대위가 섰다. 배현진·박수영·조수진 의원 등이 비대위 전환 국면을 추동했다.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는 정권 말기인 데다 안상수·홍준표 대표의 연이은 사퇴와 선거 연패로 당내 헤게모니가 없던 상황에 들어섰다. 2020년 김종인 비대위는 야당으로서 개헌 저지선을 간신히 넘기는 초유의 총선 패배로 주류 세력이 와해된 상황에서 출범했다.
반면 2016년 김희옥 혁신비대위와 탄핵 직후 인명진 비대위는 '친박'의 벽을 넘지 못했고, 2018년 김병준 혁신비대위 역시 구주류와 갈등을 매듭짓지 못한 채 황교안 지도부에 당권을 이양했다.
주호영 위원장은 유력 후보였던 정진석 부의장과 달리 '친윤'의 색채가 짙지 않지만, '비윤'은 확실하게 아니기 때문에 주류 측에서 비토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권 초기인만큼 '친윤'의 세는 확고하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연직 비대위원이자 지도부 2인자로 비대위에 남는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 성격 규정을 비대위에 온전히 맡겼고, 주호영 위원장은 실권을 행사하는 비대위를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비대위 역할을 놓고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 당권 주자들과 비대위가 맞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