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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돋보기

【시네마돋보기】 호러물의 외피를 입은 성장물 폭력적 세상에서 약자의 생존기 <블랙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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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기괴한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된 소년이 죽은 친구들과 통화를 하게 되면서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호러영화 전문 제작사인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며,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콧 데릭슨 감독이 연출했다. 스티븐 킹의 아들 조 힐의 소설이 원작이다.

 

 

억압적 현실, 초현실적 희망

 

1978년 노스 덴버, 핀니와 그웬 남매는 폭력적인 아빠 테렌스와 함께 살고 있다. 자주 혈투가 벌어지는 학교에서 핀니는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지만, 싸움을 잘하는 로빈이 친구가 되면서 학교 생활에 희망을 찾게 된다. 집에서는 알콜중독자인 아빠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억압적인 작은 규칙들을 어겼다는 빌미로 폭력을 행사한다. 그웬은 실종된 마을의 소년 브루스가 검은 풍선을 든 남자에게 납치당하는 꿈을 꾸고, 그웬이 공개하지 않은 정보들을 알고 있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그웬을 찾아온다. 죽은 엄마처럼 예지몽을 비롯한 영적 꿈을 종종 꾸는 그웬의 능력을 금기시하는 아빠는 그웬을 체벌한다. 핀니의 하나뿐인 친구 로빈이 실종되고, 연이어 핀니 마저 그래버로 불리는 연쇄 아동 납치범에게 잡혀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기괴한 가면을 쓴 납치범이 핀니를 맞이한다. 육중한 문과 방음시설로 이루어진 지하 감옥에 갇힌 핀니는 막막한 심정이다. 그때, 지하실 벽에 선이 끊겨 방치된 고장난 검은 전화가 울린다. 


청소년 연쇄 살인범에게 납치된 소년이 죽은 친구들의 전화를 받는다는 소재와 기괴한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 살인범과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에서 연상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공포스러운 효과나 잔인한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다. <블랙폰>은 호러나 심령물의 장르적 쾌감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공포영화의 전형적 점프 스케어가 몇 차례 등장하지만 호러보다 스릴러에 가까우며 심지어 스릴러적 긴장감 또한 이 영화의 주된 재미라고 보기 어렵다.

 

 

70년대의 어두운 지하실을 보다

 

<블랙폰>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성장에 관한 드라마다. 따라서 전반부 상당한 분량을 핀니와 그웬 남매가 처한 현실 묘사에 할애한다. 사이코 납치범에 맞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니의 고독한 투쟁은 이미 그가 납치되기 이전의 삶에서도 일어나던 일들이다. 그 납치범의 집 지하실은 학교와 가정 모두에서 폭력에 시달렸던 핀니의 일상을 극적으로 함축한 공간이다. 납치범은 물론 노골적으로 아버지의 은유며 가학적 세상, 강자의 태도를 상징한다. 규칙을 어기고 지하실에서 나가면 혹독한 매질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그 사이코의 집과 아버지의 숨막히는 감시와 폭력이 지배하는 핀니의 집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억압적 공간이다.  


전화벨 소리는 행동하라는 ‘일깨움’이다. 핀니는 전화를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핀니의 성장 계기가 앞선 희생자이자 또래 친구들의 연대라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영화 전반부에 보여진 핀니의 일상에서도 엄마는 부재하고 아빠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억압하며 교사는 무관심한 가운데 친구와 동생과의 유대감은 유일한 희망이자 위로다. 심지어 경찰의 수사가 아니라, 아버지가 그토록 혐오했던 동생의 영적 능력이 사건 해결 열쇠가 되기도 한다. 


70년대라는 배경 또한 독특한 감성을 자아낸다. 권위주의가 지배하던 시대 배경은 이 영화를 기억과 회고의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이 만연하던 시대, 즉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일이 일상적이던 그 시대의 기억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위안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성인들은 폭력적 세상 속에서 고독하게 싸웠던 자신의 청소년기와 그 싸움에 조력자가 됐던 친구들, 또는 희생자로서의 공감과 연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두운 청춘물이며, 처절한 성장담이다. 탈출 이후 돌아보지 않았던 음침한 지하실을 공포스러운 정서로 다시 바라보는 그런 영화다. 


상징과 비유가 가득한 스토리텔링은 매력적이지만 연출은 평범하다. 그래버 역에 에단 호크 캐스팅은 이 영화의 재미 중 하나지만 캐릭터의 비중이 적은 편이다. 안정된 연기를 펼친 주인공 남매 메이슨 테임즈와 매들린 맥그로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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