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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돋보기】 가족사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고찰한 <수프와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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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달라도 같이 밥 먹으며 살자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평생 이해하기 힘들었던 다른 사상과 성격을 가진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가족이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가족의 나라>의 양영희 감독의 차기작으로 감독의 어머니이자 제주 4.3의 피해자인 고(故) 강정희 여사의 고백을 시작으로 가족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고찰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제주 4.3의 피해자였던 어머니


딸과 어머니, 둘뿐인 가족에 아라이 카오루가 새로운 식구로 합류하게 된다. 어머니는 처음으로 인사오는 일본인 예비 사위를 위해 마늘과 인삼을 가득 넣은 백숙을 대접한다. 국적과 사상, 성격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따뜻한 백숙을 먹으며 웃을 수 있게 된다. 어머니는 70년을 숨겨온 고향에 대한 가슴 아픈 옛 기억을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제주 4.3의 피해자였던 어머니가 들려주는 당시의 상황은 충격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어머니의 기억 여정을 함께 더듬 더듬 찾아가면서 점차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양영희 감독의 가족사 다큐멘터리 최종편이다. 양 감독은 조총련계 재일교포 2세라는 특별한 가족사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왔다. 소수자로 살아야 했던 정체성 때문에 방황했던 양 감독은 가족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학 생활을 했지만 결국 ‘직면을 통한 해방’을 결심하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가족에게 포커스를 맞추면서 영화를 시작했다. 10년에 걸쳐 아버지를 카메라에 담으며 일본에 생활하는 재일 교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디어 평양>으로 데뷔해 제22회 선댄스영화제와 제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었다. 해당 작품으로 북한으로부터 입국이 불허돼 평양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는 고초를 겪었지만 굴하지 않고 또 한 번 북한에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굿바이, 평양>을 선보이며 다큐멘터리계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평양에 살고 있는 오빠들과 조카 선화를 위해 평양을 찾을 때마다 선화의 성장 과정을 13년간 기록한 작품 <굿바이, 평양>은 재일동포의 슬픈 역사와 아픔을 녹아낸 다큐로 <디어 평양>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담았다.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25년만에 북한에서 일본으로 잠시 들어온 남자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다시 한번 제 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가족들을 알아가는 과정


양영희 감독은 재일 조선인, 북송 사업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매 작품마다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수프와 이데올로기> 또한 가족사에 담긴 한국의 역사와 기억, 기억의 상실을 통해 우리가 타인, 타 국가, 다른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공존하고 용서와 반성, 화해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양영희 감독은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통해 어머니 강정희 여사의 삶을 돌아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같이 살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깊은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어머니의 이데올로기,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조국을 가지고 싶어 하셨는지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수프’인 닭백숙은 이 영화의 중요한 상징이다. 처음 사위를 만날 때 어머니가 만든 음식인 백숙은 나중에 사위와 딸이 함께 만들고, 그리고 사위가 장모님을 위해서 직접 만든다. 여러 재료가 어우러지는 음식이자 한국 음식이기도 한 백숙은 감독의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는 존재라는 뜻의 ‘식구’를 만드는 매개기도 하다. 일본인 사위가 장모가 처음 만들어준 한국 음식을 이후에 장모를 위해 배워서 만들어주는 대목은 다름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적도, 사상, 종교도 다르지만, 서로 미워하지 말고 상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사이좋게 밥 먹으며 살아가자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 의미가 모든 타자와의 관계에 확장 적용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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