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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돋보기】 한 소년의 꿈과 우정,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보는 1980년대 미국 <아마겟돈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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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성장의 맛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민자>, <잃어버린 도시 Z>, <애드 아스트라> 등으로 알려진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소년의 꿈과 우정, 가족에 대한 성장담이자, 1980년대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 인종, 계급 문제에 대한 비판이 담긴 작품이다. 

 

 

 

자신의 특권을 마주했을 때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당선을 앞둔 시기, 미국 뉴욕의 우크라이나 유대계 가정에서 자란 폴은 자유로운 아티스트를 꿈꾸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그의 꿈에 무관심하다. 폴을 현실 부적응자나 몽상가로 치부하지 않고 응원해주는 가족은 인자한 할아버지 애런이 유일하다. 학교에서 폴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새로운 친구 죠니를 사귀게 된다. 부모님 없이 할머니 밑에서 사는 유급생 흑인 죠니와 반항적 장난을 함께하며 단짝이 된다. 어느날 담임에게 폴과 죠니의 일탈적 행동이 발각되고 엄마 에스더는 학교로 불려온다. 


폴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회 활동을 하며 지역 교육위원회 출마까지 선언한 에스더는 난처한 입장이 된다. 폴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 어빙에게 가차없이 매맞는다. 보일러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는 어빙은 폭력적인 방식의 훈육도 서슴지 않는다. 폴의 부모는 폴을 사립학교로 강제 전학시킨다. 

 


전학 간 사립 학교는 인종적 편견이 가득한 백인 중심주의 사상이 팽배하다. 폴은 동급생들의 조롱이 두려워 죠니와 가까이 지내기가 망설여진다. 유대인 이민자 출신으로 모진 차별을 경험했던 애런은 친구들의 흑인 비하를 방관하는 폴을 꾸짖으며 싸우라고 조언한다. 그런 할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하면서 폴은 죠니와 뉴욕을 떠나 플로리다행을 계획한다. 


전후 미국 역사에서 핵심적 시기인 1980년대에 대한 감독의 세계관이 담긴 영화다. 감독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계급적 문제를 깨달은 지점에 주목한다. 폴의 정체성은 이민자다. 가족의 뿌리나 공립학교에서 사립학교로의 이동만이 아니다. 폴의 가족에게도 억압은 있었지만 중산층을 지향하며 타협한다. 나에게 가해진 부조리는 억울한 응어리로 남았지만, 노력없이 얻은 특권은 행운이라 생각하고 눈감는다. 헌신적이지만 동시에 폭력적인 부모의 태도는 이 다층적 계급 구조에 놓인 모순 덩어리 폴 가족에 대한 직설적 묘사 중 하나다. 자신의 특권을 마주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어린 폴의 도덕적 아마겟돈은 1980년대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 사회에도 유효하기에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노련한 배우들의 깊은 감정 표현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레 미제라블>, <인턴>의 앤 해서웨이는 에스더 역을 맡아 어린 아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자신의 야망도 지키고 싶은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며 결단력과 연약함, 슬픔과 사랑을 모두 가진 엄마를 그렸다. 아빠 어빙 역을 맡은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소시민적 가치관을 지닌 인물을 연기해 강렬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더 파더>,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는 12살 소년 폴의 가장 친한 친구인 할아버지 애런 역을 맡았다.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거장 다운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성인 배우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는 아역 배우 캐스팅은 폴역에 뱅크스 레페타와 죠니 역의 제일린 웹으로 결정됐다. 두 배우는 또래의 천진난만한 모습에서부터 깊이 있는 감정 연기까지 소화하며 호평 받았다. 

 


1980년 뉴욕 퀸즈의 시각적 재현도 인상적이다. 폴의 가족이 사는 집의 외관은 실제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유년 시절을 보낸 집으로부터 불과 27미터 떨어진 곳에서 촬영됐고, 내부는 뉴저지에 있는 한 연립주택을 개조해 감독의 어린 시절의 집과 동일하게 만들었다. 사소한 소품까지 감독의 개인적 기억을 재현하는데 공들였다고 전해진다. 촬영을 맡은 다리우스 콘지는 사진작가 헬렌 레빗과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들을 비롯해 1970년대에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들을 참고해 그 시절의 질감을 완성시켰다.


의상 디자인을 맡은 매드라인 윅스는 영화의 배경이 1980년이지만 197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작업했다. 가족들이 당대의 유행에 민감한 캐릭터라고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제레미 스트롱의 의상은 감독의 아버지가 실제로 그 시절에 입었던 옷을 가져와 사용했고, 앤 해서웨이의 경우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보여준 어머니 사진을 참고해 1977년~1978년 사이에 판매된 의상들을 구해 세팅했다. 극 중 안소니 홉킨스의 페도라 역시 실제로 감독의 할아버지가 착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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