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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피부색을 넘어 권력과 위신, 아름다움으로 <백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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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은 사실이 아니라 관념이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백인의 정체성을 둘러싼 이론과 논란을 촘촘하게 분석하고 종합한다. 페인터는 인종 관념의 발명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목적에서 여러 백인종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온갖 시도를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백인과 백인성이라는 관념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드러낸다. 

 

 

미국 ‘백인성’의 변화와 확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인종 개념은 없었다. 사람들을 구분하게 하는 것은 어디에 사는가뿐이었다. 이 당시에 노예들은 대부분 백인이었다. 이민족에 정복당한 사람들은 그들의 노예가 됐고, 흑해에서 시작된 노예무역은 20세기에 오스만제국이 종식될 때까지 지속됐다. 18세기에 아프리카인 노예무역이 호황을 이루기 전에 서반구의 영국 식민지로 이주한 초기 백인 이주민은 3분의 2가 부자유한 노동자로, 그 수는 30만에서 40만에 달했다.


많은 지식인이 앵글로색슨족의 우월함을 찬양하고 그렇지 못한 종족을 경멸했다. 19세기 미국에서 아일랜드인은 흑인과 막상막하의 존재였다. 하지만 남북전쟁을 계기로 상황은 바뀌기 시작한다. 이민자들이 연방군에 참여해 남부 연합과 싸우면서 아일랜드인들은 서서히 외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일랜드 노동자들은 새롭게 얻은 자신들의 백인성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타자에 맞서는 무기로 휘둘렀다. 


많은 이민자가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새로운 위계질서가 구축됐다. 앵글로색슨족이 맨 위에 있고, 그 바로 아래의 아일랜드인은 조만간 북서 유럽인으로 이루어진 상층에 통합돼 ‘북유럽인Nor-dic’이 된다. 19세기 중반에 아일랜드인은 ‘옛’ 이민자인 잉글랜드 출신 앵글로색슨족과 대비되는 ‘새로운’ 이민자였지만, 20세기에 들어설 무렵이면 아일랜드인 가톨릭교도와 독일인은 ‘옛’ 이민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남유럽과 동유럽에서 온 ‘새로운’ 이민자들이 원래 아일랜드인들이 차지하던 자리로 들어서며 힘든 노동을 하게 되고 인종적으로 열등하다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퇴화한 가족의 발견


앵글로색슨족을 진정한 미국인으로 추켜세우는 데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앵글로색슨족이 우월하다면, 가난한 백인, 본토 태생인 수백만 명의 불쾌한 앵글로색슨족 백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앵글로색슨족에 속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열등한 이들에 대해 뭔가 다른 식의 설명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개념이 ‘퇴화한 가족’이다. 즉 이들은 유전적으로 퇴화한 존재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로부터 사회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강제불임시술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1924년 버지니아주에서 강제불임법이 처음으로 통과됐다. 강제불임시술은 여러 주에서 법률로 안착했다. 1968년까지 약 6만5000명의 미국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불임시술을 받았다. 나치는 1933년 권력을 잡자마자 신속히 유전질환을 가진 아이의 출생을 예방하기 위해 법을 제정했다. 


1890년대 이래로, 미국 연방법은 ‘미치광이, 백치, 정부의 구호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 정신이상자, 간질환자, 거지, 무정부주의자, 치우, 정신박약자, 신체나 정신에 결함이 있어서 생계를 꾸릴 능력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배제하고자 했다. 지금으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이민자들에 대한 지능검사가 당대에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고, 그 과학은 이민 제한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봉사했다. 백인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이론들은 모두 과거의 유물에 불과한가. 이 책은 ‘우리는 인종주의와 무관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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