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노래하는 악어 라일과 한 가족의 뜻하지 않은 동거 생활을 유쾌하게 담은 판타지 뮤지컬이다.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등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그로브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 등 유수 영화제를 휩쓴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음악 감독이 오리지널 OST 작곡을 맡았다.
화려한 OST 라인업
진부한 아이템으로 관객에게 외면당한 쇼맨 헥터는 혁신적인 무대 파트너를 찾다 상점의 구석진 곳에서 노래하는 작은 새끼 악어 라일을 발견한다. 악어를 데려온 헥터는 대중을 놀라게 할 쇼를 꿈꾸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좌절하며 떠난다. 한편 남겨진 뉴욕의 집에서 홀로 살아가던 라일은 그곳으로 이사온 프림 가족과 만나게 된다.
출간 이래로 50년 넘도록 사랑 받아온 고전 동화를 영화화했다. 따뜻한 분위기, 편안하고 쉬운 전개와 연출 등 가족 뮤지컬을 지향하고 있는 작품으로 OST가 감상 포인트다. 중독성 강한 메들리의 메인 곡 ‘Top of the World’는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작곡한 곡으로 악어 라일 역할을 맡은 숀 멘데스가 직접 노래에 참여했다. 프림 부인의 캐릭터가 변화하는 순간을 묘사한 ‘Rip Up the Recipe’는 프림 부인 역을 맡은 콘스탄스 우와 숀 멘데스가 함께 불렀다. 20세기 대중음악계의 전설 스티비 원더가 부른 ‘Sir Duke’와 세계적인 팝 가수 엘튼 존이 부른 ‘Crocodile Rock’도 OST로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엔딩에 삽입된 ‘Heartbeat’는 숀 멘데스가 직접 쓴 창작곡이다.
이처럼 화려한 OST와 하비에르 바르뎀을 비롯한 스타들의 면면이 다소 단조로운 갈등 구조와 뻔한 스토리의 구멍들을 열심히 메운다. 라일 캐릭터의 묘사와 구축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지만, 도시 악어라는 고전적 캐릭터를 뮤지컬로 만나는 즐거움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매력 요소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소년이 성장하는 마법의 시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다락에 은신하다가 밤이되면 배관을 타고 내려와 은밀히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가는 악어 라일은 중산층과 대비되는 비주류를 상징하며 도시 부랑자나 외모가 다른 비 백인을 연상시킨다. 말은 못하지만 노래를 한다는 것은 단지 뮤지컬을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이는 오직 예술을 매개로 소통하는 예술가에 대한 직접적 묘사지만, 논리가 아니라 감성으로 교감하는 대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살인 괴수 악어’라는 호러 무비 캐릭터의 영화사를 생각하면 더욱 재미있다. 굶주린 악어가 가진 무차별적 신체 훼손 위협은 문명화된 도시의 파괴에 대한 공포로 확장되고 반복 재생을 통해 이미지로 각인돼왔다. 영화 속 인물들이 처음 라일을 만나는 여러 순간들을 전형적 공포물 분위기로 연출한 것 또한 이 같은 문화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소수자나 이방인, 또는 이민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의 도시 전설을 이 영화는 청소년기 주인공의 성장물로 치환하고 있다. 비록 현 시대에 이 같은 메시지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닐지라도, 허용되지 않는 존재와 밤거리를 배회하는 일탈을 시작으로 중산층 가정의 주인공이 성장한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힘이 있다.
여기에는 건강한 재료에 대한 강박과 레시피 책의 요리법에 충실한 음식으로 표현되는 주류의 획일적 삶에 대한 회의와 마법적 삶의 활력에 대한 판타지가 동시에 녹아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면에서 라일은 예술 그 자체다. 무대에서 세상을 놀라게 만들거라는 쇼맨의 기대로 인간의 삶에 들어온 이 예술가는 기존의 따분한 삶에 생동감 넘치는 기쁨과 감동을 주고 일상을 다양한 색으로 채색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