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15 (토)

  • 맑음동두천 -0.7℃
  • 구름조금강릉 6.8℃
  • 구름조금서울 3.9℃
  • 구름많음대전 3.3℃
  • 구름조금대구 3.4℃
  • 맑음울산 6.3℃
  • 맑음광주 6.2℃
  • 맑음부산 8.8℃
  • 맑음고창 2.5℃
  • 맑음제주 9.5℃
  • 구름조금강화 2.7℃
  • 구름조금보은 -0.6℃
  • 흐림금산 1.3℃
  • 맑음강진군 3.2℃
  • 맑음경주시 3.4℃
  • 맑음거제 6.5℃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시네마돋보기】 악은 어떻게 잉태되고 전승되는가 <성스러운 거미>

URL복사

연쇄살인범 실화 통해 이란의 뿌리깊은 여성 혐오를 고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6명의 여성을 살해하며 자신의 범죄를 언론에 직접 제보한 이란 최악의 연쇄살인마인 일명 ‘거미’를 끝까지 추적하는 여성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2018년 영화 <경계선>으로 제71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감독 알리 아바시의 차기작으로 이란 최초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범죄


‘순교자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란 최대의 종교도시 마슈하드. ‘거미’는 이란 마슈하드 밤거리를 배회하는 여성 성 노동자들에게 손님인 척 접근해 피해자들의 목을 졸라 살해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시체를 쓰레기처럼 유기하고 자신의 범행 행각을 언론사에 직접 제보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신의 섭리를 행한다는 명목 아래 1년 사이 16명의 여성이 ‘거미’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 당하지만 살인마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여론이 일고 정부와 경찰마저 이 사건을 외면한다.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만이 홀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목숨의 위협마저 무릅쓴다. 

 

 


2000년대 초 마슈하드에서 16명의 여성들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마 사이드 하네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심각성과 현대 이란 사회에 자리잡은 뿌리 깊은 여성 혐오를 고발하는 스릴러다. 피해자들이 모두 자신의 차도르에 의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칭칭 감긴 상태로 유기된 채 발견돼 ‘거미 살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사건은 범인이 체포 당시 39세 사이드 하네이로 밝혀지며 이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세 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자 이란-이라크전의 참전용사였던 범인은 종교의 이름으로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며 재판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다큐멘터리 <And Along Came a Spider>, 극영화 <킬러 스파이더>에 이어 세 번째 영화화된 연쇄살인범 사이드 하네이에 관한 작품으로, <성스러운 거미>는 장르적 완성도를 갖추면서도 살인마를 찾아내는 추리물이 아니라 살인마를 처음부터 보여주고 체포된 후의 이야기에 무게를 둔 사회고발물로 접근했다. 

 

 

 

괴물을 영웅으로 만드는 세상


살인마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여성 저널리스트 캐릭터를 통해 저항과 투쟁적 의미를 강조한 차별점 또한 돋보인다. 이란 사회 속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홀로 연쇄 살인마를 추적해나가는 강인한 라히미 캐릭터는 감독 알리 아바시가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창조한 허구의 캐릭터다. 알리 아바시는 재판 과정에 참여했던 여성 저널리스트로부터 라히미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란에는 자유를 위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수천 명의 라히미들이 있다”고 말한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의 개인사에서도 라히미 캐릭터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라히미를 연기한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테헤란 태생의 배우였으나 연인과의 섹스테이프 유출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비롯한 심각한 박해에 시달려 2006년 프랑스 파리로 망명했다. <성스러운 거미>에 캐스팅 디렉터로서 참여했지만 히잡 없이 촬영을 해야 한다는 조건에 겁을 먹은 여배우가 촬영을 중단하면서 주연을 맡게됐다.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이 복귀작을 통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 외적으로도 드라마를 썼다. 

 

 

이란 내에서 촬영 허가를 얻지 못해 요르단에서 촬영을 진행한 <성스러운 거미>는 이란의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고 금기를 깼다는 이유로 협박과 비난에 시달렸다. 이란 문화부 장관 모하메드 메흐디 이스마일리는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을 처벌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으며 실제로 스탭들이 법원으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이 같은 이란 정부의 입장은 감독이 스스로 ‘페르시안 누아르’로 소개한 악으로 가득한 이 영화의 세계가 현실임을 입증하는 모양새다.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은 충격적이지만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 집단적 신념이 가진 폭력성이 단지 이란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사에 수없이 되풀이해 왔으며 현재도 미래도 어디에서나 크고 작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면에서 인간에게 내재된 광기의 속성에 대해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한국, 48조원 규모 주한미군 지원...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36조원 지출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한국이 약 48조원 규모로 주한미군을 지원하고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를 위해 약 36조원을 지출한다. 한국의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은 14일 이런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공동 설명자료’(이하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이 설명자료에서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핵협의그룹을 포함한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 대통령은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 지출을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한다는 한국의 계획을 공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또한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불(약 36조원)을 지출하기로 했고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불(약 48조원)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공유했다”며 “양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백석대 이향재 교수, 정년퇴직 기념전 <동행> 개최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백석대학교(총장 송기신) 하은기획전시관에서는 14일(금) 오후 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20일(목)까지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이향재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개인전 「동행」이 열렸다. ‘예수님과의 동행, 삶의 여정과 함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그동안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예술과 신앙의 조화를 모색해온 백석대 이향재 교수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한다. 전시 작품들은 성경 말씀을 중심으로 한 묵상과 기도의 시각적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영적, 타인, 그리고 자신과 의 동행을 경험할 수 있다. 백석대 이향재 교수는 “백석대에서의 오랜 교육 활동을 마무리하며, 그동안의 예술적 여정과 성찰을 하나의 전시로 정리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라며 “이번 전시는 제게 주어진 시간과 만남, 그리고 예술가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감사의 자리입니다. 작품을 통해 제 안의 변화와 배움을 나누고, 앞으로도 창작의 길을 겸손히 이어가고자 합니다.” 라 말했다. 백석대 이향재 교수는 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 후, 홍익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분야

문화

더보기
우리가 남겨야 할 기록은 무엇인가... ‘조선아트북 新악학궤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창작과 장르 간 융합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온 앙상블시나위가 새로운 작품 창작에 앞서 3년에 걸친 프로젝트 ‘조선아트북 新악학궤범’ 발표회를 개최한다. 연주자들이 남기고 싶은 기록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음악적 철학은 어떤 것일까.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문헌 연구가 아니라 연주자들이 직접 악서를 탐독하고 그 안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 시대에 맞는 예술의 가치와 전통의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궁중음악 백과사전인 ‘악학궤범’은 악기·의례·법식·가사 등을 그림과 함께 정리한 예술서로, 앙상블시나위는 이 기록이 담고 있는 ‘좋은 음악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라는 철학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오늘날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창작곡들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먼저 △‘성음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아쟁 연주자이자 앙상블시나위의 대표인 신현식의 ‘은하수’ △‘고전을 넘어’를 주제로 전자음악 황승연이 들려주는 ‘둥당둥당’ △‘풍류에 남겨진 융합의 과정’을 주제로 양금 연주자 정송희의 ‘비밀의 강’이 소리꾼 조일하의 정가와 함께 연주되고, △‘동서양의 만남’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