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전국에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새롭게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산업 등을 집중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5대 핵심분야 22개 신기술을 집중 육성키로 한 국정과제 수행의 일환으로 이번 국가산단 지정은 역대 정부에서 지정한 산단 중 최대 규모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치해 총 1천200만평(4천76만㎡)규모 부지에 반도체(340조원), 디스플레이(62조원), 이차전지(39조원), 바이오(13조원), 미래차(95조원), 로봇(1조7천억원) 등 6대 국가첨단산업벨트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경기권에서는 용인 일대, 충청권에서는 대전·천안·청주·홍성이, 호남권에선 광주, 고흥, 익산, 완주, 경남권에서는 창원, 대구·경북권은 대구, 안동, 경주, 울진, 강원권에서는 강릉에 각 분야별 국가산단을 조성키로 했다.
기존 국가산단은 중앙정부 주도로 입지를 선정하고 개발했지만, 이번에는 지역에서 특화산업과 연계해 후보지를 제안한 게 특징이다.
산단 지정을 발표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방과 기업의 제안을 바탕으로 정부는 민간전문가 평가위원회를 통해 앵커기업 등 기업 입주 수요, 후보지 분양과 투자 현황, 지역 산업생태계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단 조성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550조나 투자되는 역대 최대규모의 산단 지정을 추진하면서 사업수행의 가장 핵심적인 요건인 인재양성과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협력업체(중소기업)들에 대한 방안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6대 첨단산업벨트를 조성하려면 돈과 부지, 기술과 사람이 필요한데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 즉 관련분야 인재이다.
지난 15일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했는데 인재양성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가 빠진 것은 부처 간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토부는 산단 조성과 관련, 기껏해야 산단 인근의 산업 거점과 연계해 기술개발에서 실증, 제조·생산, 유통까지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단 후보지 인근을 도심융합특구, 국가첨단전략산업· 소부장특화단지, 스마트혁신지구 등으로 지정하고 지역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반도체 계약학과 등을 확대하고 특성화 대학(원) 창업중심대학도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민간기업인 삼성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투자계획도 내놓았는데 용인 외의 비수도권 첨단산업거점을 중심으로 △반도체 패키징 △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분야까지 투자를 확대해 향후 10년간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상생을 위해 △중소 팹리스 육성 △지방대학과의 파트너십 확대 △미래 세대 기술인재 육성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고작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1일 ‘지역을 살리는 인재, 인재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제1차 인재양성 전략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 8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이하 라이즈)’시범지역으로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시도를 선정 발표했다. ‘라이즈’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규제완화를 통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하여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로 2023~2024년 시범지역 운영을 거쳐 2025년 전 지역에 도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교육부는 지방 대학의 파격적인 구조개혁을 전제로 지방대 30곳에 3조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 사업 시안을 지난 16일 공개했다. 글로컬은 글로벌(global·세계적인)과 로컬(local·현지의)의 합성어로 지역 내 산업과 대학의 성장을 주도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사업 취지를 담고 있다.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면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으며 2027년까지 30곳으로 한정된다. 경쟁력 있는 소수의 지방대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지방대 소멸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부의 발표가 부처간 사전 충분한 협의로 국가산단 발표 때 같이 되었더라면 정부가 국제경쟁력제고는 물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도 살리고 대학도 살리고 중소기업도 살린다는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을까. 부처 간 엇박자, 부처이기주의가 눈에 훤하게 보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배재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전 서울신문 대학발전연구소 소장전 배재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