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금융시장 위기 촉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긴장감과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금융권을 넘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美은행시스템 신용·GDP 성장률 부정적 전망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이자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대표 은행으로 불리던 SVB는 지난 8일 보유 중이던 국채에 대한 대규모 손실을 발표한 뒤 급속도로 무너졌다. 이로써 SVB와 거래하던 많은 스타트업이 자금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주가 폭락과 대량예금인출 사태에 직면했다. 이 영향으로 미국 4대 은행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약 520억 달러(약 69조원) 증발했다.
당장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긴급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음에도 SVB 파산 사태가 촉발한 은행 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됐고, 지난 13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61% 폭락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증시 개장 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은 우리 은행 시스템 안전에 안심할 수 있다. 예금은 안전하다”라며 “SVB와 시그니처은행 사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SVB이 파산하자 미국 정부는 예금보호 한도와 관계없이 예금 전액을 보전하기로 했다.
이렇게 미국 당국이 은행권 파장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대책을 내놨지만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설이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S 충격에 뉴욕증시는 혼조 마감했으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0.83포인트(0.87%) 하락했다. 이어 SVB 사태와 금융 불안으로 15일 국제유가까지 1년 4개월여 만에 배럴당 70 달러선 아래로 무너졌다. 앞서 SVB 파산 여파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4일 미국 은행 전체 시스템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5일(현지시간)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금융시장 불안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져
SVB 파산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지도 주목되고 있다. SVB 파산의 원인으로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SVB 파산 원인으로 고금리·긴축에 따른 자금조달을 꼽은 만큼 미국 금융시장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간접적인 피해가 있을 거라고 우려했다. 특히 금융시장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져 유동성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정부에서 주식, 채권은 몰라도 예금은 보호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SVB 파산 하나만으로는 바로 위기가 오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기업이나 금융기관 관련 추가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 때문에 상당히 불안정하다”고도 했다.
16일 오전 코스피는 크레디트 스위스(CS) 파산 우려가 부각된 영향으로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 하락하며 2350선으로 후퇴했다.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오고 있으며 보합권으로 출발했던 코스닥도 하락 폭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배제 못해
SVB 사태 여파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 해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후퇴하는 등 피봇(정책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다음주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전망 수정에 나선 분위기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은행 파산 사태가 좀 더 확산되는 흐름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연준은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이달 FOMC 회의에서 연준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이 사라지는 한편 금리 동결 가능성도 40% 선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열고 “현 단계에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