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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심문섭, 60년 예술 항해 중 고향 경남서 첫 대규모 회고전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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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심문섭: 시간의 항해》 6월 25일까지 전시
1970년대~2000년대 실험 작품부터 추상회화까지 200여점
전통 조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조각 영역 새롭게 확장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환경은 영원한 작업의 원천

[시사뉴스 이화순 칼럼니스트] 통영 바다에서 자라고 예술가의 꿈을 키웠던 심문섭이 고향 경남에서 처음으로 닻을 내렸다. 통영이 고향이나 바다의 품은 넓고 경계가 없다. 통영의 바다는 곧 창원과 마산, 진해의 바다이다.

 

창원 소재 경남도립미술관(GAM)이 1·2층 전관에서 《심문섭: 시간의 항해》전을 6월 25일까지 펼친다. 우리 시대의 거장 심문섭이 60여 년 전 뱃길을 따라 시작했던 오랜 예술 항해 중 고향 경남에서 처음으로 닻을 내리는 대형 회고전이다.

여전히 청년 같은 열정으로 작업하는 심문섭 작가가 어느날 전화를 해왔다. 고향에 한번 내려오라는 거였다. 창원 경남도립미술관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27년전 1996년 파리 부랑리 광장에서 열린 ‘프랑스 국제현대미술견본시’(FIAC)에서 보았던 그의 작품을 떠올렸다. 당시 ‘한국미술의 해’를 기치로 국내 화랑들과 작가, 언론들이 대거 참여했고, 그곳에서 그의 조각 작품이 멋진 위용을 자랑했다. 

 

당시 ‘한국의 대표 조각가 심문섭’으로 불렸던 그는 ‘한국미술의 세계화’라는 FIAC의 과제를 충분히 넘어서는 멋진 목 조각으로 주목받았다. 지금 그의 예술은 더욱 범위가 광활해졌다. 바다가 다다르지 못하는 곳이 없듯이 그의 예술은 조각은 물론, 드로잉과 회화, 사진 등 경계가 없다.

 

“고향에서 하는 전시라 더욱 감격스럽다. 60년 전 서울로 유학을 떠날 때 통영에서 부산으로, 또 부산에서 서울로 반나절 넘게 걸려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역마살이 끼었던지 오대양 육대주를 뻔질나게 다녔다는 그는 "젊은 시절의 그런 경험이 작업의 밑받침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통영이 나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통영은 많은 예술가를 낳은 곳이다. 작곡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 이영도 김춘수 김상옥, 소설가 박경리 김용익, 극작가 유치진, 화가 이중섭 전혁림 등도 통영이 길러냈다.

 

 

《심문섭: 시간의 항해》전 구성

 

이번 회고전을 통해 작가 ‘심문섭’의 예술가로서의 오늘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1970년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던 그의 초기 실험 작품부터 각 시기를 대표하는 조각, 드로잉 그리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몰입 중인 회화 연작에 이르기까지 약 200여 점에 달하는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가 집중적으로 나와있다.  소위 고향에 하는 신고식인 셈이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하기 전에 고향에서 먼저 전시하고 하는 것이 순서가 맞았을 것 같다"고 고백한 그는, 서울 전시 못지 않게 이번 전시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 중에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미발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작가는 조각, 설치, 사진, 사진드로잉,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아우르며 장르의 카테고리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작업에 있어 일관되고 뚜렷한 방향성을 보인다.

 

 

심문섭의 작품을 살펴보면, 초기 조각 작품은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미니멀리즘(Minimalism) 일본 모노하(物派, Mono-ha)와의 영향 관계 속에서 논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제적 감각과 시대상을 공유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를 투영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태어나고 자란 경남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환경은 작가의 자연관에 큰 영향을 미치며 몸속 깊이 각인되어 현재까지도 작업의 원천이 되고 있다.

 

심문섭은 “조각가로서 조각이라는 매체 고유의 고정관념에 반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고 이를 나의 주요한 조형의 지표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제목인 ‘시간의 항해’는 작가의 작품에 공통으로 내재된 시간성과 장소성, 진행형의 복합적인 작업 형식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다를 중심에 둔 채 결코 한곳에 정박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운 의미의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작가의 작업 태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심문섭은 늘 미지의 열린 세계를 지향해 왔다. 완결된 오브제의 형상이 아닌 물질의 시간성을 내포하는 과정으로서의 작업을 추구했다.

 

한편 심문섭의 회화 작업은 조각 못지 않게 화단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는 2011년 <제시-섬으로>(2004- ) 회화 연작 발표 이후 회화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흔히 조각과 회화를 전혀 다른 분야로 여긴다. 그러나 작가는 “조각과 회화의 관계를 논함에 있어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 조각과 그리는 행위는 언제나 함께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결국 예술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 놓인다”고 말해왔다.

그의 회화는 물성과 시간성 그리고 바다에 대한 심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연속적인 붓질의 반복을 통해 파도가 오고 가는 모습에서 나타나는 생성과 소멸이라는 윤환(輪環)의 시간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전시는 1, 2층 전시장에는 4개의 섹션이 있다. 심문섭의 ‘반(反)조각’을 향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작업 여정을 찾아볼 수 있다.

<섹션 1. 장(場)을 열다:관계에서 제시로>는 작가의 첫 시리즈 <관계>(1970-1980)에서 <현전>(1973-1990년대), <목신>(1982-1995), <토상>(1981-2009)을 거쳐 <제시>(2000-2007), <반추>(2002- ) 시리즈의 대표작을 볼 수 있다.

2000년대 조각과 최근의 회화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심문섭이 동시대 국제미술의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여 전통적인 형태의 조각에서 벗어나 물질, 재료, 개념, 상황적 조각을 추구하며 조각의 영역을 새롭게 확장해 나갔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섹션 2. 자연의 감각:무한의 질서>에서는 자연이 주는 원초적 소재인 흙(점토)으로 만든 <토상>(1981-2009) 시리즈의 다양한 변주와 회화 작품을 볼 수있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란 심문섭에게 아름다운 통영의 바다와 자연환경은 그의 자연관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작업 전반에 투영되었다.

그는 돌, 나무, 흙과 같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재료를 사용하면서 작가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여 그 물질 자체의 본성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한다. 심문섭의 작품은 원초적인 자연재료 속에 잠재해 있는 무한히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를 품고 있다.

 

 

<섹션 3. 반(反)조각의 확장:물성에서 회화까지>는 심문섭의 조형관이 잘 나타난 <메타포>(1992-2008), <현전>(1970-1990년대), <반추>(2002- ) 시리즈의 대표작과 최근까지 몰입하고 있는 <제시–섬으로>(2004- ) 회화 연작을 잘 볼 수 있다. “조각은 물질의 예술이며, 세상 모든 것이 조각의 재료가 된다”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조각, 설치, 회화 장르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2000년대 이후 심문섭의 작품에는 물, 바람, 빛과 같은 새로운 요소가 등장했다. 통영의 바다를 모티프로 한 푸른색 회화 역시 ‘반(反)조각’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섹션 4.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보다 면밀히 다가설 수 있도록 작가연보를 비롯한 다양한 기록물과 자료들, 드로잉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특히 모든 전시장에서 조각과 어우러진 회화 연작을 감상할 수 있는데, ‘반(反)조각’ 정신의 확장 개념으로써 조각과의 상관관계를 짚어보는 데 의미가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현희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조각의 경향을 주도했던 작가, 심문섭의 예술 행적이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반영, 전개되어왔는지를 살펴보고 그 의미와 가치를 다시 심도 있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5일까지.

 

제2회 헨리무어 대상전 우수상 수상

 

1943년생인 심문섭은 1965년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1969, 1970, 1971년 연이은 수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제3조형회,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등 전위적 미술그룹에 동참하며 기존의 전통적 조각개념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1971, 1973,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 3회 연속으로 참가하였고, 1975년 상파울로비엔날레, 1976년 시드니비엔날레 등에 출품하여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1981년 일본에서 개최한 제2회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1970~90년대까지 일본에서 15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1987년 서울 국제야외조각 심포지엄, 1997년 통영 국제야외조각 심포지엄을 개최해 서울 올림픽공원,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을 조성, 추진하며 세계적인 작가들과 교류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백남준과 함께 한국 대표작가로 초청받았고,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참가하였다. 2007년에는 프랑스 문화성 초청으로 파리의 팔레 루아얄(Palais Royal) 정원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여는 등 현재까지 파리, 도쿄, 베이징, 홍콩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국내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으로 2012년 대구미술관 《심문섭_섬으로》,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심문섭_자연을 조각하다》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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