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13 (금)

  • 맑음동두천 4.8℃
  • 흐림강릉 2.8℃
  • 맑음서울 7.0℃
  • 맑음대전 8.0℃
  • 구름많음대구 6.7℃
  • 울산 4.7℃
  • 맑음광주 6.9℃
  • 맑음부산 6.7℃
  • 맑음고창 2.1℃
  • 맑음제주 8.9℃
  • 맑음강화 5.8℃
  • 맑음보은 5.2℃
  • 맑음금산 6.7℃
  • 맑음강진군 4.9℃
  • 구름많음경주시 5.1℃
  • 맑음거제 6.4℃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시네마돋보기】 핏빛 복수를 대신해 줄 나의 왕자님 <피기>

URL복사

10대 집단의 원초적 공포와 욕망, 폭력성을 담은 스릴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과체중으로 인해 친구들의 놀림에 시달리던 사라가 동네에 나타난 낯선 남자에게 자신을 놀리던 친구들이 납치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호러 장르 데뷔전의 메카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시체스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 자신의 동명 단편을 바탕으로 한 장편 데뷔작이다. 

 

 

무더위처럼 짜증스러운 삶


스페인 중부 소도시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일을 돕는 10대 사라는 과체중으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부모님을 비롯해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무더위처럼 무기력하고 짜증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동급생 마카, 로시, 클라우디아가 남자친구들과 어울려 파티에 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피기는 가뜩이나 우울한데 SNS에 뚱뚱하다고 자신을 조롱하는 사진이 올라온 것을 발견한다. 


홀로 수영장을 찾아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사라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수영장에서 갑자기 수면 위로 한 남성이 튀어오르자 놀라 머뭇거린다. 수영복을 입은 사라를 발견한 마카 일행은 사라를 ‘피기’라고 놀리기 시작한다. 사라가 도망가듯 수영장 물 안으로 들어가자 마카는 잠자리채로 사라의 머리를 잡아 끌어 사라에게 익사의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무리에서 사라를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클라우디아에게 사라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클라우디아는 난처해하다 결국 외면한다. 


마카 일행이 사라의 가방을 가져가 버려서 사라는 할 수 없이 땡볕 아래 비키니 차림으로 집을 향해 걸어간다. 자신을 희롱하는 마을 청년들에게서 벗어나 만신창이가 된 채 숲길로 들어간 사라는 그곳에서 낯선 차 짐칸에 갇힌 피투성이의 클라우디아가 자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며 몸부림치는 것을 목격한다. 사라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납치범이 문을 열자 공포로 오줌을 싼다. 납치범은 사라에게 간절했던 물건인 몸을 가릴 수 있는 대형 수건을 던지고 사라진다.

 

 

 

폭력적 욕망의 구원자


따돌림과 열등감 등 10대 특유의 계급적 폭력에 대한 공포 외에도 <피기>는 피해자나 방관자의 비밀스러운 폭력성을 미지의 연쇄살인마라는 대상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사라는 자신을 괴롭혀온 동급생들의 죽음에 대해 침묵을 선택한다. 이는 마치 괴롭힘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지만 또래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방관하는 클라우디아와 비슷하다. 사라의 심리가 복수심인지 자신도 위험해질 모른다는 공포심인지 또는 범인이 수건을 건네던 순간에 나눴던 교감의 눈빛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피기>는 통쾌한 리벤지 스릴러나 수위 높은 고어물이 아니다. 영화 초반을 지배하는 고전 호러물 분위기의 긴장감과 기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지만 대부분 분량은 잔잔한 드라마에 가깝다. 과체중의 벗은 몸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며 주인공 캐릭터가 비주류적임을 과시하지만 의외로 문법은 과격하거나 파격적이지 않다. <피기>의 매력은 장르적 쾌감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적 코드들을 변주한 성장물이라는 점이다. 살인범은 곤경에서 구해주는 ‘백마탄 왕자님’ 같은 성격을 띈다. 살인범은 사라 마음 속의 금기적 폭력성이 형상화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수치심을 이용한 폭력 또는 10대 또래 집단에서의 따돌림이 사회적 살인이라는 점에 빗댄 일종의 ‘영화적 리벤지’를 시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0대 특유의 어리석음과 불완전, 무책임으로 가득한 선택과 행동을 일삼던 사라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불건전한 욕망을 거부함으로써 성장한다. 


사라 역의 라우라 갈란 열연이 돋보인다. 라우라 갈란은 이 영화로 툴루즈스페인필름페스티벌에서 여우 주연상을, 고야상에서 신인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장동혁, 윤석열과의 절연 본격화...의료·노동정책 공개 반성·사과...“결의문 존중”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이 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해 소속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가운데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장동혁 당 대표는 1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해 당내 노동국 신설 등에 대해 “우리 당이 노동자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챙겨 듣고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의 새 길을 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라며 “동시에 지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동자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우리 당의 반성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 당은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여러분과 함께 올바른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개최된 ‘성분명처방 저지 궐기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챙겨 듣지 못하고 급하게 의료개혁을 추진하다 결국 실패했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고 또 의료계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 저희 국민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밤 새서 최대한 신속하게 추가경정예산안 편성하라...골든타임 허비 안 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중동 상황에 대해 “민생경제 충격 완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절대로 허비해선 안 된다”며 “위기일수록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이 뒷걸음질치지 않게 재정의 신속한 투입이 꼭 필요하다. 결국 추경 편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최대한 신속하게 편성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추경을 편성하기로 결정하면 보통 한두 달이 걸리는 게 기존 관행인 거 같은데 어렵더라도 밤 새서 최대한 신속하게 해 달라”며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취약계층이 받는 충격이 훨씬 더 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다각도로 총동원해서 신속하고 정교하게 집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해 유류세나 화물차, 대중교통, 농어업인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재정 지원을 일률적으로 하게 되면 양극화 심화를 막기가 어렵다. 직접지원·차등지원을 통해 어려운 쪽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

사회

더보기
與,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 장인수 기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고발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을 제기한 장인수 기자를 고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김현 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장인수 기자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지금 일각에서 뜬금없이 공소 취소 거래설이 난무하는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며 “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