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11.16 (토)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기자 수첩】 정치 팬덤은 죄가 없다?

URL복사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팬덤(fandom)’.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광적인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 나라’를 의미하는 ‘덤(dom)’의 합성어로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개념이었다. 팬덤 문화는 단지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상품을 소비하거나, 자신을 대상과 일체화한다. 간혹 특정 팬클럽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고, 특정 연예인을 상대로 한 스토킹은 물론, 사이버테러와 같은 부정적 현상도 많아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팬덤 문화가 정치로 확장한 것은 유권자가 ‘정치 동원의 객체’에서 ‘정치를 소비하는 주체’로 나서면서다. 절차적 민주주의로 체제로 이행하기 이전 반독재 투쟁의 시기에 국민이나 시민은 정치 동원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정치를 소비하는 주권자의 지위를 서서히 되찾았다. 정치 팬덤이 하나의 정치 문화로 전면화한 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라 할 수 있다. 노사모는 2000년 총선에서 노무현 당시 국회의원 후보가 부산에서 출마했다 떨어지고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결성됐다. 노사모는 노무현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만든 견인차였고, 그를 대통령으로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노무현을 지켜낸 주역이었다. 노사모 이후 박근혜, 문재인, 유시민, 안철수, 홍준표, 이재명 등의 정치 팬덤이 속속 등장했다. 지금은 바야흐로 정치 팬덤의 전성시대다.


정치 팬덤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참여민주주의가 확장하면서 나타나는 필연적 산물로 신뢰를 잃은 현 정치인들의 리더십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고, 정치 효능감으로 무장한 새로운 유권자의 출현은 정치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정치 분열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나친 배타성과 공격성 때문이다. 자신들이 추종하는 정치인과 적대 관계 이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대한 공격성이 강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쓴 기자들도 공격 대상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나 문자로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최근 ‘60억 코인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남국 의원이 결국 민주당을 탈당한 뒤, 김 의원을 비판한 정치인들을 상대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12일 박성민 전 최고위원,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 등 당내 젊은 정치인 8명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기 논란’에 고개를 숙이고, 당 지도부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당사자의 단호한 조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자 곧바로 강성 지지층의 십자포화가 시작됐다. 전화번호가 공개된 이들에겐 전화‧문자 폭탄이 쏟아졌고, 조롱과 모욕적인 댓글들이 달렸다. 강성 지지층의 거센 공격에 위축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가 되고 난 이후에 당내 민주주의가 굉장히 약화됐다” 고 우려했다. 


정치 팬덤의 ‘배타성’과 ‘확증편향성’은 정치인에게 양날의 칼이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열성 지지층의 존재는 든든한 우군이며, 정치 미래를 담보할 위력한 방식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만 옳다”는 분파적 사고와 공격성은 정치인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프레임에 가두고 확장을 가로막는다. 때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책임성을 위협하는 반정치주의로 작동한다. 정치 이슈로 민주당내에서 다른 의견이 표출되고 이에 대한 강성지지층의 공격이 극렬해질 때마다 이재명 대표가 제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과연 이 대표에게만 온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은 지지자들을 통해 그 정치인을 본다. 부당한 정치탄압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정치 팬덤 역할이 절실하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물리쳐야 할 적이 아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며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방송 매체를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며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가 왜곡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한 방송에 출연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이라


사회

더보기
젊은 대동맥 판막 환자에 자가 폐동맥 판막 이식하는 ‘로스(ROSS)’수술 성공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는 협착증으로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앓던 40대 남성 환자 박 모씨. 대동맥 판막 질환을 앓는 젊은 남성 환자의 경우 기계판막을 이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박 씨는 기계판막 이식 후 혈전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평생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하는 점을 극도로 꺼렸다. 약 복용에 대한 거부감으로 수술 자체를 고민할 정도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호진 교수는 환자 본인의 폐동맥 판막을 이용한 ROSS수술을 제안했다. ROSS수술은 환자의 폐동맥 판막을 대동맥 판막 자리에 이식하고, 폐동맥 동종판막조직을 사용해 비어있는 자리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박 씨는 지난 8월 29일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호진 교수의 주도 아래 ROSS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국내 성인심장외과 분야에서 약 20년 만에 시행된 ROSS 수술이었다. 수술 후 약 2개월이 지난 현재, 환자는 별다른 합병증이나 이상 증상 없이 건강을 회복 중이다. 환자는 항혈전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며, 재수술 가능성도 낮아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호진 교수가 환자 본인의 폐동맥 판막으로 손상된 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주 4일 근무가 아니라 주 6일, 밤샘근무도 모자란 반도체업계
임금 삭감 없이 전체 노동자의 51%가 주 4일제 근무를 하는데도 오히려 생산성이 향상된 아이슬란드 모델의 경제적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주 4일제 근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기존 주 40시간에서 임금 삭감 없이 35~36시간으로 축소하는 대규모 근로시간 단축 실험을 실시했다. 해당 실험을 통해 대부분 사업장에서 생산성은 동일하거나 개선된 동시에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토대로 현재의 광범위한 근로시간 단축제가 산업 전반에 도입됐다.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도 세계 곳곳에서 주 4일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포스코그룹이 격주로 주 4일 근무(임원 주 5일 근무)를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든 산업 분야에 획일적으로 적용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더 이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특정 직군의 근로시간 규제를 면제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제도를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