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원로 추상화가 정상화 “표면 향한 남다른 탐구, 열정 펼쳐”

URL복사

‘뜯어내기’ ‘메우기’ 통해 ‘과정의 미학’ 작품화하다
6월 1일~7월 16일 갤러리현대서 <무한한 숨결>전
1970년 이후 근작까지 40여점 전시

 

 

[시사뉴스 이화순 칼럼니스트] “저의 모든 숨결이 닿은 캔버스 화면이 화폭 너머의 무한한 시공간으로 확장되길 바랍니다. 그림의 평면은 학창시절부터 저에게 캔버스와 대화하는 법을 훈련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


회화는 표면과의 무한한 대화이자 탐구이다. 6월 1일부터 7월 16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무한한 숨결>전을 여는 한국추상미술의 대가 정상화(91)가 표면과의 무한한 대화를 보여준다. 


정상화 작가는 1970년대 이후 독창적인 그리드를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매체 실험을 통한 조형적인 탐구를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작품부터 근작까지 40여점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이다. 


표면의 다양성을 탐구해온 작가는 ‘뜯어내기’와 ‘메우기’라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과정으로 새로운 차원이 평면성을 탐구하는 시적인 작품을 보여왔다. 전시명인 <무한한 숨결> 역시 작가의 세계관을 은유한다. 그는 캔버스에 재료를 칠하고, 덧붙이고, 떼어내고, 메우는 노동집약적 방식을 도입했다. 아크릴 물감과 유화 물감, 흑연, 한지 등으로 화면에 독창적인 질감과 레이어링 효과를 만들어 냈다. 캔버스를 틀에서 벗기고 다시 매기거나 접었다 편 다음 물감을 겹쳐 바르는 등 독특한 작업 방식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노동이 집약된 작업을 해왔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정상화 작가는 이번 갤러리현대 전시에서는 화면을 구축한 자신만의 방법론(1층)을 비롯해, 각각의 색감과 마티에르, 서로 다른 깊이와 다양성을 가진 백색 작품(지하층), 그리고 평면에 대한 탐구와 실험의 과정을 보여주는 종이 작업과 목판 작업(2층) 등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데콜라주, 프로타주, 목판 작품들은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표현, 재료와 대상에 대한 조형성 탐구, 표현의 실험적 시도를 추구한 결과이다. 또 작가의 실험 정신에 가장 근접한 작품들이다.

 

 

전시공간별 특징적인 작품 전시


1층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정상화 작가의 작품 바탕재는 고령토다.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힘을 가진 고령토는 공간을 구성한 뒤 사라진다. 하지만 그 존재감은 여실히 드러난다. 


고령토가 사라진 공간이 시차 속에 서로 다른 층위를 형성하면서도 서로 밀착되어 전체를 이루고, 하나의 통일된 색채가 그 앞에 내재되어 있는 깊이를 달리하며 조화에 이르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무제 2012-5-13’). 또다른 작품(‘무제 2019-10-15’)에서는 바탕을 이루고 공간을 구축한 뒤 사라지던 존재인 고령토가 화면에 남아 선이 되고, 면이 되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령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고령토는 평면에 힘을 축적시키는 나의 방법론, 죽 그었다고 해서 선(線)이 아니요, 평평하다고 해서 면(面)이 아니요, 비워 뒀다고 공간(空間)이 아니에요. 이 모든 것은 작업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겁니다. 고령토와 물감을 들어냈다 메우는 과정에서 선, 면, 공간이 자연히 발생하지요.”


지하 전시장에서는 같은 백색이나 그 표정과 색감, 깊이감이 모두 다른 다채로운 백색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구성 요소가 작업마다 다르고 개별 격자들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색채와 높낮이가 모두 다르기에 화면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1970년대부터 작가는 엄격하게 색을 절제하고, 내용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평면화를 추구했다. 기존의 비정형 앵포르멜식 회화에서 벗어나 평면에 깊이를 탐구하며 변화를 모색하던 다채로운 백색 평면 작품들을 선보인 것이다. 1973년부터는 정상화로 대변되는 단색의 그리드 회화를 제작하기 시작해 이듬해 오사카의 시나노바시 화랑에서 처음으로 발표한다. 


정상화는 규격화된 작업 과정 안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데, 이는 곧 전위성과도 연결된다. 캔버스에 3~5mm 두께로 바른 고령토를 네모꼴로 뜯어내고, 고령토가 떨어진 자리를 유채나 아크릴 물감으로 채워 넣는다. 

 

2층 전시장에서는 종이를 재료로 한 평면 작업들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종이 작업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표했다. “표현의 자율성이나 과감성, 대담성은 종이 작업에서 나타나요. 종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데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죠. 지금도 종이를 보면 무엇을 할까 고민해요.” 


작가는 1970년대 들어서면서 캔버스를 이용한 평면 실험 이외에도 종이라는 매체를 적극 활용했다. 캔버스 작업에서는 고령토를 올린 후 뜯어내고 메우기를 통해 공간을 구축하였다면, 종이 작업은 종이를 찢는 등의 데꼴라주기법, 문지르는 프로타주 기법을 통해 평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종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데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데콜라주 작품은 얇은 종이에 수직 수평의 선을 긋고, 각각의 그리드를 칼로 얇게 벗겨내어 색을 칠하면서 캔버스 작업보다는 자유롭게 구조와 패턴, 색채 등을 과감하게 실험하였다. 


프로타주 작품은 완성된 캔버스 작품 위에 직접 한지를 올려 연필이나 목탄으로 탁본을 뜨듯이 작업했다. 이는 2차원 평면을 공간화한 후 다시 평면화함과 동시에 선의 구조를 명확히 드러나게 한다. 그리고 같은 선과 구조가 매체와 기법으로 얼마나 다른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전시작 ‘무제’(1974)는 초창기 평면 위 그리드가 종이 작업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작품이다. 

 

 

미술평론가 이일은 1980년 ‘은밀한 숨결의 공간’이라고 정상화 작가의 작품을 평했다. “시간과 음미를 일단 거치고 나면 눈요기의 시각적 효과를 겨냥한 그림보다 비길 수 없이 깊은 숨결을 내뿜고 있는 것이 또한 그의 그림이다. 그의 회화는 네모꼴들이 빡빡하게 쌓이고 서로 인접하면서도 그 전체가 한데 어울려 무한히 확산해 가는 은밀한 숨결의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 <은밀한 숨결의 공간>, 1980)

 

 

정상화 작가는...


정상화는 1932년 경상북도 영덕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1953년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입학해 1957년 대학 졸업 후 <한국현대작가초대전>(1960), <악튀엘 그룹전>(1962), <세계문화자유회의초대전>(1963) 등 다수의 정기전, 그룹전에 참여했다. 


1957년 서울대 미대 학장이었던 장발의 추천으로 인천사범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당대 전위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던 현대미술가협회와 악튀엘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시기 그는 6.25를 겪으면서 느꼈던 아픔을 앵포르멜 경향의 전위 미술로 표현하는 것에 몰두해 있었다. 물감을 던지고, 뿌리고, 부풀려서 비틀고 뜯어내고, 메우는 등 전후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를 격동적인 행위와 강렬한 색채로 화폭에 담아냈다. 


1965년 <제4회 파리비엔날레>, 1967년 <제9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참여 작가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미술계에 소개되었다.


1968년 짧은 도불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다시 1969년 일본 고베로 건너가게 된다. 고베로 이주한 그는 내용 면에서도 기존의 강렬한 색채와 거친 마티에르를 사용한 비정형의 앵포르멜식 회화에서 벗어나 평면에 깊이를 탐구하며 변화를 모색한다. 


정상화는 이 시기 엄격하게 색을 절제하고, 내용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평면화를 추구하며 1973년부터 단색의 그리드 회화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1977년 프랑스로 이주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상화의 작업은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고베 시기에 진행된 화풍의 완성도를 향해 모든 집념이 고취된다. 이전의 백색의 격자무늬 작품에서 좀 더 나아가 검은색, 푸른색, 적색 등 다양한 색을 단색화를 선보이게 되고, 격자무늬도 이전보다 더 정교한 밀도 속에서 각각의 그리드가 독립된 개별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어울려 조화로운 화면을 구축하게 된다. 1992년 11월에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여 1996년 경기도 여주에 작업실을 짓고 한국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중동발 리스크,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충격파가 밀려오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출렁거렸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와 금 가치는 치솟았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가 악화되면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 원료에 대한 수급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다행히 지난 4월 14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양측 간 추가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들썩이던 환율과 주식시장은 일단 진정 모습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향후 재보복에 나서겠다 공언한 만큼 중동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단시일 내 완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가는 세계 경제 ‘연쇄고리’...물가 자극, 주가 하방압력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름값이다, 유가는 세계 경제의 ‘연쇄고리’에 위치해 있다. 유가가 뛰면 물가가 뛰고, 물가가 뛰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그렇게 미국 달러 금리가 오르면 세계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자산시장이 요동치는 일들이 발생한다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생활폐기물중앙회 회원사 워크숍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사단법인 한국생활폐기물중앙회는 22일 충남 천안시에 소재한 천안상록리조트 컨벤션센터(상록홀)에서 회원사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회원사의 권익 보호와 유대를 강화하며, 회원사의 지위 향상 및 국민 보건과 환경보전에 기여를 도모하기 위해서 개최됐다. 행사일정으로는 전문 강사들이 초빙되어 ▲최근의 대행 환경변화에 따른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 실태와 전망을 분석▲대행 업무수행에 요구되는 생활폐기물관리제도, 입찰부당공동행위예방제도, 안전보건관리제도와 관련한 지식을 공유 ▲자유토론으로 생활폐기물수집‧운반대행자 지위 향상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앙회 회원사는 1960년대 보건사회부 오물청소법에 따른 오물처리업을 시작으로 하여 1980년대 중반 이후는 환경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생활폐기물수집·운반업을 영위하면서 지자체장의 책무를 대행하여 가정‧상가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을 수집하여 재활용시설 또는 소각‧매립장으로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송용호 중앙회 회장은 "회원사들이 지자체의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 업무를 함에 있어 국민 건강을 지키고 국토환경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최근 법‧제도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문화

더보기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 '전통연희축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김삼진)이 주최·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이하 전통연희축제)가 오는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2일간 청와대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통연희의 대중화를 도모하는 전통연희축제는 매년 2만여 명이 찾는 대규모 야외축제로 2007년부터 개최됐다. 올해는 따뜻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남녀노소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전통연희축제는 청와대 내 헬기장과 녹지원 두 곳에서 진행된다. ‘연희路, 미래路’라는 콘셉트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해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예술대학교X세한대학교X중앙대학교X한국예술종합학교’ 총 4개 대학이 연합해 선보이는 ‘연희 대학전’ 무대가 뜨거운 축제의 막을 올린다. 이어 농악, 무속음악, 줄타기, 탈춤 등 전통연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각 지역의 개성 있는 흥과 에너지를 선보일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진도다시래기보존회’, ‘전주기접놀이보존회’, ‘구미무을농악보존회’와 ‘구미무을농악 북놀이X밀양백중놀이 오북놀이X진도북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