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문예출판사가 반지성주의의 온상이 된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 변화시키려는 20대 청년들의 고투를 담은 새 책 ‘공정감각’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연세대학교 나임윤경 교수와 ‘사회문제와 공정’ 수강생 13인(허가영·최유정·은현·우무·은정·오디·안즈·신현·사바나히나·데어·김지윤·김세명·김민재)은 노동, 성차별, 능력주의, 장애인 인권, 성소수자, 기후 위기 등 우리 사회 주요 의제들이 청년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벼려지고 실천되는지 보여준다.
‘공정감각’은 여러 언론을 통해 주요 뉴스로 보도된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을 발단으로 기획된 책이다. 2022년 5월, 한 재학생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청소노동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어 6월에는 두 명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료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630만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누적 가입자 수 640만명에 달하는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고소를 진행한 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으며, 그중 대다수의 글엔 청소노동자를 향한 비방과 혐오 표현이 담겨 있었다.
이에 연세대학교 나임윤경 교수는 일부 청년들의 그릇된 ‘공정감각’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사회문제와 공정’ 강의계획서를 업로드했다. 그리고 수강생 13인과 함께 20대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글을 ‘에브리타임’에 올려 공정감각을 되찾고자 하는 고투를 시작했다.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학생들의 글은 빠른 속도로 신고되고, 삭제됐으며, 일부 학생들은 일정 기간 플랫폼 접속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책 ‘공정감각’은 커뮤니티 속에서 사라진 글들을 복원함으로써 ‘에브리타임’ 속 만연한 혐오 발언들이 20대의 생각을 대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 지금의 ‘공정감각’이 ‘공존감각’을 지워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정은 어떤 모습인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시위하는 청소노동자를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학의 죽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일체의 정치적인 것이 말끔히 표백된 탈정치의 공간으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다행히, 그 속에서 유토피아의 기억을 간직하고 고투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승리는 불확실하지만 ‘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좌절한 만큼 진보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며 ‘공정감각’의 저자들은 물론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