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 군사거래'의 불법성과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제78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실시했다. 취임 후 두 번째 유엔총회 기조연설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거래의 불법성과 위험성에 관한 국제 사회의 주의를 환기하고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또 글로벌 격차를 ▲개발 ▲기후 ▲디지털 등 세 가지로 분류해 분야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디지털 격차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디지털 규범 형성과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작년 9월 뉴욕 유엔총회, 올해 6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발전시켜 온 주제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EXPO) 개최 후보지로서 부산이 가진 여러 장점을 부각하는 데 힘쓰며 부산 엑스포는 그 자체로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북한 간의 군사 거래의 불법성과 위험성을 꼬집으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태지역과 전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WMD(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된다면, 러-북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를 겨냥해선 "세계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안보리 개혁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견제할 안보리 개혁론을 꺼낸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 자리를 추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격차를 ▲개발 ▲기후 ▲디지털 등으로 분류한 뒤 해법을 제시했다. 개발 격차의 경우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기후 격차는 '무탄소에너지(CFE) 공유', 디지털 격차는 '디지털 전환 지원 및 윤리 규범 선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일 수록 약자가 겪는 고통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라며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세계 모든 국가들이 상생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강력히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유엔 헌장이 표방하는 대로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책임있게 기여하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개발 격차와 관련해 "지구상에는 아직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나라가 많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의 책임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긴축 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내년 ODA 예산을 40% 이상 확대하는 등 ODA를 과감하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수원국 맞춤형 개발협력 추진, 교육훈련 분야 ODA 확대 등을 약속했다.
기후 격차와 관련해 그린ODA 확대를 해법으로 내놨다.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식량 취약국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킨다"며 "대한민국은 기후위기 취약국들이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면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그린ODA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녹색기후기금(GCF) 3억 달러(약 3981억원) 추가 공여 계획도 발표했다.
특히 무탄소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의 공유를 기후 격차 완화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무탄소 에너지확산을 위한 오픈 플랫폼 'CF연합(Carbon Free Alliance)'결성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디지털 격차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격차는 곧 경제의 격차를 의미한다"며 "디지털 격차의 해소는 글로벌 사우스 문제의 해결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며 디지털 윤리규범 제정 계획을 환기시키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AI(인공지능)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유가 위협받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우리의 미래 또한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권리 장전 제안 ▲유엔 내 디지털 관련 국제기구 설립 지원 ▲AI 글로벌 포럼'을 개최 ▲유엔 AI 고위급 자문기구와의 협력 네트워크 제공 등의 계획을 전했다.
연설의 마무리는 2030 엑스포 개최 후보지로서 부산의 장점을 알리는 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2030 부산 엑스포는 세계 시민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연대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부산을 "70여년 전 공산 세력의 무력 침공을 받아 한반도의 대부분이 점령당했을 때 대한민국 자유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 도시, 6.25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제2의 환적항으로 발돋움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끈 도시"로 소개했다.
이어 "부산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이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인 부산에서 2030 엑스포를 개최함으로써 글로벌 책임국가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뤄낸 성장과 발전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널리 공유함으로써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1851년 런던 엑스포를 '산업혁명', 1900년 파리 엑스포를 '문화', 1962년 시애틀 엑스포를 '우주시대', 2000년 하노버 엑스포를 '환경' 엑스포로 규정하고 "2030 부산 엑스포는 연대의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30 부산엑스포는 세계시민이 위기와 도전을 함께 극복하면서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연대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는 세계 각국의 역사, 문화, 상품, 그리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축제의 공간이 될 것이며 세계 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