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회가 3일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21대 마지막 예산국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656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었다. 국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20년 만의 최소 증가 폭이다. 치솟는 물가를 고려하면 감액한 것과 다름없는 수치다. 그만큼 나라 살림이 넉넉하지 않다는 걸 방증한다. 그 어느 때보다 예산안을 심사·의결하는 국회 역할이 실로 막중해졌다. 부처 예산안 심사와 종합정책 질의, 예결특위의 증·감액 심사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은 지출은 최대한 줄이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표심을 염두에 둔 선심성 예산 퍼주기 행태가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을 살리는 협치에 여야가 나서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직전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환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이 대표와 대면 소통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시정 연설 첫머리에선 가장 먼저 이 대표를 거명하며 예우를 표하고, 야당을 비롯한 국회의 협력과 협조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 윤 대통령의 태도에서 변화가 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리를 맞대고 민생현안을 챙기는 협치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그 어느때 보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김대기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실은 그동안 여야관계에서 그다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관리형으로 분류되는 김 실장 체제라는 특성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상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책‧조직 관리 뿐만 아니라 정무 기능도 있어야 한다.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원만히 조율하는 역할은 국민 통합과 협치를 위해서 중요하다.
마침 13개월만에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550억9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5.1% 늘었다. 12개월 연속 전년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지난달 플러스로 전환하며 부진 흐름을 일단 끊어냈다. 무역수지도 5개월 연속 흑자다. 특히, 20개월 만에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 달성하면서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도 뗐다. 하지만 낙관론에 안주할 정도는 아니다. 이럴 때 일수록 경기회복 모멘텀을 살릴 수 있도록 정치가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러자면 협치가 중요하다.
김 실장 체제의 대통령실은 내부관리를 무난하게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여러 국정 혼선과 인사 문제, 당 내홍이 일 때마다 김 실장에의 역할에 의문 부호가 붙곤 했다. 존재감이 없다는 혹평도 있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직을 걸고 악역을 자처하는 역할을 했다. 여권에서는 김 비서실장이 자신의 역할에 한정을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는 모습만 노출되면 실패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직접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윤 대통령이 모처럼 여야 협치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대통령실이 더 적극적으로 당정, 여야관계에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