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수심 28m 추락, 생존 제한 시간 단 20분. 극한 해저 속을 탈출하는 자매의 사투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2020년 개봉한 스웨덴 영화 <딥워터> 리메이크 작품으로 원작을 연출한 요하이미 헤덴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독일 감독 막시밀리언 엘렌바인이 리메이크 작의 연출을 맡았다.
생명을 건 미션
자동차에 함께 탑승한 드류와 메이 자매는 다이빙을 위한 여행지로 향하는 중이다. 어딘가 무미건조해 보이고 감정 표현이 절제돼 있는 언니 메이와 반대로 감성적이고 활발해 보이는 동생 드류. 서로에 대한 정보가 가끔 업데이트 돼 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화 내용은 거리가 있는 가족관계임을 암시한다.
도착한 장소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바다와 절벽이 펼쳐진 환상적인 다이빙 명소다.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문명과 동떨어진 섬의 풍경은 신비롭고 원초적이다. 이 같은 배경은 재난에 빠진 두 사람에게 고립된 환경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심리적 폐허라는 스릴러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소가 된다.
다이빙해 들어간 바다 속 풍경 또한 마찬가지로 현실과는 다른 몽환적인 풍경인데 이 같은 태초적 세계가 가진 미학과 공포라는 이중적 감상을 영화는 포착하고 있다. 심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산사태로 인해 거대한 바위들이 쏟아지면서 혼란에 빠진다. 간신히 바위를 피한 드류는 분진으로 시야가 흐린 심해 속에서 언니를 찾아다닌다. 어렵게 통신을 이어가며 보이지 않는 언니의 불빛을 찾아 더듬거려 발견한 메이는 거대한 바위에 몸이 끼여 있는 상태다. 메이는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산소의 양이 25분 남았다며 그 시간 안에 물 위로 올라가 사람들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차 안의 산소 탱크와 바위를 들어올릴 차량용 작키를 가져오라고 드류에게 말한다. “물 위로 올라가 20분 알람을 맞추고 그 시간안에 산소 탱크를 가져오라”고 드류에게 말하는 메이의 대사는 당연히 관객들에게 스릴러적 장치로 작용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생명을 건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생존 스릴러는 예기치 못한 난관들에 부딪치며 관객의 심장을 조여온다. 그 상황 속에서 과거와 교차되는 영상 편집과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자매를 멀어지게 했던 상처와 사랑의 감정 등 마음 속 심해 깊이 억눌려왔던 내적 이야기들도 풀어나간다.
사실적인 심해 비주얼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단순한 스릴러적 구성에 공포감과 경외심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사실적인 심해 비주얼, 그리고 심리적 긴장과 대비되는 평화로운 몰타 풍경 등의 어우러짐이 영화의 매력이다. 원작에 비해 설명적 요소를 줄이고 장르적 구성에 더 비중을 뒀는데 이 때문에 이 영화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적 공감대가 약해진 면이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스테레오>로 주목받은 신예 막시밀리언 엘렌바인이 연출을 맡았다. 수중 전문 촬영가인 얀 하인리히 호프만이 바다 속 영상을 만들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프랑크 그리베 촬영 감독, <서부 전선은 이상 없다>의 볼커 베텔만의 음악 감독이 참여했다. <킹 켈리>, <컴파인스>의 루이자 크로즈가 메이 역을 맡았고, <더 버터플라이 트리>, <투 마더스>의 소피 로우가 드류를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