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또는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재 우선 시행되고 있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유예기간을 두어 내년 1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안전 관리 전문 인력 확보와 관련 비용 문제 등에 어려움이 큰 소규모 사업장은 적용 유예기간을 뒀다. 하지만 경영계를 중심으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전면 적용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려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2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저희가 예산이나 인력 등 지원을 많이 했지만, 확대 적용 대상인 83만개 사업장 중 40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적용 유예 가능성을 내비쳤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역상공회의소 22곳과 함께 50인 미만 회원 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중 22.6%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조처를 했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 기업 76.4%가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 상태를 유지’(39.6%)하거나 ‘조치 사항 검토 중’(36.8%)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처가 어려운 이유로 ‘안전관련 법 준수사항 방대’(53.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안전관리 인력 확보’(51.8%), ‘과도한 비용부담 발생’(42.4%), ‘안전 지침 위반 등 근로자 안전 인식 관리’(41.7%) 등 순이다.
현재 국회에는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규모의 영세성과 인력 부족 등의 상황을 감안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자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안) 현재 계류 중이다.
재계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추가 유예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재계 편을 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사실상 노동·시민사회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연장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강력히 반발하며 공동 대응을 하고 나서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적용 유예 자체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시키는 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맞섰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대부분 발생하는 만큼 적용 유예가 현실화한다면 법안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자의 죽음을 내버려 두는 것과 같기에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하고, 책임자 처벌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추가 유예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적용 시기의 문제를 떠나 법을 무력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했던 기업에는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중대재해법에 적용되는 기업이 안전 문제에 관한 법 적용을 회피하거나 책임에 대해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고, 안전에 투자를 해야한다는 기본 마인드가 느슨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 소규모 사업자의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점과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될 경우 경영책임자의 안전 보건 확보 의무 위반에 관한 판단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라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한국의 산업 현장에 꼭 필요한 법이다. 시행을 유예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논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