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앞으로 소방청장은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미터 이상인 초고층 건축물 등의 재난 예방을 위해 관리자에게 안전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소방청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 관리에 관한 특별법'(초고층재난관리법) 개정안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앞서 1월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달 2일 정부로 이송된 이 개정안은 소방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초고층 건축물 등의 관리 주체에 대해 조치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새로 명시했다.
조치 명령을 발할 수 있는 상황은 9가지다. 이 법에 따른 재난예방 및 피해경감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지 않은 경우, ▲종합방재실 ▲피난안전구역 등을 설치·운영하지 않거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유해·위험물질 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았거나, 누출을 감지해 자동경보를 할 수 있는 설비 등을 두지 않은 건물의 관리인에 대해서도 조치를 명할 수 있다.
특히 조치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관리 주체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여할 수 있다는 벌칙 조항을 담았다.
당초 소방청은 벌칙 형량을 1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검토했으나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다른 사례를 고려해 형량을 높이자는 법무부 의견을 수용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의 적용을 받는 '초고층 건축물'과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이 매년 늘어나면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관련 규정을 손 본 것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미터 이상인 초고층 건축물이다. 지하역사 또는 지하도상가와 건축물이 연결돼 있어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구조의 지하연계 복합건축물도 포함한다.
초고층 건축물은 지난 2019년 108개동에서 지난해 122개동으로,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은 같은 기간 285개동에서 346개동으로 각각 늘어났다. 도합 393개동에서 468개동으로 5년 새 19.1%가 늘어난 것이다.
이번 초고층재난관리법 개정으로 '선큰(Sunken) 구조'로 연결된 경우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에서 빠졌다.
선큰 구조는 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으로 천장 없이 위가 뚫려 있다. 혹여나 화재가 발생해도 열과 연기의 배출이 용이하다.
소방청은 향후 하위 법령을 개정해 ▲건축물과의 거리 ▲바닥 면적 ▲개방공간 ▲계단 폭 등 선큰 구조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초고층 건축물의 건축 전 재난발생 위험요인을 사전 검토하는 제도인 '사전재난영향성검토협의'의 명칭이 '사전재난영향평가'로 바뀐다.
개정안은 건축주 등이 직접 사전재난영향평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신청인은 평가 결과를 통보 받을 수 있고 이의제기를 신청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초고층 건축물 등을 건축하려는 자가 직접 시·도지사에게 사전재난영향평가를 신청하고, 시·도지사는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소방청은 이번 절차 개선을 통해 기존에 건축허가 신청 후 4개월 넘게(126일) 걸리던 사전재난영향평가 협의 요청 기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번 개정안은 초고층 건축물 등의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총괄재난관리자'가 자리를 비우면 그 대리자를 지정하도록 정했다.
총괄재난관리자가 법령 위반 사항을 발견할 경우 건물 관리주체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관리주체는 지체 없이 이를 따라야 한다는 근거도 담았다.
건물 관리주체는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총괄재난관리자를 해임하는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했다.
개정 법률은 공포일인 이날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는 2025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