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2차전지 관련 주식이 급등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포모증후군족, 벼락거지족들의 비애가 다시 악몽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 반도체주식의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021년12월이후 27개월만에 8만원을 넘어 4일 장중 한때 8만5,5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고가(1년이내 가장 비싼 가격)를 기록했다. 역시 반도체 관련주인 SK하이닉스 주가도 연초 대비 현재까지 32.8% 오르면서 역대급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대표적 종목인 비트코인은 지난 3월11일 1억원을 돌파한 뒤 한달째 1억원 내외를 오가며 지난해 3,000만원대의 거의 3배이상 폭등했다. 덩달아 여러 가상화폐들도 2~3배 이상 오른 것은 물론이고 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 )코인인 폴리매쉬·엘리시아·온도파이낸스 등도 100% 넘게 급등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변동 신고에서 국회의원 중 가상자산 신고 액수가 가장 높은 사람은 ‘떨어진 운동화’로 빈곤함 코스프레를 했던 김남국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위믹스 등 78개 종류의 가상자산 15억 4,643만원을 신고했다. 국민의힘 강원도 김홍수 강릉 시의원은 수익률 11만 5,900%라는, 현실에서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1,000만원을 투자해 116억원을 벌었다고 신고했다.
여기에다 대표적인 실물자산인 금값이 올들어서만 11% 가량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31.1g)당 2,300달러를 넘어서 조만간 2,5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 주식을 쓸어담으면서 “투자금의 두배를 벌었다, 세배를 벌었다”는 얘기가 터져나오자 포모증후군족과 벼락거지들의 비애가 악몽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포모증후군이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영문 ‘Fear Of Missing Out’의 머리글자를 딴 ‘포모(FOMO)’와 일련의 병적 증상인 ‘증후군(Syndrome)’을 조합한 용어로 주로 소셜미디어(SNS)의 게시물 등을 통해 유발되는데 자신만 뒤처지고, 놓치고, 제외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리킨다.
벼락거지라는 말은 평소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 상대적으로 빈곤해져 마치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듯하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등에 대한 투자 광풍이 몰아칠 때 나만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불안해 하는 포모증후군과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러다가 부동산가격과 코인가격 등이 폭락하며 이러한 유행어도 자취를 감추었나 싶더니 최근 국내외 반도체 주식, 가상화폐, 실물자산인 금, 은 가격이 폭등하면서 포모증후군족, 벼락거지족들이 “땡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해야 하나”라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70대 은퇴자인 A씨는 퇴직 후 조그만 사업을 하다 실패해 지금은 기초연금과 간간이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최근 반도체 관련 주식과 코인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뉴스에서 매일 국내외 반도체 주식 급등, 코인 급등, 금 은값 급등 등의 뉴스를 접하면서 소액이라도 금융자산에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사업과 투자실패에 따른 트라우마가 있던 터라 주식이나 코인투자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더 이상 포모족, 벼락거지가 될 수 없어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내 방식대로 조용히, 내 수준에 맞춰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SNS나 뉴스 등을 통해 ‘누가 어디에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느니, ‘당신은 그런 주식 한 주도 없이 뭐 하고 살았냐’느니, ‘로또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부추기면 흔들리기 마련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과거 묵지빠식 도박에 빠져들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들이 돈 벌었다는 얘기는 솔깃하게 들리지만, 비율로 따지면 100명에 한명 꼴 , 즉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투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자 광풍이 휘몰아칠 때는 조급해하거나 허탈해하지 말고 일시적인 포모족이나 벼락거지가 되어도 좋을 듯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라는 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해서 몽땅 까먹고 알거지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물론 판단은 본인이 해야겠지만.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