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 2월 대구지역 한 단위 농협이 조작된 초대장을 근거로 개인 계좌에 임의로 후원금을 입금한 뒤 이에 대한 항의를 일방적으로 출금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금융기관이 공금인 조합 자금을 집행함에 있어 당사자 확인 조차 없었다는 점과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여·수신 절차 위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합자금 집행하며, 당사자 확인조차 안해
동대구농업협동조합(이하 동대구농협)은 지난 2월 28일 농협 법인 계좌에서 A씨 계좌로 A씨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현금 100만 원을 입금했다. 동대구농협측에 따르면 A씨의 지인 B씨가 ‘수성구 자율방범대’ 척사대회 행사 초대장을 전하며, 후원을 요청했고, 동대구농협 측은 B씨와 A씨 간 사전 협의된 것으로 인지했다는 것이다. 동대구농협측은 공익기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다같이 동행기금’에서 후원하기로 결정하고, ‘수성구 자율방범대 대장 A씨’ 명의 계좌로 100만 원을 입금했다.
문제는 동대구농협이 이러한 후원 요청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절차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대장에는 행사목적과 행사 일시, 장소 및 행사주체가 표기되어 있었으나 이는 모두 누군가에 의해 위조된 것으로 추측된다.
A씨는 동대구농협이 접수한 ‘수성구 자율방범대’ 척사대회 행사 초청장이 위조된 가짜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초청장에 명시된 3월 1일 행사는 해당 장소에 개최되지 않은 점 ▲초청장의 주최는 수성구 자율방범대로 명시되어 있지만, A씨는 범어1동 자율방범대장을 맡고 있다는 점 ▲해당 농협에 후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위조의 근거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동대구농협 관계자는 “행사 주최의 정확한 명칭을 인지를 못하였고, B씨와 A씨가 사전에 협의된 것으로 알았기에 조합장과도 이미 지원하기로 이야기가 다 된 것으로 알았다”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례는 거의 없는 일”이라 말했다.
B씨는 A씨의 지인일 뿐으로 동대구농협측도 이를 알고 있었으며, 후원금 기안 과정에서 실제 행사 진행여부와 후원금 입금시 계좌 확인 등 최소 2번의 확인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B씨가 조작된 후원 행사 초대장으로 후원을 요청한 것은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작성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자가 타인의 명의를 함부로 사용하여 문서를 작성 부정행사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개인계좌 임의출금, 여·수신 내규 의혹 일어
문제는 동대구농협의 후속 조치 과정에서도 발생했다.
입금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해당 농협 임원과의 전화 통화에서 “입금한 돈이 농협 예산인 것을 인지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돈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기에 돌려줄 것”이라고 밝히며, 자세한 사항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A씨는 지난달 12일 동대구농협에 내용증명으로 ▲입금 과정에 대한 자세한 소명 ▲입금된 돈은 절차에 의거 출금 조치하고, 내 통장에 받지 않을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산상 입금내역 기록 삭제 등을 동대구농협 측에 요청했다.
이에 동대구농협은 A씨의 내용증명을 수취한 후에 입금된 액수만큼 출금해 갔다. 당일 문자 메시지를 통해 A씨에게 입금취소로 인한 출금사실을 통지했다. 그러면서 통장의 입금 내역에 대한 전산기록은 삭제할 방법이 없으며, 입금 정정되었다는 내역만 추가로 기재하겠다는 내용을 A씨에게 회신했다.
단위농협이 내용증명만으로 일방적으로 별도의 동의절차 없이 출금해 갈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농협중앙회 여·수신 내규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착오’ 자체가 동대구농협의 후원착오에 불과할 뿐 타인의 다른 계좌에 잘못 송금하는 ‘착오송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대구농협 측은 내용증명만으로 단위농협이 개인계좌 송금 금액을 자체적으로 입금 취소를 할 수 있는지와 여·수신 내규 위반 여부 대해 질의를 했으나 “확인 후 답변을 주겠다”고만 하고 현재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한편, 현재 A씨는 해당 농협의 이사로 재직 중이며, 조합장이 조합경영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에서 김영희 동대구농협 조합장을 견제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이사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개인 통장으로 후원금이 입금됐다는 자체는(남들이 봤을 때) 뇌물성 돈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며, “이런 부정한 돈을 쓸수 없기에 절차에 의한 출금조치와 입금 내역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